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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피버

스페이스 피버 (Space Fever New Version) · 1979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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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첫 오락실 기판

닌텐도가 처음부터 게임 회사였던 건 아닙니다. 100년 넘게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회사였고, 한때는 택시 사업과 러브호텔까지 손댔습니다. 그러다 완구를 거쳐 전자 오락으로 방향을 잡았고, 오락실용 비디오 게임에 처음 뛰어들며 내놓은 것이 이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스페이스 피버는 닌텐도의 아케이드 역사가 시작된 자리입니다. 여기서 출발해 레이더 스코프의 참담한 실패를 겪고, 그 실패가 동키콩으로 이어지고, 동키콩이 패미컴 시대의 발판이 됩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회사의 첫걸음이 이 화면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 번 켜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스페이스 피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79)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스페이스 피버(Space Fever)는 화면 아래쪽 포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위쪽에 진을 친 적을 쏘아 없애는 고정형 슈팅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만들어 낸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1978년 인베이더가 일본 열도를 뒤흔든 뒤 수십 개 회사가 비슷한 게임을 쏟아냈는데, 닌텐도의 대답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규칙은 누구나 압니다. 적들이 열을 지어 좌우로 움직이며 조금씩 내려옵니다. 다 잡으면 다음 판이고, 하나라도 바닥까지 내려오면 끝입니다. 적이 쏜 탄에 맞아도 목숨이 줍니다. 화면 아래에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방어벽이 있는데, 적의 탄에 맞을 때마다 조금씩 깎여 나가고 내 탄에도 깎입니다. 아껴 쓸수록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페이스 피버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79)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요령

이 계열 게임의 기본기는 어느 열부터 지우느냐입니다. 초보자는 대개 가운데부터 쏘는데, 그러면 남은 적들이 좌우로 넓게 흩어져 마지막까지 쫓아다녀야 합니다. 양 끝 열부터 지워 나가면 적 무리의 좌우 이동 폭이 줄어들어 관리하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두 번째는 방어벽을 함부로 쏘지 않는 일입니다. 벽 뒤에 숨어서 쏘면 자기 탄이 벽에 구멍을 냅니다. 그 구멍으로 적의 탄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은신처가 아니라 함정이 됩니다. 쏠 때는 벽 옆으로 잠깐 나와서 쏘고 다시 들어가는 쪽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마지막 한두 마리를 대하는 자세입니다. 적이 줄어들수록 남은 적의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마지막 한 마리는 눈으로 쫓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는데, 이때는 쫓아가며 쏘는 대신 한 자리에 서서 그 자리로 오기를 기다렸다가 쏘는 편이 확실합니다. 이 습관 하나로 판을 넘기는 성공률이 크게 달라집니다.

스페이스 피버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79)

인베이더 열풍이라는 시대

1978년부터 몇 해 동안 일본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 기준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베이더 전용 찻집이 생기고, 100엔 동전이 부족해졌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그러자 모든 회사가 인베이더 비슷한 것을 만들었습니다. 색을 바꾸고, 적 모양을 바꾸고, 판 구성을 조금 손봐서 내놓는 식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베끼기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형식을 공유하면서 각자 조금씩 변주를 얹었고, 그 변주가 쌓여 갤럭시안이 되고 갤러그가 되고 이후의 슈팅 장르 전체가 되었습니다. 스페이스 피버 역시 그 거대한 실험판 위의 한 조각이고, 닌텐도라는 회사가 비디오 게임이라는 걸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입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요즘 게임에 익숙한 분에게 이 게임은 단순하다 못해 앙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화면에 색도 많지 않고, 소리도 단조롭고, 할 수 있는 일은 좌우 이동과 사격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앙상함이 이런 게임을 오래가게 만듭니다. 배울 게 없으니 곧바로 시작할 수 있고, 한 판이 짧으니 실패해도 부담이 없습니다. 규칙 안에서 조금씩 요령을 찾아 점수를 밀어 올리는 재미는 40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무엇보다 이 화면이 닌텐도의 시작이었다는 점을 알고 보면, 같은 인베이더 계열 게임이라도 달리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