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저스트 (Joust Green Label) · 1982 · William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말이 아니라 타조를 타고 창을 든 기사가 하늘을 납니다. 상대도 똑같이 새를 타고 날아오는데, 부딪히는 순간 승부를 가르는 것은 힘이 아니라 높이입니다. 조금이라도 위에 있는 쪽이 이깁니다. 이 한 줄짜리 규칙만으로 40년 넘게 사람들이 붙잡고 있는 게임입니다.
저스트(Joust)는 윌리엄스가 1982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화면 하나에 떠 있는 발판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적을 하나씩 떨어뜨리고, 다 정리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좌우 레버와 날갯짓 버튼 하나가 전부입니다.
날갯짓이라는 조작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것은 버튼을 누르는 리듬입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새가 한 번 퍼덕여 조금 떠오르고, 가만히 두면 서서히 내려앉습니다. 계속 누르고 있으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연타한 만큼만 올라갑니다. 그래서 원하는 높이에 머무르려면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두드려야 합니다.
좌우 이동에는 관성이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날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도 곧바로 돌아서지 않고 미끄러지듯 밀려납니다. 이 미끄러짐을 계산에 넣지 못하면 원하는 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그 순간 위에서 적이 내려옵니다. 초보와 숙련자의 차이는 거의 전부 이 관성 다루기에서 나옵니다.
충돌 판정은 단순합니다. 두 기수가 부딪힐 때 창끝이 더 높은 쪽이 이기고, 진 쪽은 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이 알을 빨리 주워 먹지 않으면 다시 부화해 새로운 기수로 되살아나기 때문에, 떨어뜨린 뒤 마무리까지 해야 판이 정리됩니다.
판이 진행되면서 벌어지는 일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적이 빨라지고 종류가 바뀝니다. 처음에는 느릿하게 다가오던 상대가 나중에는 이쪽 높이를 계속 따라 올라오며 압박합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몰려오는 상황에서 한 마리만 보고 있다가 옆에서 받히는 것이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화면 아래쪽 용암 구덩이도 조심해야 합니다. 여기에 너무 낮게 내려가면 손이 뻗어 나와 끌어당깁니다. 위험한 자리인데도 알이 여기 굴러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욕심을 내다 같이 빨려 들어가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알 하나 포기하는 판단이 목숨 하나보다 쌉니다.
발판 배치도 판마다 달라집니다. 발판이 적어지는 구성이 나오면 안전하게 쉴 곳이 사라져서 계속 날아다녀야 하고, 그만큼 실수가 늘어납니다. 이 게임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규칙이 아니라 이렇게 같은 규칙 위에서 상황을 바꿔가며 압박하는 설계에 있습니다.
둘이 할 때가 진짜입니다
두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는데,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성립하는 것이 이 게임의 별난 점입니다. 둘이 힘을 합쳐 적을 정리할 수도 있지만, 서로 부딪히면 아래에 있던 쪽이 튕겨 나갑니다. 알을 먼저 주우려고 다투다가 둘 다 용암에 빠지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관계가 판마다 달라집니다. 어려운 구간에서는 자연스럽게 협력하다가, 점수 붙는 알 하나 앞에서는 서로를 밀어냅니다. 이런 미묘한 긴장 때문에 두 명이 함께 할 때의 기억이 유난히 오래 남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윌리엄스는 이 시기에 디펜더 같은 어려운 게임으로 이름이 나 있던 회사입니다. 조작이 복잡하고 인정사정없는 난이도가 특징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조작을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깊이는 유지한 드문 예에 속합니다. 버튼 하나로 이렇게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초기 기판 시절에 들어와 있던 곳이 있었고, 나중에는 여러 대를 모아 놓은 합본 기판으로 더 많이 접했습니다. 타조를 탄다는 그림이 워낙 눈에 띄어서 이름은 몰라도 화면을 보면 기억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지금 해 보면 처음 몇 판은 계속 떨어져서 당황하게 됩니다. 버튼을 얼마나 자주 눌러야 원하는 높이에 뜨는지 몸에 익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게임이 되니, 조금은 참고 붙잡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