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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이터널 듀얼리스트 소울

유희왕 이터널 듀얼리스트 소울 (Yu Gi Oh the Eternal Duelist Soul U mode7) · 200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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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사지 않고 덱을 짜는 방법

유희왕이 유행하던 시절, 좋은 덱을 만들려면 결국 돈이 필요했습니다. 원하는 카드는 잘 나오지 않고, 나온 카드끼리는 잘 맞물리지 않았습니다. 문방구 앞에서 팩을 뜯으며 원하는 카드가 나오길 기다려 본 분이라면 그 답답함을 아실 겁니다.

휴대용 게임기로 나온 이 작품은 그 답답함을 상당 부분 덜어 줍니다. 게임 안에서 카드를 모으고, 덱을 짜고, 실제로 돌려 보며 이 조합이 정말 굴러가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 보던 덱을 실제로 시험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물건이었습니다.

유희왕 이터널 듀얼리스트 소울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2)

어떤 게임인가

유희왕 이터널 듀얼리스트 소울(Yu-Gi-Oh! The Eternal Duelist Soul)은 카드 게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대전 중심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덱을 구성하고, 등장인물들과 차례로 듀얼을 벌이며 이겨 나갑니다.

한 판의 흐름은 카드 게임의 규칙을 따릅니다. 서로 라이프 포인트를 갖고 시작해, 턴을 주고받으며 몬스터를 소환하고 마법과 함정을 걸어 상대의 라이프를 깎습니다. 상대 라이프를 먼저 0으로 만들면 승리입니다. 화면에서 할 일은 손에 든 카드 중 무엇을 낼지, 어느 위치에 놓을지, 공격할지 지킬지를 고르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유희왕 이터널 듀얼리스트 소울 RPG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2)

덱을 짜는 것이 본체입니다

이 게임의 진짜 재미는 듀얼 자체보다 듀얼 전에 있습니다. 어떤 카드를 넣고 뺄지 정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강한 카드를 잔뜩 모아 놓는다고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소환 조건이 까다로운 카드만 들어 있으면 손에 잡히고도 쓰지 못하고, 상황을 정리하는 카드가 없으면 한 번 밀린 판을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덱을 손보는 일은 계속됩니다. 지고 나서 왜 졌는지 되짚고, 그때 있었으면 좋았을 카드를 한 장 넣고, 대신 잘 안 쓰는 카드를 뺍니다. 그렇게 조금씩 다듬다 보면 어느 순간 덱이 눈에 띄게 매끄러워집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 게임에 오래 붙어 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벽은 초반 덱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시작 시점에 가진 카드로는 원하는 조합을 만들기 어렵고, 그래서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힘든 싸움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분이 많은데, 듀얼을 반복하며 카드를 불려 가는 것이 본래 설계된 흐름입니다.

요령을 꼽자면 덱을 필요 이상으로 두껍게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카드를 많이 넣을수록 정작 뽑고 싶은 카드가 손에 오지 않습니다. 핵심이 되는 카드 몇 장을 정하고 그 카드가 잘 나오도록 나머지를 구성하는 편이 승률이 훨씬 좋습니다. 또 공격 표시와 수비 표시를 상황에 따라 바꿔 주는 기본기를 익히는 것만으로도 초반의 답답함이 크게 줄어듭니다.

규칙을 게임으로 배우기

실물 카드 게임은 규칙이 복잡해서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무엇을 언제 발동할 수 있는지, 어떤 순서로 처리되는지를 사람끼리 판단하다 보면 다툼도 생깁니다. 게임기로 하면 그 모든 처리를 기기가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규칙을 모르는 채로 시작해도 몇 판 하다 보면 흐름이 몸에 익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카드 게임 이식작들은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게임으로 규칙을 익힌 다음 실물 카드로 넘어가는 순서를 밟은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겹치면서, 카드를 직접 살 형편이 아니어도 듀얼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요즘 카드 게임에 익숙한 분이라면 화면 구성이 소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출도 절제되어 있고, 진행도 담백합니다. 그러나 카드를 고르고 덱을 고치고 다시 부딪치는 그 순환은 지금 해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특히 한 판이 길지 않아 짬이 날 때 한 듀얼씩 하기에 알맞습니다. 이겼을 때보다 졌을 때 덱을 고치고 싶어지는 게임이라, 붙잡으면 생각보다 오래 잡고 있게 됩니다. 그 시절 카드를 모으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반가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