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대전격투 (마스터시스템)
드래곤: 브루스 리 스토리 (Dragon the Bruce Lee Story Europe) · 1994 · Vi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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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게임이 되기까지
1993년에 개봉한 이소룡 전기 영화가 흥행하자, 그 판권을 받아 여러 기종으로 동시에 게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마스터시스템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영화가 이소룡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였던 것과 달리, 게임은 그중 싸우는 장면만 잘라 내 대전격투의 틀에 얹었습니다. 스토리를 기대하고 켠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이소룡을 직접 조작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당시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판권 게임이 흔히 그렇듯, 같은 제목을 달고도 기종마다 내용이 꽤 달랐습니다. 8비트 기종용으로 만들어진 이 판본은 화면 구성부터 기술 구성까지 상위 기종판과 별개의 물건에 가깝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이소룡 대전격투(Dragon: The Bruce Lee Story)는 화면 양쪽 끝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이 체력이 다할 때까지 맞붙는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소룡을 조작하고, 상대만 단계마다 바뀝니다. 체력 막대가 위쪽에 나란히 있고, 라운드를 먼저 따내는 쪽이 이깁니다.
조작은 이 시절 8비트 대전격투의 표준을 따릅니다. 방향키로 전후 이동과 점프, 앉기를 하고 두 개의 버튼으로 주먹과 발차기를 냅니다. 서서, 앉아서, 뛰면서 내는 공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 수는 버튼 수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소룡답게 발차기 쪽 판정과 사거리가 좋아서, 거리를 재다가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뻗는 앞차기가 기본기가 됩니다.
이소룡의 기술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들이 기술로 들어가 있습니다. 옆으로 몸을 눕혀 길게 차는 사이드킥, 뒤로 돌며 뻗는 뒷차기, 근접에서 빠르게 몰아치는 연타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사이드킥은 사거리가 길어 상대의 접근 자체를 막는 용도로 유용합니다.
특정 단계에서는 쌍절곤 같은 무기를 손에 쥔 상태로 싸우기도 합니다. 무기를 든 쪽은 사거리와 위력이 올라가므로, 무기가 바닥에 놓인 구간에서는 먼저 집는 쪽이 그 라운드를 크게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반대로 상대가 무기를 잡았다면 무리해서 들어가지 말고, 헛휘두르는 틈을 노려 파고드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략의 요령
8비트 대전격투 대부분이 그렇듯, 이 게임도 안전한 기술을 반복하는 쪽이 강합니다. 상대와의 거리를 자기 발차기가 닿는 딱 그 지점에 맞춰 두고, 상대가 한 걸음 들어오는 순간에만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싸우면 체력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점프 공격은 화면에 오래 떠 있어 대공에 걸리기 쉬우니, 상대가 뭔가를 크게 휘두른 직후에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
구석에 몰리는 상황이 가장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으면 연타를 그대로 다 맞아야 하므로, 체력이 앞서고 있더라도 화면 가운데로 자리를 되돌리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를 구석에 밀어붙였다면 그 상태에서 압박을 끊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승리 공식입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상대의 반응이 빨라지고 공격을 흘려보내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후반부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체력 절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욕심내는 큰 기술보다 짧게 툭툭 끊어 치는 운영이 결국 오래갑니다.
8비트에 남은 이소룡
그래픽은 소박하지만 캐릭터의 실루엣과 동작은 이소룡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노란 트레이닝복 차림이나 특유의 자세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전격투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같은 시기 오락실 명작들과 견줄 물건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 개봉 직후 그 열기 속에서 이소룡을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였다는 점에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