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아주리안 어택

아주리안 어택 (Azurian Attack) · 1982 · Rait Electronics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뉴질랜드에서 만든 오락실 기판

1982년 오락실 게임이라고 하면 대개 일본이나 미국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만든 라이트 일렉트로닉스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던 회사입니다. 오락실 산업의 변방에서 자체적으로 게임을 짜서 기판으로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기판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남코의 갤럭시안 기판을 손봐서 썼습니다. Z80 프로세서를 얹은 이 구성은 당시 널리 퍼져 있어서, 부품을 구하기도 쉽고 프로그램을 얹기도 편했습니다. 화면은 세로로 세운 형태이고 최대 두 명이 번갈아 할 수 있습니다. 남의 기판 위에 자기 게임을 올리는 방식은 그 시절 소규모 업체가 오락실 시장에 들어가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아주리안 어택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2)

어떤 게임인가

아주리안 어택(Azurian Attack)은 화면이 넘어가지 않는 고정 화면 슈팅입니다. 위쪽에서 적이 대형을 이루어 나타나고, 아래쪽의 내 기체가 이를 쏘아 떨어뜨립니다. 적은 대형을 유지하다가 하나씩 아래로 내려와 공격하고, 이 흐름을 견디며 화면을 비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겉모습과 소리는 갤럭시안과 비슷합니다. 기판이 같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 기체가 좌우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덟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화면 아래에 붙박이로 갇혀 있던 슈팅에서 벗어나, 위아래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8방향 이동이 바꾸는 것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좌우 이동만 가능한 슈팅에서는 적탄이 내려오는 궤도를 옆으로 비껴 나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 수 있으면 적이 탄을 쏘기 전에 거리를 좁혀 먼저 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래로 물러나 시간을 벌 수도 있습니다. 공격과 회피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입니다.

동시에 위험도 늘어납니다.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적과 가까워진다는 뜻이고, 내려오는 적기와 부딪힐 확률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아래쪽으로 돌아올 때는 이미 지나간 탄들 사이를 거슬러 내려와야 합니다. 무작정 전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화면이 비어 있을 때만 잠깐 올라갔다 물러나는 운용이 안전합니다.

초보자가 알아 두면 좋은 것

이 시절 고정 화면 슈팅의 공통 요령이 그대로 통합니다. 첫째, 대형의 가장자리부터 지웁니다. 바깥쪽 적을 먼저 없애면 내려오는 적의 진입 경로가 줄어들어 화면이 훨씬 읽기 쉬워집니다. 안쪽부터 파고들면 남은 적이 양쪽에서 내려와 협공을 당하게 됩니다.

둘째, 화면 끝에 몰리지 않습니다. 벽에 붙어 있으면 피할 방향이 한쪽밖에 남지 않습니다. 늘 좌우로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 두고 중앙 부근에서 움직이는 편이 오래 버팁니다.

셋째, 판이 끝나갈 무렵을 조심합니다. 남은 적이 적어지면 그 적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공격 빈도도 올라갑니다. 거의 다 잡았다는 생각에 방심하다 마지막 한둘에게 당하는 것이 이 부류 게임에서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그 시절 고정 화면 슈팅 속에서

1978년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열어 놓은 흐름은 갤럭시안과 갤러그를 거쳐 1982년 무렵에는 이미 포화 상태였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게임이 수없이 쏟아졌고, 그중 이름을 남긴 것은 극소수입니다. 이 작품도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 무리 안에서 나름의 시도를 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남의 기판을 빌려 쓰면서도 조작 자유도라는 한 가지를 바꿔 자기 색을 만들려 했고, 그것이 실제로 플레이 감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한국 오락실과의 거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이름을 봤다는 기억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1980년대 초 한국 오락실을 채운 것은 갤러그와 스페이스 인베이더 계열의 복사 기판이었고, 정식 유통과는 거리가 먼 경로로 들어온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작은 회사가 만든 기판이 그 경로를 타고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추억을 되짚는 대상이라기보다, 오락실 산업 초창기에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 보면 몇 분 만에 규칙이 파악되지만, 8방향으로 움직이며 적진에 파고드는 감각만큼은 같은 시기 다른 게임에서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