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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스포츠 클럽

캡콤 스포츠 클럽 (Capcom Sports Club 971017 Euro) · 1997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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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게임으로 이름을 날리던 회사가 어느 날 스포츠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세 개를 한 기판에 담아서 말입니다. 동전을 넣고 테니스를 칠지 축구를 할지 농구를 할지 고르게 하는 이 구성은, 당시로서도 꽤 대담한 시도였습니다.

캡콤 스포츠 클럽(Capcom Sports Club)은 테니스, 축구, 농구 세 종목을 한 게임 안에 담은 스포츠 모음집입니다. 각 종목은 스매시 스타즈, 킥 스타즈, 덩크 스타즈라는 이름을 따로 달고 있고, 혼자 컴퓨터를 상대하거나 두 사람이 붙을 수 있습니다.

캡콤 스포츠 클럽 기타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7)

만화 같은 선수들

세 종목 모두 실제 선수를 흉내 내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은 머리가 크고 표정이 과장된 만화체 캐릭터들이고, 동작 하나하나가 현실보다 훨씬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 회사가 격투 게임에서 쌓아 온 도트 연출 감각이 그대로 스포츠에 옮겨진 셈입니다.

그래서 규칙은 스포츠인데 감촉은 액션 게임에 가깝습니다. 공을 치고 던지는 동작에 격투 게임 같은 타격감이 붙어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화면을 크게 쓰는 연출이 들어갑니다. 스포츠 시뮬레이션을 기대하면 어긋나지만, 오락실 게임으로서는 정확한 선택입니다.

조작도 간결합니다. 복잡한 규칙을 외우지 않아도 몇 번 눌러 보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처음 앉은 사람도 곧바로 한 판을 끝낼 수 있습니다.

캡콤 스포츠 클럽 기타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7)

세 종목의 무게 차이

세 종목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건 테니스입니다. 공을 주고받는 리듬과 코트를 좌우로 뛰어다니는 긴장감이 잘 살아 있어서, 이것 하나만 따로 떼어 내 기판으로 내놓아도 충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축구와 농구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오락실 구조에 맞추다 보니 규칙이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고, 인원도 실제 경기보다 적게 나옵니다. 대신 그만큼 전개가 빠르고 득점이 자주 나옵니다.

어느 종목을 고르든 2인 대전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컴퓨터를 상대할 때는 패턴이 금방 읽히지만, 사람과 붙으면 단순한 조작 안에서도 심리전이 생깁니다.

시대의 끝자락에서

이 게임이 나온 시점은 2D 기판이 마지막 전성기를 지나던 때였습니다. 3D 스포츠 게임이 이미 오락실을 채우기 시작했고, 도트로 그린 스포츠 게임이 설 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크게 흥행하지 못했고, 같은 회사의 격투 게임들에 비하면 언급되는 일도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세 종목을 한 기판에 담아 놓은 구성 덕분에 지금도 여럿이 모였을 때 꺼내기 좋은 게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종목이 지겨워지면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이 단순한 장점 하나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게임을 다시 켜게 만드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