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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해리어 3D

스페이스 해리어 3D (Space Harrier 3 D USA Europe)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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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안경을 쓰고 하던 게임

마스터시스템에는 입체 안경이라는 주변기기가 있었습니다. 화면에 왼쪽 눈용 그림과 오른쪽 눈용 그림을 아주 빠르게 번갈아 보여 주고, 안경의 렌즈가 그 박자에 맞춰 한쪽씩 가려 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두 그림이 뇌에서 합쳐지면서 화면 안쪽으로 깊이가 생깁니다.

그 안경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몇 개 있었는데, 이 작품이 그중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습니다. 원래부터 화면 안쪽으로 날아가는 게임이니, 깊이를 표현하는 안경과 궁합이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안경 없이 하게 되지만,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성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스페이스 해리어 3D 슈팅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88)

어떤 게임인가

스페이스 해리어 3D(Space Harrier 3-D)는 화면 안쪽을 향해 날아가며 앞에서 다가오는 것들을 쏘거나 피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겨드랑이에 커다란 대포를 끼고 하늘을 나는 사람이고, 상대는 용과 거대한 석상, 이상하게 생긴 생물들입니다.

조작은 방향키와 사격 버튼입니다. 화면 위에서 캐릭터를 상하좌우로 움직여 앞에서 날아오는 것들을 피하고, 버튼을 누르면 화면 안쪽으로 총알이 나갑니다. 배경은 저절로 앞으로 밀려오고, 나는 그 흐름 안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전부입니다.

스페이스 해리어 3D 슈팅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88)

원근을 읽는 법

이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거리 감각입니다. 화면 안쪽에서 뭔가가 다가오는데, 그게 지금 내 위치와 겹치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정면에서 오는 것은 작았다가 갑자기 커지므로, 커지기 시작하면 이미 피할 시간이 없습니다.

요령은 멀리 있을 때 판단하는 것입니다. 화면 안쪽 깊은 곳에서 처음 나타났을 때 그것이 화면의 어느 쪽에 있는지 보고, 그 반대쪽으로 미리 옮겨 두면 됩니다. 다가오는 도중에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멀리 있을 때 한 번에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닥에 늘어선 기둥과 나무도 장애물입니다. 이것들은 정해진 자리에 서 있으니 위치가 예측 가능한데, 문제는 여럿이 줄지어 있을 때입니다. 기둥 사이의 빈 곳을 미리 골라 그 선을 따라 쭉 지나가는 방식이 통합니다. 중간에 마음을 바꿔 옆으로 옮기다 기둥에 부딪히는 것이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보스와의 싸움

스테이지 끝에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이 나옵니다. 길게 굽이치는 용이 대표적입니다. 몸통이 여러 마디로 이어져 있고, 화면을 가로지르며 다가옵니다.

이런 상대에게는 무작정 쏘는 것보다 위치를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몸통이 지나가지 않는 구석을 찾아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계속 쏘면 됩니다. 대부분의 보스는 정해진 궤도를 반복하니, 한두 번 죽어 가며 그 궤도를 외우면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조심할 것은 화면 구석에 너무 붙는 것입니다. 구석에 몰리면 한쪽으로만 피할 수 있게 되어, 예상 못 한 공격이 오면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화면 가운데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가 가장 여유 있는 자리입니다.

오락실 원작과 8비트판

원작은 오락실에서 좌석이 통째로 움직이는 커다란 기계로 유명했습니다. 화면이 기울어지는 것에 맞춰 몸도 흔들리던 그 기계는 당시 오락실의 명물이었습니다. 그만큼 화면을 빠르고 크게 그리는 데 힘을 쏟은 게임이었습니다.

8비트 기기로 옮기면서 그 물량과 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것 수가 적어지고, 다가오는 크기 변화도 단계가 성글어졌습니다. 대신 입체 안경이라는 다른 무기를 더해 원작과 다른 방향의 볼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이 기기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얹은 셈입니다.

지금 잡아 본다면

안경 없이 해도 게임 자체는 온전히 돌아갑니다. 오히려 깊이 표현이 없는 편이 지금 눈으로는 보기 편할 수도 있습니다. 화면 안쪽으로 날아가는 감각과 앞에서 밀려오는 것들을 헤쳐 나가는 재미는 그대로입니다.

난이도는 높은 편입니다. 한 번 부딪히면 목숨이 하나 사라지고, 화면이 계속 앞으로 흐르니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다만 스테이지 구성이 매번 같아서, 반복하면 어느 지점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워집니다. 한 판이 짧으니 짧게 여러 번 도전하며 조금씩 더 멀리 가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