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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오락실)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World REV a)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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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흔들리는 오락실

1990년대 중반 오락실에서 이 기계 앞에 처음 섰을 때 가장 놀라운 건 화면이 아니라 몸이었습니다. 캐비닛은 영화에 나오는 투어 차량 뒷좌석 모양을 하고 있었고, 좌석 아래에는 유압 장치가 들어 있어서 화면 속에서 차가 흔들리거나 공룡이 덤벼들면 앉아 있는 사람의 몸도 같이 흔들렸습니다. 총을 쥐고 화면을 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났는데, 거기에 좌석이 튀어 오르니 줄이 길게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화가 극장에서 공룡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직후였기 때문에 시기도 완벽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오락실에서 그 세계에 총을 들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이 기계의 최대 무기였습니다.

쥬라기 공원 (오락실)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3)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은 총을 들고 화면에 나타나는 공룡과 위협 요소를 쏘아 넘기는 레일 슈터입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경로를 따라 시점이 이동하고, 그 길목마다 튀어나오는 대상을 제한된 탄으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총구를 화면 밖으로 향한 채 방아쇠를 당기면 재장전되는, 그 시절 건 슈팅의 표준 조작을 그대로 씁니다.

목표는 살아남아 구간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화면 안에는 공격해 오는 공룡뿐 아니라 함께 이동하는 차량이나 동료를 지켜야 하는 상황도 섞여 나오는데, 이런 대상이 당하면 그대로 손해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눈앞의 적만 쏘는 것이 아니라 화면 구석에서 접근하는 위협을 먼저 걸러 내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쥬라기 공원 (오락실)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3)

그 시절 기술이 부린 재주

이 기계는 세가의 대형 기판 위에서 돌아갔고, 평면 스프라이트와 입체 폴리곤을 함께 써서 공간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 보면 소박하지만, 당시 건 슈팅 대부분이 배경까지 통째로 그림이던 시절에 길이 앞으로 뻗어 나가고 좌우로 꺾이는 감각을 준 것은 큰 차이였습니다.

여기에 좌석 구동 장치가 더해지면서 화면과 몸이 함께 움직이는 체감형 기계가 완성됐습니다. 세가가 이 무렵 밀고 있던 방향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화면만 보는 게임이 아니라 기계 자체가 놀이기구가 되는 대형 캐비닛으로 오락실의 중심을 차지하려던 시기였고, 이 작품은 영화 판권과 그 노선이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쥬라기 공원 (오락실)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3)

처음 하는 사람이 죽는 이유

건 슈팅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화면 한가운데만 쏘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위험은 대개 화면 가장자리나 아래쪽에서 슬그머니 다가옵니다. 정면에서 크게 포효하는 공룡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오히려 덜 위험하고, 옆에서 붙는 작은 개체를 놓쳤을 때 체력이 깎입니다.

두 번째는 재장전 타이밍입니다. 탄이 다 떨어진 뒤에 허둥지둥 재장전하면 그 사이에 맞습니다. 위험한 구간에 들어서기 직전, 화면이 잠시 비는 순간마다 습관적으로 재장전해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남은 탄으로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하는 것보다 미리 채워 두는 쪽이 언제나 낫습니다.

세 번째는 지켜야 할 대상을 잊는 것입니다. 자기 몸만 신경 쓰다가 보호 대상이 당하는 순간, 잘 진행하던 판이 갑자기 무너집니다. 화면에 동료나 차량이 등장하는 국면에서는 우선순위를 그쪽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대접

국내에서도 이 기계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만 좌석 구동 장치까지 온전히 갖춘 대형 캐비닛은 규모 있는 오락실에나 들어왔고, 동네 문방구 앞 소형 기계와는 다른 급으로 취급됐습니다. 한 판 요금도 일반 기판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한 번씩 돌아가며 앉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당시 오락실에서 건 슈팅은 이미 익숙한 장르였지만, 영화의 공룡을 눈앞에서 상대한다는 소재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총을 쏘는 재미보다도, 화면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얼굴을 들이밀 때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까지 같이 놀라던 그 분위기가 이 기계를 기억하게 만듭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해 보면 좌석은 흔들리지 않지만, 화면 구성과 등장 타이밍만으로도 그 시절 오락실의 소란스러움이 꽤 잘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