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캡틴 츠바사 2

캡틴 츠바사 2 슈퍼 스트라이커 (Captain Tsubasa Vol Ii Super Striker Japan) · 1990 · Tecm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공을 잡으면 시간이 멈춥니다

축구 게임인데 드리블 조작이 없습니다. 공을 잡는 순간 화면이 멈추고 메뉴가 뜹니다. 드리블, 패스, 슛 중에 무엇을 할지 고르면 그제서야 선수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수비수가 앞을 막으면 다시 멈추고, 이번에는 돌파할지 패스로 빼줄지 고릅니다.

처음 잡으면 축구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나 싶어 어리둥절합니다. 그런데 몇 경기 하다 보면 이게 만화를 그대로 옮긴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원작에서 슛을 쏘기 전에 몇 페이지에 걸쳐 뜸을 들이던 그 호흡을, 게임이 멈춤과 선택으로 재현한 겁니다.

캡틴 츠바사 2 RPG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0)

어떤 게임인가

캡틴 츠바사 2(Captain Tsubasa Vol. II: Super Striker)는 타카하시 요이치의 축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커맨드 선택형 축구 게임입니다. 실시간으로 선수를 조작하는 대신, 공을 가진 선수가 무엇을 할지 명령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애니메이션으로 지켜보는 구조입니다. 전작에 이어 나온 속편으로, 츠바사가 브라질로 건너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경기는 스토리를 따라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한 경기가 끝나면 다음 상대가 정해지고, 그 사이사이에 만화 컷 같은 대사 장면이 들어갑니다. 축구 게임이라기보다는 축구를 소재로 한 RPG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이유입니다.

필살 슛과 기력

이 게임의 핵심은 필살기입니다. 선수마다 고유한 슛이 있고, 쏠 때마다 기력이 깎입니다. 기력은 경기 중에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쓸지가 승부를 가릅니다. 전반부터 필살 슛을 남발하면 후반에 평범한 슛밖에 못 쏘게 되고, 그러면 상대 골키퍼가 가볍게 막아냅니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로 기력이 있습니다. 강한 슛을 계속 막게 만들어 골키퍼의 기력을 먼저 바닥낸 다음, 그때 결정타를 넣는 전략이 통합니다. 한 골을 넣기 위해 앞선 몇 번의 실패한 슛이 포석이 되는 셈입니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각 선수의 대표 기술이 그대로 들어 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슛을 고르면 화면 가득 연출이 들어가고, 공이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골키퍼가 반응하는 컷이 이어집니다.

수비도 선택입니다

공을 뺏길 때도 선택이 이어집니다. 상대가 슛을 쏘면 우리 쪽 수비수가 몸으로 막을지, 골키퍼에게 맡길지 고르게 됩니다. 몸으로 막으면 그 선수의 기력이 깎이지만 실점을 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 내내 자원을 배분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누구의 기력을 아끼고 누구를 소모시킬지, 지금 이 장면이 승부처인지 아닌지를 계속 판단하게 됩니다. 조작은 단순한데 생각할 거리는 적지 않습니다.

만화를 아는 사람에게

실시간 조작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여느 축구 게임을 기대하고 잡으면 당황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라면 오히려 이쪽이 만족스럽습니다. 좋아하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고, 그 장면을 내 선택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국내에서도 이 만화는 오래 읽혔고, 주인공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그냥 축구 만화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금 다시 잡아 보면 커맨드 선택이라는 낯선 방식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