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건맨
와일드 건맨 (Wild Gunman Japan USA) · 1984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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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앞에 서서 총을 겨누던 게임
옛날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에서 총이 달린 게임기를 만나면 일단 사람이 몰렸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화면을 겨눈다는 행위 자체가 다른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자세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그 감각을 집 안 텔레비전 앞으로 가져온 초창기 작품입니다. 화면 속 총잡이가 눈을 부라리고 서 있다가 신호가 뜨는 순간, 방아쇠를 얼마나 빨리 당기느냐로 승부가 갈립니다.
와일드 건맨(Wild Gunman)은 닌텐도가 광선총과 함께 내놓은 사격 게임입니다. 서부의 총잡이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화면에 발사 신호가 뜬 다음에 쏘아야 유효합니다. 신호보다 먼저 방아쇠를 당기면 반칙으로 처리되고, 늦으면 상대가 먼저 쏘아 이쪽이 쓰러집니다. 규칙이라고는 그것뿐인데, 그 한 줄로 게임 한 판이 완성됩니다.
뽑는 속도가 전부인 승부
이 게임의 재미는 기다림에 있습니다. 총잡이가 화면에 나타나 눈을 굴리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언제 신호가 뜰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몇 초 동안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가 신호가 뜨자마자 성급하게 당겨 반칙을 내는 것이 초보자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요령은 총구를 미리 상대의 몸통에 올려 두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신호를 보고 나서 총을 들어 겨누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조준은 끝내 놓고 손가락만 남겨 둔 채 기다리다가, 신호가 뜨는 순간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빠른 반응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세 가지 방식
한 명씩 차례로 상대하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상대의 실력이 단계마다 올라가서, 뒤로 갈수록 신호가 뜨고 상대가 쏘기까지의 여유가 눈에 띄게 짧아집니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눈 깜빡할 사이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변화를 감지하는 수준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두 명이 동시에 나타나는 방식은 성격이 다릅니다. 둘 중 누가 먼저 신호를 띄울지 모르는 상태에서 총구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가 문제가 되고, 가운데에 두면 양쪽 모두 반 박자씩 늦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순수한 반응 속도만이 아니라 위치 선정의 판단이 들어갑니다.
건물 창문에서 무법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방식도 있습니다. 앞의 두 가지가 정면 승부라면 이쪽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표적을 놓치지 않고 처리하는 게임이라, 같은 총을 들고도 완전히 다른 긴장을 줍니다.
광선총은 어떻게 맞았는지 압니다
이 시절 광선총에는 화면 좌표를 읽는 장치 같은 것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화면 전체가 아주 짧게 검게 변하고, 그다음 표적 자리에만 흰 사각형이 잠깐 뜹니다. 총구 안의 광센서가 이 밝기 변화를 감지하면 명중으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표적이 여럿일 때는 순서대로 하나씩 흰 사각형을 띄워 어느 표적을 맞혔는지 구분했습니다.
이 방식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동작합니다.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한 줄씩 그려지는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요즘의 평면 화면에서는 신호가 늦게 도착해 아예 맞지 않습니다. 옛날 광선총 게임팩이 지금 그대로 쓸 수 없는 물건이 되어 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닌텐도가 총을 쥐여 주던 시절
닌텐도는 가정용 게임기를 만들기 훨씬 전부터 광선총을 이용한 사격 놀이를 만들어 팔던 회사였습니다. 볼링장이나 실내 놀이 시설에 놓이던 큼직한 사격 기계가 있었고, 이 게임의 서부극 소재도 그 계보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입니다.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기계 장치를 화면 연출로 바꿨을 뿐, 총을 겨누고 기다리다 쏜다는 핵심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런 총 게임은 초창기 가정용 게임기가 단순한 화면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조종기 대신 실물 총을 쥐여 주는 것만으로, 텔레비전 앞이 놀이터가 된다는 인상을 확실히 남겼습니다.
국내 문방구 앞에서
국내에서 광선총은 게임팩보다 훨씬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총이 딸린 게임기를 가진 집이 동네에 하나 있으면 아이들이 몰려가 순서를 기다렸고, 문방구 앞에 놓인 기계에서 처음 만난 사람도 많았습니다. 총을 들고 화면 가까이 붙어 쏘면 잘 맞는다는 요령 아닌 요령이 아이들 사이에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한 판이 아주 짧습니다. 대신 그 짧은 시간에 몰리는 긴장은 여전합니다. 화면을 노려보다가 신호가 뜨는 순간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는지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반응 속도를 재는 아주 정직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