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쿠루 쿠루린
쿠루쿠루 쿠루린 (Kuru Kuru Kururin E mode7) · 2001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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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 하나로 만든 명작
게임보이 어드밴스가 처음 나왔을 때 같이 진열대에 올라간 게임들 중에서, 가장 설명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설명이 안 되는 게임이 이것이었습니다. 화면에는 길쭉한 막대기 하나가 떠 있고, 그 막대기는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그 도는 막대기를 좁은 통로 사이로 밀어 넣어 반대편 출구까지 빼내는 것뿐입니다.
말로 하면 십 초면 끝나는데, 손에 쥐면 손바닥에 땀이 납니다. 막대기가 도는 속도는 정해져 있고 통로는 막대기 길이보다 아슬아슬하게 넓을 뿐이라, 언제 밀어 넣을지 타이밍을 반 박자만 놓쳐도 벽에 부딪힙니다. 벽에 닿는 순간 체력이 깎이고, 세 번 부딪히면 그 판은 끝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쿠루쿠루 쿠루린(Kuru Kuru Kururin)은 회전하는 막대 모양 비행기 '헬리린'을 조종해 미로를 통과하는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쿠루린은 뿔뿔이 흩어진 열 명의 동생들을 찾아 나선 새이고, 그 여정이 곧 스테이지 진행이 됩니다.
조작은 방향키만 씁니다. 헬리린은 저절로 회전하니 플레이어는 이동 방향만 정해 주면 되는데, 바로 그 단순함이 함정입니다. 위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정하는 순간마다 막대기가 지금 몇 도쯤 기울어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해야 하고, 코너를 돌 때는 회전 방향과 진행 방향을 겹쳐서 읽어야 합니다.
스테이지와 목표 시간
본편은 여러 개의 월드로 나뉘고, 월드마다 분위기가 다른 미로가 몇 개씩 들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통로가 널찍해서 대충 밀고 들어가도 지나가지지만, 뒤로 갈수록 막대기가 딱 한 각도로만 통과되는 병목이 나오고, 움직이는 벽과 회전하는 톱니, 헬리린을 밀어내는 컨베이어가 얹힙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통과 기준이 되는 목표 시간이 붙어 있어서, 그냥 빠져나가는 것과 잘 빠져나가는 것이 구분됩니다. 시간을 줄이려면 벽에 닿지 않는 최단 경로를 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전 주기에 맞춰 미리 진입 각도를 만들어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이 게임은 퍼즐에서 기록 경신 게임으로 성격이 바뀝니다.
잘 빠져나가는 요령
가장 큰 요령은 막대기의 '지금'이 아니라 '곧'을 보는 것입니다. 좁은 틈 앞에서는 틈에 도착했을 때 막대기가 어떤 각도일지를 미리 그려 두고, 그 각도가 나오도록 몇 프레임 앞서 출발하거나 잠깐 멈춥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틈 바로 앞까지 붙은 다음에 각도를 맞추려는 것인데, 그 자리에서는 이미 늦습니다.
대각선 입력을 아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대각선으로 움직이면 속도는 빨라지지만 벽과의 간격이 두 축에서 동시에 줄어들어 실수 여지가 커집니다. 좁은 구간에서는 상하좌우만 써서 한 축씩 정리하고, 넓은 방에서만 대각선으로 시간을 벌면 기록이 안정적으로 줄어듭니다.
남은 인상
이 게임의 매력은 실패가 억울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벽에 부딪히면 그 순간 내가 반 박자 빨랐는지 늦었는지가 화면에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는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파스텔 톤의 그림과 느긋한 음악이 그 반복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것도 한몫합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정식 유통이 활발하지 않아 이름보다 화면으로 먼저 기억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도는 막대기 하나를 본 사람은 제목을 몰라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한 번 잡으면 열 판쯤은 그냥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