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스 오락실판
퀵스 (Qix REV 2) · 1981 · Tait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을 잘라 먹는 게임
텅 빈 사각형 화면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대 뭉치가 빙글빙글 돌며 떠다닙니다. 플레이어는 화면 테두리를 따라 움직이다가 안쪽으로 선을 긋고, 그 선이 테두리에 다시 닿으면 잘린 영역이 통째로 내 것이 됩니다. 이렇게 화면의 정해진 비율 이상을 차지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규칙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막상 하면 손에 땀이 납니다.
퀵스(Qix)는 타이토가 낸 고전 오락실 게임입니다. 선을 그어 영역을 확보하는 방식의 원조 격으로, 이후 등장한 수많은 영역 확보형 게임들이 이 작품의 규칙을 물려받았습니다.
선을 긋는 동안이 가장 위험합니다
테두리 위에 있는 동안은 안전합니다. 그런데 안쪽으로 선을 긋기 시작하면, 그 선이 완성되기 전까지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화면 안을 떠도는 퀵스가 그 미완성 선에 닿으면 그대로 잔기를 잃습니다.
그래서 언제 들어가고 얼마나 크게 그을지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짧게 조금씩 잘라 가면 안전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크게 한 번에 자르려다 퀵스가 다가오면 그동안 그은 선이 전부 헛수고가 됩니다.
선을 긋는 속도도 두 가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그으면 점수가 배로 올라가지만 그만큼 위험에 오래 노출됩니다. 안전과 점수를 맞바꾸는 이 선택이 이 게임의 핵심 긴장입니다.
테두리 위의 방해물
퀵스만 피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테두리를 따라 돌아다니는 작은 방해물들이 따로 있어서, 플레이어가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게 만듭니다. 안쪽에서는 퀵스가, 바깥에서는 이 방해물들이 쫓아오는 셈이라 쉴 곳이 없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테두리를 따라 다니는 불꽃이 플레이어가 지나온 자리를 따라옵니다. 우물쭈물하면 결국 잡히기 때문에, 위험해도 계속 움직이며 영역을 넓혀야 합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뒤로 갈수록 퀵스가 둘로 늘어나고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두 개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떠다니면 안전하게 그을 만한 자리를 찾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남은 공간이 좁아질수록 퀵스가 그 좁은 곳을 휘젓기 때문에, 마무리 단계가 가장 아슬아슬합니다.
영역을 확보할 때 퀵스를 좁은 구석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훨씬 유리해집니다. 무작정 자르는 게 아니라 상대의 활동 공간을 줄여 가는 감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후대에 남긴 것
1980년대 초에 나온 게임인데도 규칙 자체가 워낙 잘 짜여 있어서, 이 형식은 지금까지도 계속 변주되고 있습니다. 영역을 잘라 그림을 드러내는 방식의 게임들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그 뿌리에 이 작품이 있습니다.
화면은 선과 색뿐이고 배경 이야기도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규칙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지금 잡아도 십 초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그 뒤로는 계속 한 판만 더 하게 되는 유형의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