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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커맨드 메가CD판

코브라 커맨드 (Cobra Command) · 1992 · Wolf Team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 가득 애니메이션이 흐르고,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정해진 순간에 맞는 방향으로 조종간을 꺾는 것뿐입니다. 1980년대 오락실을 잠깐 뒤흔들었던 레이저디스크 게임의 방식입니다. 영상은 화려한데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적다는 비판을 늘 들었지만, 그 시절에는 화면 하나만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오락실 원작을 시디를 쓰는 가정용 기기로 옮겨 온 작품입니다.

코브라 커맨드(Cobra Command)는 전투 헬리콥터를 몰고 적진을 돌파하는 게임입니다. 미리 그려 둔 애니메이션이 계속 흐르고, 화면에 신호가 뜨면 그에 맞춰 방향을 꺾거나 사격 버튼을 누릅니다. 반응이 늦거나 틀리면 헬리콥터가 부딪히거나 격추당하고, 그 장면이 그대로 재생됩니다.

코브라 커맨드 메가CD판 슈팅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2)

이 게임을 하는 방법

기본은 반응입니다. 화면 어딘가에 방향 표시가 나타나면 그 방향으로 입력해야 합니다. 건물 사이를 지나갈 때는 좌우로, 다리 밑을 통과할 때는 아래로 꺾는 식입니다. 사격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표적이 뜨고, 제때 쏘지 못하면 적의 공격을 그대로 맞습니다.

그래서 처음 하면 거의 대부분 죽습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신호를 보고 반응하기까지의 시간이 모자랍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도전에서 어느 지점에 무엇이 나오는지 조금씩 외워 나가는 것이 정공법입니다.

즉 이 게임은 실력보다 기억으로 진행합니다.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보며 순서를 외우고, 나중에는 신호가 뜨기 전에 미리 손을 움직이게 됩니다. 이 방식이 취향에 맞느냐가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를 가릅니다.

코브라 커맨드 메가CD판 슈팅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2)

영상으로 만든 게임

이런 형식이 나온 배경에는 그 시절의 기술 사정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의 기판으로는 실시간으로 정교한 화면을 그려 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미리 만들어 둔 영상을 재생하고, 플레이어의 입력에 따라 다른 영상으로 넘기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화면의 완성도는 당시 다른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문제는 조작의 폭이었습니다. 정해진 순간에 정해진 입력만 받으니, 플레이어가 스스로 판단해서 다르게 움직일 여지가 없습니다. 화려한 영상을 보는 대가로 게임다운 자유를 내준 셈입니다. 이 형식이 오락실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디를 쓰는 가정용 기기가 나오면서 이런 게임들이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카트리지로는 담을 수 없던 분량의 영상을 시디에는 넣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도 그 흐름을 타고 가정용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식판의 차이

오락실 원작은 레이저디스크에 담긴 실사에 가까운 화질의 애니메이션을 썼습니다. 가정용 기기로 옮기면서 화면은 그 기기의 성능에 맞게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색 수와 해상도가 제한되어 원작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 시절 가정용 기기에서 이만한 영상이 흐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식하면서 손을 댄 부분도 있습니다. 오락실판은 동전을 계속 넣게 만드는 구조라 죽는 지점이 촘촘했는데, 가정용판은 집에서 혼자 반복하기에 맞게 조정되었습니다. 원작을 오락실에서 겪어 본 사람이라면 진행이 조금 더 참을 만하다고 느낍니다.

음악과 소리 쪽도 시디의 덕을 봤습니다. 카트리지 게임의 합성음이 아니라 녹음된 소리를 그대로 재생할 수 있으니, 헬리콥터 소음과 폭발음이 훨씬 두툼하게 들립니다. 당시 이 기기를 산 사람들이 자랑하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가장 난감한 구간은 신호가 연달아 나오는 곳입니다. 하나를 처리하자마자 다음 신호가 뜨는데, 앞의 입력에 손이 남아 있으면 뒤를 놓칩니다. 이런 구간은 손가락을 미리 준비해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사격과 회피가 겹치는 상황입니다. 표적을 쏘면서 동시에 장애물을 피해야 하는 곳이 나오는데,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할지 정해 두지 않으면 둘 다 놓칩니다. 대개는 부딪히면 즉시 끝나는 회피 쪽이 우선입니다.

진행 자체는 짧은 편이라, 한 번 순서를 외우면 끝까지 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외우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을 즐기려면 영상 자체를 보는 재미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 레이저디스크 게임은 극소수 오락실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기계값이 비싸고 관리가 까다로웠기 때문에, 큰 도시의 몇몇 오락실에나 들어왔고 그것도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을 직접 해 본 사람보다 잡지에서 화면 사진으로 본 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시디를 쓰는 가정용 기기 역시 국내에서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값이 비싸고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지 않아,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는 종류에 속합니다.

지금 켜 보면 조작의 단순함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이 한때 오락실의 최첨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게임이 영상과 처음 만나던 시절이 어땠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