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키 파키
테키 파키 (Teki Paki no Sound Sound Mcu Not Dumped) · 1991 · Toa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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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아플랜이라고 하면 대개 탄막이 쏟아지는 세로 슈팅을 떠올립니다. 트윈 코브라, 아웃존, 그리고 뒷날 슈팅 장르 전체의 방향을 바꾼 후계작들의 뿌리가 이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가 1991년에 낙하형 퍼즐을 내놓았습니다. 화면에는 총알 대신 알록달록한 블록이 떨어지고, 반사신경 대신 다섯 개를 잇는 계산이 필요합니다. 슈팅 명가의 외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잡아 보면 규칙이 꽤 야무지게 짜여 있습니다.
테키 파키(Teki Paki)는 위에서 떨어지는 세 칸짜리 블록 덩어리를 쌓아 같은 색을 다섯 개 이상 잇는 퍼즐입니다. 떨어지는 덩어리는 곧은 막대가 아니라 꺾인 모양이고, 버튼으로 돌려 방향을 바꾸며 쌓습니다. 조건을 채운 블록은 사라지고 위에 있던 것들이 내려앉아 다시 조건을 채우면 연쇄가 터집니다. 화면이 위까지 차면 끝나는 것은 이 장르의 공통 규칙 그대로입니다.
다섯 개, 그리고 대각선
이 게임을 다른 낙하 퍼즐과 갈라놓는 규칙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지우는 데 필요한 개수가 셋이 아니라 다섯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로세로뿐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둘이 겹치면서 판을 읽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각선이 인정되기 때문에 얼핏 떨어져 보이는 블록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칸 위 오른쪽에 있는 같은 색 블록이 지금 놓는 블록과 연결로 잡히니, 눈으로 직선만 훑어서는 지워질 조합을 놓칩니다. 반대로 말하면 판이 지저분해 보여도 실제로는 한 칸만 채우면 다섯이 완성되는 지점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력은 손이 아니라 눈에서 갈립니다. 블록을 놓기 전에 그 자리 주변 여덟 방향을 훑고 같은 색이 몇 개 걸리는지 세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느려서 블록이 그냥 쌓이지만, 익숙해지면 색만 보고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가 바로 보입니다. 다섯이라는 개수는 이 눈이 트이기 전까지는 높은 벽이고, 트이고 나면 오히려 연쇄를 설계할 여유를 주는 숫자입니다.
특수 블록을 어떻게 쓰나
떨어지는 덩어리 안에는 평범한 색 블록 말고 특수 블록이 섞여 나옵니다. 하나는 아무 색으로나 쓸 수 있는 만능 블록입니다. 다섯을 채우는 데 하나가 모자랄 때 이 블록으로 메우면 되니, 손에 들어오면 함부로 버리지 말고 완성 직전인 자리를 위해 아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폭탄 계열 블록입니다. 이쪽은 조건을 채우면 화면을 크게 정리하면서 큰 점수를 줍니다. 판이 위험할 때 상황을 되돌리는 안전장치이기도 하고, 점수를 노릴 때는 일부러 조건을 맞춰 두었다가 터뜨리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다만 폭탄을 모으겠다고 판을 높게 쌓다가 그대로 죽는 경우가 흔해서, 판이 절반을 넘어가면 미련 없이 평범한 다섯 개짜리로 갉아내는 쪽이 안전합니다.
특수 블록이 섞인 덩어리는 놓는 자리도 달라집니다. 특수 블록은 대개 판 한가운데나 자주 손이 닿는 위치에 두어야 쓸모가 있고, 구석에 처박아 두면 정작 필요할 때 손이 안 닿습니다. 지금 당장 지울 것이 아니라면 나중에 쓰기 좋은 위치에 예치해 둔다는 감각으로 놓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색을 골고루 뿌려 놓는 것입니다. 다섯 개가 필요한 게임에서 색을 흩어 놓으면 어느 색도 다섯에 도달하지 못한 채 판만 높아집니다. 색깔 두어 가지를 정해서 판의 특정 구역에 몰아 쌓는 편이 훨씬 잘 지워집니다.
두 번째는 회전을 늦게 하는 것입니다. 덩어리가 꺾인 모양이라 바닥 근처에서 돌리면 원하는 형태가 안 나오거나 옆 블록에 걸립니다. 아직 높이 있을 때 방향을 정해 놓고 내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세 번째는 속도가 붙는 구간을 대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계가 오르면 낙하가 빨라지고 색 종류가 늘어나서 판단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이때 판이 이미 높으면 손을 쓸 여지가 없으니, 여유 있을 때 미리 낮고 평평하게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낙하 퍼즐 전반에 통하는 원칙이지만 다섯 개 조건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특히 절실합니다.
토아플랜이라는 회사와 이 게임의 자리
토아플랜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아케이드 기판을 만든 일본 회사입니다. 슈팅 게임으로 이름을 얻었고, 회사가 문을 닫은 뒤 그 인력이 여러 회사로 흩어져 이후 슈팅 장르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오락실에서 세로 화면을 붙잡고 탄을 피우던 사람이라면 이 회사의 게임을 여러 편 해 봤을 것입니다.
테키 파키는 그 회사가 낙하 퍼즐 유행기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이 시기 일본 오락실은 낙하 퍼즐이 한창 쏟아지던 때였고, 슈팅 전문 회사도 하나쯤 만들어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결과물은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다섯 개와 대각선이라는 조합은 다른 퍼즐과 확실히 구분되는 개성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다른 낙하 퍼즐들이 워낙 강했고, 이 게임은 널리 깔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설치 없이 켜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이 됩니다. 이미 아는 퍼즐이 아니라 규칙부터 새로 배워야 하는 퍼즐이라, 낙하 퍼즐을 오래 해 온 사람일수록 처음 몇 판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