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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아이 로봇 (I Robot) · 1983 · A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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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입체가 되던 첫 순간

1983년 오락실 화면은 평면이었습니다. 점과 선으로 그린 우주선이 있었고, 그림을 붙여 만든 캐릭터가 있었지만, 면으로 채워진 입체가 움직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아이 로봇은 그 선을 넘은 작품입니다.

아이 로봇(I, Robot)은 면을 채워 그린 입체 그래픽을 쓴 최초의 오락실 게임으로 이야기됩니다. 지금 보면 도형 몇 개가 움직이는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화면 앞에 사람이 모여 구경만 하다 가는 물건이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몰라도 화면 자체가 볼거리였기 때문입니다.

아이 로봇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3)

어떻게 하는 게임인가

입체로 그려진 공간을 돌아다니며 목표를 이룹니다. 바닥의 타일을 밟아 없애는 구간이 있고, 그 뒤에 날아다니며 진행하는 구간이 이어지는 식으로 성격이 다른 부분이 번갈아 나옵니다.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커다란 눈이 화면을 지켜보고 있어서, 그 눈이 뜨여 있을 때 움직이면 안 됩니다. 눈이 감겼을 때만 움직이고 뜨면 멈춰야 합니다. 무작정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 가고 언제 서는지를 판단하는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조작은 특이한 조종간을 씁니다. 오락실 기판이 저마다 다른 조작 장치를 달던 시절의 물건이라, 지금 기준으로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게임과 별개로 화면에 도형을 띄워 놓고 자유롭게 만져 볼 수 있는 기능도 들어 있습니다. 만든 사람들이 이 기술 자체를 보여 주고 싶어 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아이 로봇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3)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눈을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화면 위쪽의 눈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계속 확인하면서 움직여야 하는데, 발밑에 신경 쓰다 보면 그것을 놓칩니다. 눈을 먼저 보고 그다음에 움직이는 순서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간이 아깝다고 눈이 감기자마자 크게 움직이면, 다시 뜨는 순간을 놓쳐 그대로 걸립니다. 짧게 끊어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입체 화면이라 거리 감각이 잡히지 않는 것도 초보가 겪는 어려움입니다. 지금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앞의 것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평면 게임처럼 분명하지 않습니다. 몇 판 하면서 눈을 적응시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구간을 여러 번 지나면서 지형을 외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디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알고 있으면 눈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어서 훨씬 안정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아이 로봇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3)

아타리라는 회사

아타리는 오락실 게임 산업을 만든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초기의 여러 대표작을 내놓았고, 새로운 기술을 게임에 먼저 써 보는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화면은 놀라웠지만 규칙이 낯설고 어려워서, 지나가던 사람이 쉽게 붙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기판 수도 많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기억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후 오락실이 입체 화면으로 넘어가는 흐름의 맨 앞자리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몇 해 뒤부터 여러 회사가 이 방향을 따라가게 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기판을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수 자체가 적었고 유통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름을 아는 사람도 대개 자료를 통해 접한 경우입니다.

지금 해 본다면

요즘 눈으로 보면 도형 몇 개가 움직이는 화면입니다. 화려함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대신 이것이 1983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아직 아무도 하지 않던 것을 해 보려 한 흔적이 화면 전체에 남아 있습니다.

규칙도 지금 기준으로는 낯설어서 몇 판 헤매게 됩니다. 그 대신 익숙해지면 눈을 보며 움직임을 끊는 특유의 긴장이 살아납니다. 게임의 역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을 직접 만져 본다는 점에서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