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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스

젝스: 엔터 더 게코 (Gex Enter the Gecko) · 1998 · Crystal Dyna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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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간 도마뱀

90년대 후반에는 회사마다 마스코트 캐릭터를 하나씩 만들어 3D 플랫폼 게임에 태우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이 게임이 눈에 띄었던 건 주인공이 도마뱀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마뱀이니까 벽에 딱 붙어 기어오르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다니고,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때립니다. 캐릭터의 생물학적 특징을 그대로 조작으로 옮긴 셈입니다.

무대 설정도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이 텔레비전 안으로 빨려 들어가, 채널을 옮겨 다니듯 서로 다른 세계를 헤맵니다. 공포 영화 채널, 만화 채널, 서부극 채널처럼 단계마다 장르가 통째로 바뀌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젝스 플랫폼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8)

어떤 게임인가

젝스(Gex: Enter the Gecko)는 3D 공간을 뛰어다니며 수집품을 모으고 출구를 찾는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각 단계에는 리모컨 모양의 수집품이 여러 개 흩어져 있는데, 이걸 일정 개수 이상 모아야 다음 구역의 문이 열립니다. 단계 하나를 여러 번 반복해 들어가며 조건이 다른 리모컨을 하나씩 챙기는 구조입니다.

전투는 단순합니다. 꼬리로 후려치는 기본 공격이 있고, 위에서 밟는 방식도 통합니다. 그리고 불이나 얼음 같은 성질을 지닌 것을 삼키면 잠시 그 속성의 공격을 쓸 수 있습니다. 적을 처리하는 것보다 지형을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게임입니다.

젝스 플랫폼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8)

벽과 천장을 쓰는 이동

이 게임의 조작에서 가장 개성 있는 부분이 벽 타기입니다. 특정 재질의 벽에 다가가면 그대로 붙어 기어오를 수 있고, 그 상태로 천장까지 넘어가 거꾸로 매달린 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점이 뒤집혀 헷갈리지만, 익숙해지면 아래로는 도저히 못 갈 곳을 위로 돌아가는 길이 계속 보이기 시작합니다.

꼬리를 이용한 공중 회전도 자주 씁니다. 점프하고 나서 꼬리를 휘두르면 체공 시간이 살짝 늘어나, 아슬아슬한 발판 사이를 넘을 때 요긴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발판에서 자꾸 떨어진다면 이 동작을 안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집품을 모으는 흐름

리모컨은 종류가 나뉩니다. 단계를 그냥 끝내면 주는 것, 숨겨진 구역에서만 나오는 것, 제한 시간 안에 특정 과제를 해내야 주는 것 등이 있습니다. 처음 들어갈 때는 욕심내지 말고 길만 익히고 나오는 편이 낫습니다. 지형을 다 알고 나서 두 번째로 들어가면 시간제한 과제가 훨씬 쉬워집니다.

숨겨진 구역은 대개 눈에 잘 안 띄는 좁은 틈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야 보이는 위치에 있습니다. 카메라를 수동으로 돌려 주변을 한 바퀴 살펴보는 습관이 이 게임에서는 꽤 중요합니다. 3D 플랫폼 게임 초창기라 카메라가 저절로 좋은 각도를 잡아 주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삼키기와 속성 공격

젝스는 도마뱀이라 혀로 무언가를 삼킬 수 있습니다. 불이 붙은 물체를 삼키면 잠시 불꽃 공격이 나가고, 얼음이나 전기 성질을 지닌 것을 삼키면 그에 맞는 공격으로 바뀝니다. 지속 시간이 짧아 상시 전력으로 쓰기는 어렵지만, 특정 적이나 장애물은 이 속성이 있어야만 처리됩니다.

그래서 길이 막혔다고 느껴지면 주변에 삼킬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요령입니다. 얼어붙은 문 앞에서 한참 헤매다가, 조금 떨어진 곳의 불덩이를 삼키고 오면 간단히 열리는 식의 구조가 곳곳에 있습니다.

이 시절 3D 플랫폼 게임 중에서

같은 시기 쏟아진 마스코트 플랫폼 게임들과 견주면, 이 게임은 조작보다 분위기로 승부한 쪽에 가깝습니다. 단계마다 장르가 바뀌는 구성 덕분에 배경과 적의 생김새가 계속 새로워지고, 주인공이 상황마다 방송이나 영화를 흉내 내는 대사를 던집니다. 그 수다스러움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조작 감각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다소 미끄럽고, 카메라도 손이 자주 갑니다. 하지만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동은 지금 해 봐도 다른 게임에서 잘 안 나오는 감각입니다. 짧게 켜서 한 단계씩 밀기 좋은 구성이라, 3D 플랫폼 게임 초창기의 분위기를 확인해 보고 싶다면 부담 없이 잡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