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워터 볼

워터 볼 (Water Balls) · 1996 · ABM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4년 타이토의 퍼즐 보블이 나온 뒤 몇 년 동안, 같은 색을 세 개 이상 붙여 지운다는 규칙을 빌려 온 게임이 유럽과 아시아의 작은 회사들에서 끝없이 나왔습니다. 이 게임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만 남다른 구석이 있는데, 공을 쏘는 주체가 대포도 용도 아니고 소방차를 몬 생쥐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작 화면에 흐르는 음악이 몬티 파이튼으로 유명한 행진곡입니다.

워터 볼(Water Balls)은 화면 아래에서 물줄기를 쏘아 위에 매달린 색깔 공들을 맞히고, 같은 색을 붙여 지워 나가는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쏠 색을 바꿀 수 있고, 화면에 깔린 공을 정해진 만큼 지우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규칙 자체는 처음 보는 사람도 한 판이면 익힙니다.

워터 볼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6)

각도를 재는 게임입니다

이런 종류의 퍼즐에서 실력은 한 가지에서 갈립니다. 조준을 얼마나 정확히 하느냐입니다. 발사대는 좌우로 각도를 틀 수 있고, 그 각도대로 공이 날아가 처음 닿는 자리에 붙습니다. 원하는 자리에 붙이려면 그 자리에 닿을 각도를 눈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초보자와 숙련자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술은 벽에 튕기는 사격입니다. 화면 옆 벽에 공을 맞히면 반대편으로 꺾여 나가고, 이것을 쓰면 위쪽 공에 가려 직선으로는 닿을 수 없던 자리에도 공을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감이 오지 않지만, 들어간 각도만큼 나온다는 원리만 이해하면 금세 손에 익습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공을 지우는 목적이 눈앞의 세 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쪽에서 다른 공들을 떠받치고 있는 공을 지우면, 그 아래에 매달려 있던 것들이 지지대를 잃고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한 발로 여러 개를 떨어뜨리는 이 수법이 점수와 진행 양쪽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지금 당장 세 개를 맞출 수 있어도, 두 수 뒤에 큰 덩어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참는 편이 낫습니다.

쏠 색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 게임에는 발사할 공의 색을 바꾸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느냐 없느냐가 이 계열 게임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색을 바꿀 수 없는 게임에서는 다음에 나올 색이 무엇이냐가 운의 영역이고, 원하지 않는 색이 손에 들어오면 화면 구석에 버리듯 쏘게 됩니다. 반대로 색을 고를 수 있으면 운의 비중이 줄고 계획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지금 화면에서 가장 큰 이득이 나는 색을 골라 쏠 수 있으니, 실수는 대부분 조준 실패가 아니라 판단 착오가 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급하게 쏘는 것이 손해입니다. 화면을 잠깐 보고 어느 색을 어디에 밀어 넣을지 정한 뒤 쏘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냅니다. 다만 대개 이런 게임에는 시간 압박이 걸려 있어서, 무한정 고민할 수는 없습니다. 몇 초 안에 판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

초반 판들은 공의 색이 두세 가지뿐이고 배치도 성깁니다. 대충 쏴도 붙고 대충 붙어도 지워집니다. 그러다 색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색이 늘수록 같은 색끼리 붙을 확률이 낮아지고, 잘못 붙인 공 하나가 화면을 계속 어지럽힙니다.

이 계열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지우지 못한 공이 쌓여 화면이 아래로 내려오는 상황입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조준 각도의 여유가 줄고, 여유가 줄면 실수가 늘고, 실수가 늘면 더 빨리 밀립니다. 그래서 초반에 여유가 있을 때 큰 덩어리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사실상 이 게임의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작은 회사가 만든 물건이라는 것

1990년대 중반 유럽과 아시아에는 아케이드 기판을 소량으로 만들어 파는 작은 회사가 많았습니다. 인기 있는 형식을 가져와 자기들 나름의 그림과 소리를 붙이는 것이 흔한 방식이었고, 이 게임도 그런 물건입니다. 시작 화면에 유명한 행진곡을 그대로 쓰고, 게임 오버 화면에서는 영화의 대사를 따다 쓰는 등, 저작권 개념이 느슨하던 시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사정 탓에 이 게임은 어디에서도 크게 유통되지 못했고, 지금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규칙이 탄탄한 형식을 빌려 왔기 때문에 게임 자체는 멀쩡히 굴러갑니다. 소방차를 몬 생쥐가 물을 쏜다는 발상만으로도 화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한 판이 짧고 규칙 설명이 필요 없어서, 눌러 보고 몇 초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직선으로만 쏘다가, 익숙해지면 벽에 튕기는 사격을 하나씩 시도해 보는 순서를 권합니다.

퍼즐 보블 계열을 좋아한다면 익숙한 손맛으로 곧장 즐길 수 있고, 색을 고를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운 때문에 억울해질 일도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