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천사
타락천사 (Daraku Tenshi the Fallen Angels) · 1998 · Psi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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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회사가 만든 단 하나의 격투 게임
사이쿄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개 슈팅을 떠올립니다. 스트라이커즈 1945와 건버드로 오락실 세로 슈팅의 한 축을 맡던 회사입니다. 그 회사가 1998년에 대전 격투 게임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그것이 타락천사입니다. 사이쿄가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격투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지금도 격투 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언급되는 부류에 들어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도트 그림이 대단히 좋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끝까지 다듬어지지 못한 채 나왔다는 것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타락천사(Daraku Tenshi: The Fallen Angels)는 일대일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두 캐릭터가 붙어 상대 체력을 먼저 깎는 쪽이 라운드를 가져가는, 이 장르의 익숙한 구성입니다. 레버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때리며, 커맨드를 넣어 필살기를 씁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분위기입니다. 무너진 도시, 어두운 조명, 지친 얼굴을 한 인물들. 밝고 화려한 쪽으로 가던 당시 격투 게임들과 정반대 방향입니다. 등장인물도 영웅이라기보다 갈 데 없는 사람들에 가깝고, 각자의 사연이 밝지 않습니다. 이 분위기가 좋아서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움직임과 그림
이 게임의 가장 큰 자랑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캐릭터가 걷고 서고 맞는 동작에 들어간 그림 수가 대단히 많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옷자락과 몸이 계속 움직이고, 큰 기술을 맞으면 몸이 접히듯 날아갑니다. 1998년 2D 격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준입니다.
이 정도 그림은 사람과 시간이 있어야 나옵니다. 슈팅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격투를 잘 만든 것이 아니라, 2D 격투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화면 구석구석의 연출과 타격 순간의 정지 처리 같은 것들이 그 손을 보여 줍니다.
시스템과 붙는 맛
조작은 그 시절 격투의 표준을 따릅니다. 강약을 나눈 공격 버튼을 쓰고, 게이지를 모아 큰 기술을 냅니다. 특징은 게이지가 단순히 필살기용으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 쓸지 아껴 둘지 판단하는 일이 대전 내내 따라붙습니다.
캐릭터마다 거리 감각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파고들어야 하는 캐릭터와 멀리서 견제하는 캐릭터의 차이가 커서, 처음에는 자기 캐릭터가 어느 거리에서 강한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아무 캐릭터나 잡고 버튼을 마구 눌러서는 컴퓨터 상대에게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한 캐릭터를 정해 두고 그 사람의 거리를 익히는 것이 이 게임을 즐기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왜 미완성이라 불리나
칭찬만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쓸 수 있는 캐릭터 수가 적고, 마무리가 성긴 부분이 곳곳에 보입니다. 밸런스도 고르지 않습니다. 개발이 끝까지 가지 못한 채 나왔다는 이야기가 오래 따라다녔고, 실제로 화면 곳곳에서 그런 흔적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게임은 더 오래 이야기됩니다. 완성되었다면 어디까지 갔을까 하는 상상이 남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가정용 이식이 없어 기판으로만 존재했던 것도 이 게임을 전설처럼 만들었습니다. 한참 뒤에야 이식판이 나와 제대로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1998년 국내 오락실은 킹 오브 파이터즈가 지배하던 시기입니다. 새 격투 게임이 들어와도 그 벽을 넘지 못하면 금방 자리를 내줬습니다. 타락천사는 애초에 널리 깔릴 기판이 아니었고, 서울과 몇몇 큰 도시의 격투 게임을 많이 갖춘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기억으로 남습니다. 처음 보는 어두운 화면과 낯선 캐릭터, 그리고 유난히 잘 움직이는 그림. 지금 다시 켜 보면 그때 왜 눈길이 갔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