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트리스
웰트리스 (Welltris Alexey Pajitnovs World 2 Players) · 1991 · Video System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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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를 만든 사람이 직접 비튼 후속작
낙하 퍼즐이라고 하면 대부분 평평한 직사각형 판을 떠올리십니다. 위에서 블록이 내려오고, 좌우로 옮기고, 돌려서 빈칸에 끼워 넣는 그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판을 접어 버립니다. 화면 한가운데 네모난 바닥이 있고, 그 바닥을 둘러싼 네 개의 벽이 안쪽으로 기울어진 채 펼쳐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물 안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입니다.
블록은 그 네 벽 중 하나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벽을 다 내려오면 바닥에 눕고, 바닥이 채워지면 줄이 사라집니다. 처음 몇 판은 눈이 이 구조를 따라가지 못해서 멍하니 블록이 쌓이는 걸 보고만 있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물이라는 형태가 머릿속에 잡히면, 이 게임이 왜 만들어졌는지가 납득이 갑니다.
어떤 게임인가
웰트리스(Welltris)는 테트리스를 만든 알렉세이 파지트노프가 참여해 내놓은 낙하 퍼즐입니다. 이름부터가 우물을 뜻하는 웰(well)과 테트리스를 붙인 것으로, 평면이던 판을 삼차원 우물로 바꿔 놓은 것이 전부이자 핵심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블록을 벽 위에서 좌우로 밀고, 회전시키고, 원하면 빨리 떨어뜨립니다. 다른 점은 좌우로 민다는 개념이 벽을 넘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한 벽의 끝까지 밀면 블록은 옆 벽으로 넘어갑니다. 즉 좌우 이동에 끝이 없습니다. 계속 밀면 네 벽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목표는 테트리스와 같습니다. 바닥의 가로줄이나 세로줄을 빈칸 없이 채우면 그 줄이 지워지고 점수가 붙습니다. 바닥이 정사각형이라 가로와 세로 양쪽이 모두 지워지는 대상이고, 잘 쌓으면 한 번에 여러 줄이 동시에 사라집니다.
벽에 얹히는 것이 진짜 함정
이 게임에서 초보자가 가장 먼저 당하는 것은 바닥이 아니라 벽입니다. 블록이 벽을 타고 내려오는 도중에, 이미 바닥에 쌓여 있는 더미가 그 벽 쪽으로 높이 올라와 있으면 블록이 바닥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벽에 걸려 버립니다. 걸린 블록은 그 벽에 그대로 눌러붙어서 그 자리를 막습니다.
한 번 막히면 그 벽은 좁아집니다. 두 번 막히면 사실상 그 벽으로는 블록을 내려보낼 수 없습니다. 네 벽이 차례로 이렇게 막히면 쌓을 자리는 멀쩡한데 내려보낼 길이 없어서 끝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바닥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것보다, 네 벽에서 바닥으로 들어오는 입구 쪽을 비워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요령은 가장자리보다 가운데를 먼저 쓰는 것입니다. 평면 테트리스에서는 가운데를 비워 두고 양옆부터 채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데, 여기서는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우물 한가운데를 먼저 채우고 벽에 붙는 테두리를 마지막까지 낮게 두면, 어느 벽으로 들어와도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블록이 어느 벽에서 내려오느냐에 따라 같은 모양도 바닥에 다르게 눕습니다. 위쪽 벽에서 내려온 블록과 왼쪽 벽에서 내려온 블록은 화면에서 보기에 방향이 다릅니다. 이걸 머릿속에서 돌려 보는 것이 이 게임의 실제 난관이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회전 버튼을 눌러 놓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식으로 하게 됩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그럴 여유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잘하는 분들은 벽마다 자기 나름의 기준을 정해 두고, 블록이 나오는 순간 어느 벽으로 보낼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판단이 앞서 있으면 나머지는 미는 동작뿐이라 손이 따라갑니다.
평면 테트리스와 갈린 길
테트리스가 전 세계에 퍼진 뒤 수많은 변형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블록 모양을 바꾸거나 대전 요소를 넣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판 자체의 형태를 건드린 것은 드문 시도였고, 웰트리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과감한 쪽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변형은 원작만큼 널리 퍼지지는 못했습니다. 진입 장벽이 확실히 높기 때문입니다. 테트리스는 한 판만 봐도 규칙이 이해되는데, 이쪽은 우물이라는 공간 감각을 익히는 데 시간이 듭니다. 대신 그 감각이 잡힌 뒤에는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는 판단이 계속 생깁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테트리스만큼 자주 보이지는 않았지만, 퍼즐 기판이 모여 있던 곳에서는 한 대씩 돌아가곤 했습니다. 옆에서 보면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는데 자리에 앉으면 계속 붙잡게 되는, 그런 부류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