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크 앤드 대거
클로크 앤드 대거 (Cloak Dagger REV 5) · 1983 · A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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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게임이 서로를 찾아낸 사연
이 게임은 원래 다른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개발 중의 제목은 에이전트 X였고, 첩보원이 지하 공장에 잠입한다는 설정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헐리우드에서 소년과 상상 속 첩보원이 나오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었고, 그 영화의 줄거리 한가운데에 군사 기밀이 든 게임 카트리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양쪽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손을 잡았습니다. 게임은 영화 제목을 따 이름을 바꿨고, 영화에는 이 게임이 가정용으로 나온 것처럼 꾸민 화면과 소품 카트리지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그 가정용판은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게임이 있었던 셈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클로크 앤드 대거(Cloak & Dagger)는 레버 두 개를 쓰는 전방위 슈팅입니다. 왼쪽 레버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오른쪽 레버로 총을 쏠 방향을 정합니다. 몸과 총구가 따로 노는 이 조작 방식은 당시 유행하던 어떤 명작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그 명작이 들어 있던 오락실 기계를 개조해 바꿔 넣는 형태로 많이 유통됐습니다. 이미 그 조작반이 달린 기계가 오락실에 깔려 있으니, 기판만 바꿔 끼우면 새 게임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에이전트 X이고, 목표는 지하에 있는 폭탄 공장에 잠입해 훔쳐 간 설계도를 되찾는 것입니다. 승강기를 타고 한 층씩 내려가는 구조이며, 맨 아래인 33층에 최종 목표가 있습니다.
한 층 한 층이 지뢰밭
각 층은 반대편 승강기까지 가로질러 가야 하는 지뢰밭입니다. 바닥에 폭발물이 깔려 있고, 지게차가 돌아다니며, 로봇 경비가 지키고 있고, 산성 웅덩이가 있으며, 광선을 쏘는 눈알 같은 것도 있습니다.
기본 목표는 통과지만 선택 과제가 붙습니다. 어떤 층에는 기밀 문서가 숨겨져 있어서 챙기면 이득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핵심 도박이 하나 더 있는데,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방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가면 훨씬 큰 보상을 받습니다.
이 불 붙이기가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안전하게 지나가기만 하면 33층까지 가는 데 오래 걸리고 점수도 낮습니다. 불을 붙이면 시간 압박이 생기고 실수하면 그대로 죽습니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지가 매 층 반복되는 선택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레버 두 개 조작이 첫 번째 벽입니다.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면 손이 얼어붙습니다. 처음에는 이동을 멈추고 조준만 하는 식으로 하나씩 나눠 쓰다가, 익숙해지면 둘을 겹치는 순서로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욕심입니다. 기밀 문서와 도화선 보상을 다 챙기려다 시간을 끌고 결국 죽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초반 층은 안전하게 통과하며 조작에 익숙해지고, 손이 붙은 뒤부터 욕심을 내는 순서가 안정적입니다.
세 번째는 지형 파악입니다. 이 게임은 방마다 배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러 번 하다 보면 어느 자리가 위험한지 외워집니다. 그러니 초반에 급하게 진행하기보다 화면을 한 번 훑고 경로를 정한 뒤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아타리가 남긴 소수 생산작
이 게임은 대략 오천 대 정도만 시장에 나왔습니다. 오락실 기계로서는 많지 않은 수량이고, 기판 교체 방식으로 유통된 몫이 있어서 완성된 전용 기계는 더 드뭅니다.
이 시기 아타리는 이미 오락실 시장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새 기계를 통째로 만들어 파는 것보다 이미 깔린 기계에 넣을 기판을 파는 쪽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던 무렵이고, 이 작품은 그 사정을 잘 보여 줍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아닙니다. 33층이라는 명확한 목표, 층마다 반복되는 위험 감수 선택, 그리고 조작을 익힐수록 눈에 띄게 실력이 느는 구조가 잘 짜여 있습니다.
지금 해 보면
국내 오락실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게임입니다. 레버 두 개짜리 기계 자체가 드물었고, 그런 기계가 있더라도 훨씬 유명한 원조 게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을 기억하는 국내 이용자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해 보면 오히려 조작이 편할 수 있습니다. 실물 레버 두 개를 다루는 감각과는 다르지만, 방향을 나눠 입력하는 개념 자체는 그대로 익힐 수 있습니다. 짧게 한 층씩 진행하는 구조라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고도 게임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