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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밀레니엄

실버 밀레니엄 (Silver Millennium) · 1995 · P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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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한국 오락실을 채운 기판은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었습니다. 국산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어디선가 본 게임의 그림을 조금 바꾼 물건이거나, 몇 달 돌다가 사라지는 짧은 수명의 기판이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나온 이 슈팅은, 캐릭터를 여섯 명 중에 고르게 하고 그 캐릭터마다 다른 공격을 붙여 놓은 제법 야심 찬 구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버 밀레니엄(Silver Millennium)은 1995년 국내 업체 파라가 만든 세로 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는 동안 아래쪽의 내 기체를 조종해 몰려오는 적을 쏘아 떨어뜨리는, 가장 익숙한 형태의 슈팅입니다. 다만 기체가 비행기가 아니라 캐릭터고, 게임을 시작할 때 여섯 명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실버 밀레니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캐릭터를 고르는 슈팅

슈팅 게임에서 기체 선택은 그 자체로 판을 바꾸는 요소입니다. 앞으로 곧게 뻗는 공격을 가진 쪽은 정면의 적을 빨리 정리하지만 좌우에서 들어오는 적에 약하고, 넓게 퍼지는 공격을 가진 쪽은 화면을 고루 훑는 대신 한 놈을 빨리 못 죽입니다. 이 게임도 캐릭터마다 이런 성격이 갈리기 때문에, 처음 몇 판은 자기 손에 맞는 캐릭터를 찾는 시간으로 쓰게 됩니다.

한 가지 흔한 실수는 화력이 세 보이는 캐릭터를 무작정 고르는 것입니다. 슈팅에서 살아남는 데 더 중요한 것은 화력보다 판정, 즉 내 몸이 얼마나 작게 취급되는가와 움직임이 얼마나 민첩한가입니다. 화력이 조금 모자라도 잘 피해지는 쪽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초보일수록 강한 무기보다 다루기 편한 쪽을 먼저 익히는 편이 좋습니다.

세로 슈팅을 넘기는 기본기

이 장르는 손보다 눈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적이 나타난 뒤에 반응해서 피하려 들면 늦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적이 나오는지 판마다 정해져 있으므로, 몇 번 죽으면서 순서를 외우고 나면 같은 구간이 훨씬 편해집니다. 오락실 슈팅에서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반사신경이 아니라 이 기억의 양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리 잡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화면 맨 아래에 딱 붙어 있으면 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피하기 좋지만, 옆이나 아래에서 나타나는 적에게는 도망갈 데가 없습니다. 아래에서 조금 띄운 위치에 두고 좌우로 짧게 움직이는 것이 대체로 안전합니다. 그리고 화면 구석은 언뜻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할 방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자리라서, 몰리면 위험합니다.

보스전과 파워업 관리

세로 슈팅에서 한 판의 마디는 보스입니다. 보스는 정해진 패턴으로 공격하니, 처음에는 맞더라도 무엇이 나오는지 보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패턴을 알고 나면 대부분의 공격에는 안전한 위치가 있고, 그 자리를 찾으면 같은 보스가 훨씬 쉬워집니다.

파워업은 아껴 쓰는 물건이 아니라 유지하는 물건입니다. 슈팅에서 한 번 죽으면 무기가 약해지고, 약해진 화력으로 다음 구간을 넘기려니 또 죽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려운 구간일수록 점수를 욕심내지 말고 안전하게 지나가는 편이 결과적으로 멀리 갑니다. 아이템을 먹으려고 위험한 자리로 파고들다 죽는 것이 가장 흔한 실패입니다.

국산 기판이 놓이던 자리

이 시기 국내 업체들이 만든 아케이드 기판은 여러 사정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일본 기판을 정식으로 들여오면 값이 비쌌고, 그래서 국내에서 직접 만든 기판은 가격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대신 개발 인력과 기간이 넉넉하지 않아 완성도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고, 잘 만든 축에 드는 게임도 널리 퍼지기 전에 유행이 지나가곤 했습니다.

실버 밀레니엄도 대량으로 깔린 게임은 아니어서, 당시 이 기판을 만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국산 아케이드 슈팅이 남긴 몇 안 되는 기록으로서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화려한 대작들 틈에서 이런 게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절 오락실 풍경의 한 조각입니다.

지금 해 보는 재미

요즘 기준으로 보면 연출이나 물량은 소박한 편입니다. 이후 등장한 탄막 슈팅들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총알비를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규칙이 단순해서 처음 잡아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쏘고, 피하고, 강해지고, 보스를 넘깁니다.

캐릭터를 바꿔 가며 몇 판 돌려 보면 각자의 성격이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구간을 다른 무기로 지나가 보는 것이 이 게임을 두 번 세 번 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한 판이 길지 않으니 잠깐 시간을 내서 붙잡기에도 알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