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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뱃 호크

컴뱃 호크 (Combat Hawk) · 1987 · Sanritsu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보통 사격 게임은 조준점을 움직여 표적에 맞춘 다음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조준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대신 버튼이 세 개 있고, 각각 화면의 왼쪽과 가운데와 오른쪽을 맡습니다. 적이 왼쪽에서 나타나면 왼쪽 버튼, 오른쪽에서 나타나면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조준하는 시간을 없애 버리고 순전히 반응 속도만 겨루게 만든, 아주 단호한 설계입니다.

컴뱃 호크(Combat Hawk)는 1인칭 시점에서 사방에서 나타나는 적을 쏘아 넘기는 반사신경 사격 게임입니다. 조작은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레버와 앞서 말한 세 개의 사격 버튼입니다. 화면은 세로로 서 있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습니다. 화면을 돌아다니며 피하는 게임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눈과 손가락만 쓰는 게임입니다.

컴뱃 호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세 개의 버튼이라는 발상

이 조작 방식은 앞선 시절의 다른 게임에서 이미 검증된 것입니다. 같은 개발사가 몇 해 전에 내놓았던 게임이 은행 창구 세 곳을 각각 버튼에 대응시키는 방식이었고, 그 방식이 여기에 다시 쓰였습니다. 하드웨어 계보로도 이 게임은 그 작품의 후손에 해당합니다.

세 버튼 방식의 매력은 배우는 데 시간이 전혀 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면 왼쪽에 뭔가 나타나면 왼쪽 버튼.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앉은 사람도 곧바로 게임에 들어갈 수 있고, 대신 난이도는 순전히 속도로 올라갑니다.

문제는 손가락이 헷갈리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좌우가 동시에 나타나거나, 방금 왼쪽을 눌렀는데 다음이 오른쪽일 때 손이 꼬입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눈으로 본 것과 손가락이 누르는 것이 어긋나서 엉뚱한 방향을 쏘게 됩니다. 이 게임의 실력이란 결국 이 어긋남을 줄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티는가

첫 번째 요령은 손가락을 세 버튼 위에 미리 올려 두는 것입니다. 누를 때마다 손을 옮기면 그만큼 늦어집니다. 세 손가락을 각각 한 버튼씩 맡겨 두고 움직이지 않는 자세가 기본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전체를 흐릿하게 보는 것입니다. 한 곳을 뚫어지게 보면 다른 쪽에서 나타나는 것을 놓칩니다. 시선을 화면 가운데에 두고 주변시로 좌우를 감지하는 방식이 이런 게임에서는 훨씬 유리합니다. 눈을 움직이는 것보다 눈을 고정하는 것이 빠릅니다.

세 번째는 리듬입니다. 이런 게임의 적은 대개 정해진 순서와 간격으로 나옵니다. 몇 판 반복하면 다음이 언제 나올지 몸이 먼저 알게 되고, 그때부터 점수가 크게 뛰기 시작합니다. 처음 몇 판에서 점수가 안 나오더라도 그건 아직 리듬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사신경 게임의 자리

1980년대 오락실에는 이렇게 조작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반응 속도만 겨루게 만든 게임들이 한 갈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화면을 돌아다니거나 길을 찾는 요소를 다 걷어 내고, 나온다, 누른다, 맞았다 혹은 틀렸다는 순환만 남긴 형태입니다.

이런 게임은 한 판이 아주 짧습니다. 실수 한 번이 곧바로 손해로 이어지고, 몇 초 만에 끝나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시 넣게 만드는 힘이 강했습니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 회전이 빠른 기계였고, 손님 입장에서는 방금 실수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에 계속 앉아 있게 되는 종류였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산리츠는 자체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가를 통해 내보낸 작품들로 오락실에 흔적을 남긴 개발사입니다. 만드는 회사와 이름을 붙여 파는 회사가 나뉘어 있던 그 시절 구조를 잘 보여 주는 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런 형식의 게임은 대체로 구석에 놓이는 편이었습니다. 화면이 화려하지 않고 한 판이 짧아서, 오래 앉아 실력을 자랑하는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기다리는 동안 잠깐 손을 푸는 용도로는 알맞았습니다. 지금 열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배울 것이 없고, 몇 판이면 자기 반응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