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투
원 투 (One Two) · 1997 · Ba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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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한쪽의 짝 맞추기
1990년대 후반 오락실에는 격투 게임 소리가 가득했지만, 벽 쪽 구석에는 늘 조용한 기계가 한두 대 있었습니다. 화면에 그림이 잔뜩 깔려 있고, 같은 것 두 개를 찾아 누르면 사라지는 그런 게임입니다. 앉은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고, 대신 화면을 오래 들여다봅니다. 대전이 붙은 옆자리와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이런 짝 맞추기 게임은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무기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화면을 삼십 초만 보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압니다. 그래서 오락실을 처음 들어온 사람이나, 격투 게임에서 지고 나온 사람이 잠깐 앉기에 좋았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원 투(One Two)는 화면에 늘어선 패 가운데 같은 그림 두 개를 골라 지워 나가는 매치 퍼즐입니다. 제한 시간 안에 판을 비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시간이 다하면 끝납니다. 마작패를 쓰는 계열과 뿌리가 같은 방식으로, 화면을 훑어 같은 모양을 찾아내는 눈이 곧 실력입니다.
조작은 커서를 옮기는 레버와 고르는 버튼뿐입니다. 반사신경이나 손가락 속도는 거의 필요 없고, 대신 화면 전체를 얼마나 빨리 스캔하느냐가 점수를 가릅니다. 아케이드 게임 가운데 가장 조작이 가벼운 축에 듭니다.
시간을 벌면서 푸는 법
처음 하면 대개 눈에 먼저 띈 짝부터 지웁니다. 이러면 후반에 남은 패들이 화면 곳곳에 흩어져서, 정작 시간이 부족할 때 찾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요령은 반대입니다. 한 구역을 정해 그 안에서 지울 수 있는 것을 몰아서 처리하고, 화면을 조금씩 비워 나가는 편이 나중이 편합니다.
두 번째 요령은 손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은 시간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못 찾겠다고 화면을 노려보는 동안 손해가 쌓입니다. 확실한 짝이 안 보이면 아무 구역이나 붙잡고 다시 훑는 편이 낫습니다. 시선을 한 번 리셋하면 방금 못 보던 것이 보입니다.
연속으로 빠르게 지워 나갈 때 붙는 보너스가 있는 계열이라면, 쉬운 짝을 일부러 몇 개 남겨 두었다가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하는 방법도 통합니다. 다만 너무 아끼다 시간이 먼저 끝나는 일이 잦으니, 여유를 봐 가며 써야 합니다.
매치 퍼즐이라는 계열
같은 그림을 짝지어 지우는 게임은 1980년대 후반 마작패를 쓰는 형태로 널리 퍼졌고, 이후 십 년 넘게 수많은 회사가 각자의 그림을 얹어 내놓았습니다. 규칙이 공용재나 다름없어서 진입 장벽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회사가 적은 인원으로 기판 하나를 내기에 이보다 알맞은 형태가 없었습니다.
같은 퍼즐이라도 테트리스나 뿌요뿌요처럼 위에서 떨어지는 계열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떨어지는 퍼즐은 시간에 쫓기며 손이 바쁘지만, 짝 맞추기는 손보다 눈이 바쁩니다. 한쪽은 반사신경, 다른 한쪽은 관찰력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오락실에서도 앉는 사람의 성향이 갈렸습니다.
1997년의 오락실 사정
1997년이면 국내 오락실이 정점을 지나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던 무렵입니다. 대형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 쪽으로 손님이 몰렸고, 뒤이어 컴퓨터방이 늘면서 오락실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작은 회사들은 개발비가 적게 드는 퍼즐 기판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르코 역시 그 시기 국내에서 아케이드 기판을 내놓던 이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름을 널리 알린 회사는 아니고 남은 자료도 많지 않지만, 국산 기판이 나오던 마지막 무렵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작을 만들 여력은 없어도 완결된 게임 하나를 내놓을 수는 있었던, 그 시절의 방식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화려한 구석은 없습니다. 대신 처음 눌러도 곧바로 이해되고, 몇 판 하다 보면 화면을 훑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짧은 시간에 손을 풀거나 머리를 식히는 용도로는 여전히 제 몫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