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입 PC엔진판
R-타입 (PC엔진판) (R Type USA) · 1988 · NEC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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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기판을 8비트기에 옮겨 담았습니다
1987년 오락실에 등장한 R-타입은 당시 기준으로 화면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전함이 화면 몇 개 길이로 지나가고, 생체 조직처럼 꿈틀대는 배경이 흐르는 그 게임을 가정용 8비트기로 옮긴다는 건 무리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PC엔진판은 그 일을 해냈습니다. 용량 문제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 발매하는 방식을 택하긴 했지만, 스테이지 구성과 적 배치, 그 특유의 압박감을 상당 부분 살려 냈습니다. 이 이식이 나오면서 PC엔진이 슈팅에 강한 기기라는 인상이 굳어졌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알타입 PC엔진판(R-Type)은 아이렘의 횡스크롤 슈팅 게임을 PC엔진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전투기 R-9을 조종해 생체 병기 군단 바이도를 뚫고 나아갑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포스라는 보조 장치입니다. 기체 앞이나 뒤에 붙일 수 있는 이 둥근 물체는 적의 총알을 막아 주고, 붙어 있는 위치에 따라 공격 방향이 달라지며, 떼어 놓으면 따로 날아가 적을 공격합니다.
포스를 붙였다 떼는 게 전부입니다
포스 운용이 이 게임의 실력을 결정합니다. 앞에 붙이면 정면 방패가 되고, 뒤에 붙이면 뒤에서 오는 적을 막습니다. 좁은 통로에서는 포스를 앞세워 밀고 들어가고, 위아래에서 적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포스를 떼어 앞에 던져 두고 본체는 안전한 곳으로 피합니다.
포스는 무적이라 적 탄에 맞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두느냐가 곧 생존 전략입니다. 초보와 숙련자의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 기본 사격은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파동포로 모입니다. 모아 쏘는 한 방은 잡몹을 관통하고 보스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언제 모으고 언제 연사할지 배분하는 것도 이 게임의 리듬입니다.
외워야 넘어가는 스테이지
R-타입은 즉흥적인 반응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게임입니다. 통로가 갑자기 좁아지고, 벽에서 촉수가 튀어나오고, 뒤에서 적이 밀려옵니다. 처음 보면 죽을 수밖에 없는 배치가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죽어 가며 외우는 게임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포스를 앞으로 보내고 어디서 위로 붙어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히고 나면, 그전까지 불가능해 보이던 구간이 매끄럽게 지나갑니다. 이 학습의 쾌감이 이 게임의 중독성입니다.
중간에 죽으면 파워업을 전부 잃고 이전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점도 압박을 더합니다. 무장을 잃은 상태에서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사실상 이 게임의 진짜 시험대입니다.
1스테이지 보스가 남긴 인상
첫 스테이지 끝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생체 병기는 지금까지도 슈팅 게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몸체에서 뻗어 나오는 꼬리, 그리고 약점인 코어를 노려야 하는 구조가 강렬했습니다.
이후 스테이지에서도 화면 몇 개 길이의 거대 전함이 옆으로 흘러가거나, 살아 있는 조직 같은 벽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이 게임은 어렵기로 소문났고, 동전을 얼마나 넣어야 몇 스테이지까지 가는지가 실력의 척도처럼 이야기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