스페이스 인베이더 PC엔진판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the Original Game)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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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을 삼켜 버린 게임
1978년에 나온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게임 산업의 모양을 바꿔 놓은 작품입니다. 이 기계가 놓인 가게마다 사람이 몰렸고, 동전이 모자라 은행에서 동전을 더 찍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습니다. 지금 보면 화면에 흑백에 가까운 도트가 몇십 개 떠 있을 뿐인데, 그때는 그것이 미래였습니다.
이 게임을 지금 해 보면 놀라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남은 외계인이 줄어들수록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건 의도한 연출이 아니라 처리해야 할 대상이 줄어서 기계가 빨라진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 우연이 게임을 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가 미친 듯이 좌우로 움직이며 내려오는 그 긴장감은, 설계자가 계산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가 만들어 준 것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는 화면 아래에서 좌우로만 움직이는 포대를 조작해, 위에서 줄지어 내려오는 외계인을 전부 쏘아 없애는 슈팅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발사 버튼이 전부입니다. 외계인이 바닥까지 내려오거나 내가 적의 탄에 맞으면 목숨이 줄어듭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네 개의 방어벽이 서 있습니다. 이 벽은 적의 탄을 막아 주지만 맞을 때마다 조금씩 부서지고, 내가 쏜 탄에도 똑같이 깎입니다. 그래서 벽 뒤에 숨어 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벽에 구멍을 내 놓은 상태가 됩니다. 이 벽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아끼느냐가 실력 차이를 만듭니다.
점수를 올리는 방법
기본은 아래쪽 줄부터 지우는 것입니다. 아래 줄을 먼저 없애면 적의 탄이 나오는 위치가 멀어져서 피할 시간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위쪽부터 지우면 바로 앞에서 탄이 쏟아지는 상황이 되어 위험합니다.
가장자리 열을 먼저 지우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양옆이 비면 전체 무리가 좌우로 움직이는 폭이 줄어들어, 아래로 내려오는 속도가 늦어집니다. 이렇게 무리의 모양을 다듬어 가며 시간을 버는 것이 오래 버티는 요령입니다.
가끔 화면 맨 위를 가로지르는 원반이 지나갑니다. 이걸 맞히면 큰 점수를 얻는데, 몇 발을 쐈느냐에 따라 점수가 정해지는 규칙이 있어서 고수들은 발수를 세어 가며 노렸습니다. 점수 경쟁이 게임의 목적이던 시절의 흔적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가장 큰 함정은 방어벽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입니다. 벽 뒤에 자리 잡고 계속 쏘면 내 탄이 벽을 뚫고 나가느라 벽이 빨리 사라집니다. 후반에 벽이 없으면 피할 곳이 없어져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벽은 급할 때만 쓰는 대피소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는 한 번에 한 발만 쏠 수 있다는 점을 잊는 것입니다. 쏜 탄이 화면 위로 사라지거나 뭔가에 맞기 전에는 다음 탄이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빗맞히면 그만큼 손해입니다. 무작정 연타하는 대신 적이 이동해 오는 위치를 예측해서 미리 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한두 마리가 남았을 때가 진짜 고비입니다. 속도가 극단적으로 빨라져서 조준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 요령은 쫓아다니지 않는 것입니다. 한자리에 서서 적이 내 앞을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쏘면 훨씬 잘 맞습니다.
원점을 가정용으로
이 게임은 오락실 기판에서 시작해 이후 수십 개 기계로 옮겨졌습니다. PC엔진판은 원작의 흑백 화면과 규칙을 그대로 되살린 판본으로, 옛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소프트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것을 기대하면 실망하지만, 이 게임이 왜 그렇게 대단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원형 그대로가 오히려 낫습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초반 오락실과 전자오락실에 이 기계가 있었고, 그 이후 나온 수많은 슈팅 게임의 기본 문법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지금 잡아 봐도 몇 분이면 왜 사람들이 동전을 계속 넣었는지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