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유유의 퀴즈로 고고

유유의 퀴즈로 고고 (Yuuyu no Quiz de Go Go Japan) · 1990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오락실에 퀴즈 기계가 있던 시절

격투 게임과 슈팅 게임이 줄지어 선 오락실 한쪽에, 버튼 몇 개만 달린 조용한 기계가 놓여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화면에는 적도 총알도 없고 글자만 가득한데, 그 앞에 사람이 붙어 앉아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퀴즈 게임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일본 오락실에서는 이 갈래가 하나의 어엿한 장르로 굴러가고 있었고, 대형 제작사들이 저마다 퀴즈 기판을 내놓았습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반사신경이나 손재주 대신 아는 것의 양으로 승부를 보는 기계였고, 그래서 다른 기계 앞에서는 힘을 못 쓰던 사람이 여기서는 동네 고수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유의 퀴즈로 고고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어떤 게임인가

유유의 퀴즈로 고고(Yuuyu no Quiz de Go Go)는 화면에 문제가 나오면 보기 중에서 답을 골라 앞으로 나아가는 퀴즈 게임입니다. 문제를 맞히면 진행하고, 틀리면 기회를 잃습니다. 조작은 방향과 버튼으로 답을 고르고 확정하는 것이 전부여서, 게임 자체를 익히는 데는 한 판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이 게임의 문제는 일본어로 나옵니다. 일본 국내 손님을 대상으로 만든 기계이고, 문제 자체가 일본에서 통용되던 상식과 방송·연예 같은 시사 화제에 기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기계를 마주쳤을 때 실제로 즐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퀴즈 게임이 일본에서는 그렇게 흔했는데도 한국 오락실에서는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언어의 벽입니다.

유유의 퀴즈로 고고 보드·카드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퀴즈 게임의 한 판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처음 앉으면 할 일은 간단합니다. 문제를 읽고, 제한 시간 안에 보기 하나를 고르면 됩니다. 화면에 시간 막대가 줄어드는 것이 보이는데, 이 막대가 다 닳기 전에 손을 움직여야 합니다. 확신이 없더라도 시간을 다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아무거나 찍는 편이 낫습니다. 답을 안 고르면 무조건 틀린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초반에는 문제가 눈에 띄게 쉽습니다. 동전을 넣자마자 나가떨어지면 아무도 다시 넣지 않으니, 제작사들은 앞쪽 문제를 넉넉하게 풀어 두었습니다. 그러다 몇 문제를 넘기고 나면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갑니다. 이 급커브 구간이 퀴즈 게임의 수익 구조 그 자체였습니다.

막히는 지점은 대개 실력이 아니라 문제 풀의 문제입니다. 기판 안에 들어 있는 문제 수는 정해져 있어서, 오래 붙잡고 있다 보면 이미 봤던 문제가 다시 나옵니다. 그때부터는 아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고, 단골이 기록판을 독점하는 광경이 흔했습니다.

타이토라는 회사

타이토는 1978년 스페이스 인베이더로 오락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 낸 회사입니다. 버블 보블과 다라이어스, 체이스 H.Q. 같은 대표작으로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넓은 범위에서 기판을 찍어 내던 곳이었습니다. 슈팅, 액션, 벨트스크롤, 퍼즐에 더해 이런 퀴즈물까지 손을 댄 것은 당시 일본 오락실 시장에서 장르마다 손님층이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퀴즈 게임은 제작 비용 면에서도 매력이 있었습니다. 복잡한 동작이나 물리 연산이 필요 없고, 화면을 꽉 채울 스프라이트를 그릴 일도 적습니다. 대신 문제를 모으고 다듬는 일이 개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래픽 기술로 경쟁하던 시기에, 콘텐츠의 양으로 승부하는 별종이었던 셈입니다.

지금 해 볼 만한가

솔직히 말하면 일본어를 읽지 못하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보기를 찍는 것은 동전 던지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실력으로 돌파하는 부류가 아니라, 그 시절 일본 오락실의 한구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창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일본어가 되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1990년 전후에 무엇이 상식으로 통했고 어떤 화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지가 문제 속에 그대로 박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시대를 기록하는 방식으로는 이만큼 직접적인 것도 드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