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시이 퍼즐와 이리마센카
오이시이 퍼즐와 이리마센카 (Oishii Puzzle Ha Irimasenka) · 1993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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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장난스럽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맛있는 퍼즐 필요 없으세요, 정도 되는 말인데, 마치 노점상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권하는 것 같은 어투입니다. 1993년의 오락실은 낙하 퍼즐이 넘쳐 나던 곳이었고, 그 틈바구니에서 눈길을 끌려면 이런 식으로라도 말을 걸어야 했습니다. 화면 가득 채워진 음식 그림 역시 같은 목적이었을 겁니다. 배고픈 시간대에 이 기계 앞을 지나가면 괜히 한 판 하고 싶어지는 그런 화면이었습니다.
오이시이 퍼즐와 이리마센카(Oishii Puzzle Ha Irimasenka)는 화면 안에 놓인 조각들을 조건에 맞게 맞춰 지워 나가는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조각 하나하나가 음식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같은 것끼리 이어 붙이거나 줄을 세우면 사라지면서 점수가 됩니다. 혼자서 판을 정리하는 모드도 있지만, 이 게임의 진짜 자리는 화면을 반으로 갈라 둘이 겨루는 대전입니다.
퍼즐 대전의 기본 구도
이 시기의 아케이드 퍼즐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뼈대를 공유했습니다. 화면이 좌우로 나뉘고, 각자 자기 판을 정리하며, 많이 지울수록 상대 판에 방해물이 넘어갑니다. 상대가 보낸 방해물이 쌓여 자기 판이 꽉 차면 지는 것이지요. 이 게임도 그 구도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플레이는 두 가지 시선을 동시에 굴리는 일이 됩니다. 하나는 내 판을 어떻게 정리할지, 다른 하나는 상대 판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입니다. 초보자는 대개 자기 판만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방해물이 왕창 쏟아져 손도 못 쓰고 무너집니다. 상대 화면을 힐끗힐끗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첫 번째 관문입니다.
둘째 관문은 한꺼번에 지우는 감각입니다. 하나씩 부지런히 지우는 것보다, 조금 참았다가 여러 개를 한 번에 터뜨리는 편이 상대에게 훨씬 큰 부담을 줍니다. 다만 참는 동안 내 판도 차오르니,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곧 실력 차이가 됩니다.
음식이라는 소재가 하는 일
낙하 퍼즐에서 조각의 생김새는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색과 모양을 구분해야 하는 게임이라, 조각이 얼마나 서로 잘 구별되는지가 곧 조작감을 좌우합니다. 음식 그림은 이 점에서 유리합니다. 색이 확연히 다르고 형태도 제각각이라, 화면이 복잡해져도 무엇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동시에 이 소재는 게임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추상적인 도형이 떨어지는 화면은 아무래도 딱딱한데, 먹을 것이 화면을 채우면 처음 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앉습니다. 오락실 입장에서는 이런 게임이 하나쯤 있어야 다양한 손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993년의 퍼즐 홍수
1990년대 초반은 오락실 퍼즐의 전성기였습니다. 테트리스가 열어젖힌 시장에 뿌요뿌요와 컬럼스, 그리고 수많은 아류가 쏟아져 들어왔고, 어느 오락실에나 퍼즐 기계가 최소 두어 대는 있었습니다. 슈팅이나 격투 게임이 한 판에 몇 분씩 걸리는 데 비해 퍼즐은 회전이 빨라서, 업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이 시기에 나온 퍼즐 게임 대다수는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못한 채 사라졌습니다. 뿌요뿌요처럼 규칙 자체가 새로운 물건이 아니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몇 대 깔리다 마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오이시이 퍼즐와 이리마센카도 그런 무명작 쪽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만듦새가 부실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게임들은 규칙이 잘 다듬어져 있어서, 지금 다시 붙잡아 보면 몇 판 만에 규칙이 몸에 붙고 그대로 한 시간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소프트라는 이름
제작사인 선소프트는 아케이드와 가정용을 오가며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어 온 일본 회사입니다. 특유의 진한 사운드로 유명했고, 액션 게임 쪽에서 이름을 알린 곳이지만 퍼즐과 소품도 꾸준히 냈습니다. 크게 히트한 간판이 여럿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손대는 장르마다 기본기가 탄탄한 물건을 내놓는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이 널리 깔렸다는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쓴 게임은 국내에서 통칭이 붙기 어려웠고, 이 게임 역시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만나는 대부분의 분들에게는 사실상 처음 보는 새 게임일 것입니다.
처음이라면 이렇게
첫 판은 이기려 하지 말고 규칙을 눈으로 확인하는 데 쓰시길 권합니다. 무엇이 어떻게 놓였을 때 사라지는지, 사라진 뒤 남은 것들이 어떻게 내려앉는지, 방해물은 어떤 모양으로 넘어오는지를 한 판 동안 지켜보면 그다음부터 손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그다음은 판을 낮게 유지하는 습관입니다. 퍼즐 대전에서 지는 사람은 대부분 판이 높아진 상태에서 큰 한 방을 노리다 무너집니다. 판이 낮으면 실수해도 만회할 여유가 있고, 방해물이 와도 버틸 수 있습니다. 큰 연쇄는 여유가 있을 때 노리는 것이지, 급할 때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옆자리에 사람이 있다면 꼭 대전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부류의 퍼즐은 혼자 할 때보다 둘이 할 때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