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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비엔토

엘 비엔토 (El Viento USA) · 1991 · Re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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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 시대의 마녀

1920년대 뉴욕, 마피아와 밀주가 판을 치던 시절에 크툴루 신화의 고대신이 부활하려 하고, 그것을 막으려는 것은 바람의 마법을 쓰는 남미 출신 소녀입니다. 이 설정만 들어도 이 게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 비엔토는 배경 선택부터가 독특합니다. 판타지도 미래도 아닌, 재즈와 금주법의 시대에 마법과 신화를 얹었습니다. 오프닝에서 뉴욕 항구로 배가 들어오고 도시의 실루엣이 펼쳐지는 장면은 지금 봐도 분위기가 살아 있습니다.

엘 비엔토 플랫폼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1)

어떤 게임인가

엘 비엔토(El Viento)는 옆으로 진행하며 뛰고 싸우는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아넷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날붙이를 던져 적을 공격하고, 모아 둔 마력으로 바람과 불의 마법을 씁니다. 점프와 매달리기로 지형을 넘어가는 구간이 많아서, 전투만큼이나 이동 자체가 중요합니다.

한 스테이지는 대체로 지형을 헤쳐 나가다가 마지막에 보스를 만나는 구성입니다. 항구, 도시의 옥상, 열차 위, 지하 통로처럼 배경이 계속 바뀌고, 각 스테이지 사이에는 짧은 이야기 장면이 들어갑니다.

엘 비엔토 플랫폼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1)

던지고 매달리는 조작

이 게임의 손맛은 부메랑에서 나옵니다. 던진 날붙이가 앞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두 번 판정을 주기 때문에, 적을 사이에 두고 위치를 잡으면 한 번의 공격으로 두 번 맞힐 수 있습니다. 이 감각을 익히면 전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동 쪽에서는 벽이나 난간에 매달리는 동작이 핵심입니다. 점프가 닿지 않는 높이도 매달렸다가 올라가면 넘어갈 수 있고, 위험한 지형에서는 매달린 채로 적의 공격을 흘려보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달리는 타이밍을 못 잡아 계속 떨어지지만, 손에 익으면 이동 자체가 즐거워집니다.

마법은 화면 상황을 뒤집는 용도로 아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마력은 자주 차지 않으니 잡졸에게 쓰지 말고, 보스나 몰린 상황을 위해 남겨 두어야 합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초보자가 가장 자주 죽는 곳은 발판 구간입니다. 이 게임은 아넷의 점프가 다소 무거워서, 마리오 계열의 감각으로 뛰면 거리가 모자랍니다. 발판 끝까지 걸어간 다음 뛰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공중에서의 방향 조절 폭도 미리 가늠해 둬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적의 원거리 공격입니다. 화면 밖에서 날아오는 탄이 꽤 아프고, 맞으면 뒤로 밀려서 그대로 낙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화면으로 넘어갈 때 무작정 달려 들어가지 말고, 한 걸음씩 밀면서 적 배치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스전은 대체로 패턴이 명확합니다. 몇 번 죽어 가며 공격 순서를 외우면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고, 부메랑의 왕복 판정을 잘 쓰면 화력 부족도 해결됩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이 게임은 울프팀이라는 개발사가 만들었습니다. 이후 테일즈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그 조직의 초창기 작품 중 하나로, 연출과 음악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성향이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메가드라이브의 음원으로 뽑아낸 배경음악은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 부분입니다.

이야기 장면에 인물의 얼굴 그림을 크게 띄우고 대사를 붙이는 방식도 당시 액션 게임으로는 공을 들인 편이었습니다. 게임 자체의 분량은 길지 않지만, 한 편의 작품을 본다는 느낌을 주려 했다는 점이 뚜렷합니다.

이 게임만의 것

같은 시기 메가드라이브에는 액션 게임이 넘쳤지만, 여성 주인공이 마법을 쓰며 1920년대 뉴욕을 뛰어다니는 게임은 이것뿐이었습니다. 소재의 독창성만으로도 기억할 가치가 있습니다.

액션 자체도 당시 기준으로 신경 쓴 부분이 많습니다. 아넷이 달릴 때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따로 흔들리고, 벽을 짚고 올라설 때의 동작이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런 세밀함이 조작의 무게감과 맞물려 캐릭터를 실제로 움직인다는 감각을 만듭니다.

난이도는 높은 편이고 조작에도 적응이 필요하지만, 분위기에 한번 빠지면 끝까지 가 보고 싶어집니다. 숨은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가 그 지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