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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게임기어)

톰과 제리 더 무비 (Tom and Jerry the Movie USA Europe) · 1993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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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게임으로 옮길 때 생기는 일

톰과 제리는 말 한마디 없이 쫓고 쫓기는 것만으로 수십 년을 버틴 만화입니다. 그 짧은 호흡과 과장된 몸짓은 화면에서 보기에는 더없이 즐겁지만, 게임으로 옮기려면 골치가 아픕니다. 쫓기는 쪽을 조종하게 할지, 쫓는 쪽을 맡길지부터 정해야 하고, 만화에서는 웃음거리였던 실패를 게임에서는 벌점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그 답을 비교적 단순하게 냈습니다. 작은 쪽, 그러니까 도망 다니는 생쥐를 플레이어에게 맡긴 것입니다. 작고 빠른 것으로 크고 위험한 것들 사이를 빠져나간다는 구도는 그 자체로 게임의 기본 문법에 잘 맞습니다.

톰과 제리 (게임기어) 플랫폼 게임 화면 1 - 게임기어 (1993)

어떤 게임인가

톰과 제리(Tom and Jerry: The Movie)는 같은 이름의 극장판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휴대용 기기용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화면은 옆에서 보는 방식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발판을 밟고 장애물을 넘습니다.

조작은 기본에 충실합니다. 좌우로 움직이고, 버튼으로 뜁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움직임은 가볍고 반응도 빠른 편입니다. 적을 정면으로 때려눕히는 힘은 부족하니, 피하고 지나가는 것이 기본 전략이 됩니다.

무대는 만화에서 볼 법한 공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람의 눈높이가 아니라 생쥐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엌 살림도 마당 물건도 전부 거대한 지형이 됩니다. 이 시점 전환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평범한 살림살이가 뛰어넘어야 할 절벽이 되고, 선반과 탁자가 발판이 되는 식입니다.

톰과 제리 (게임기어) 플랫폼 게임 화면 2 - 게임기어 (1993)

작은 화면에 맞춘 설계

휴대용 기기의 화면은 좁습니다. 이 좁은 화면에서 횡스크롤 액션을 만들면 흔히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앞이 잘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달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구덩이나 적에 당하고, 억울한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할 때는 뛰기 전에 잠깐 멈추는 습관이 유용합니다. 화면 끝까지 달려가 가장자리에 서면 다음 구간이 조금 더 드러납니다. 속도를 내는 쾌감은 줄지만 헛되이 목숨을 잃는 일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발판 사이를 건너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뛰는 높이와 거리가 일정하므로, 몇 번 해 보고 내 점프가 닿는 범위를 몸으로 익혀 두면 대부분의 구간은 무리 없이 넘어갑니다. 애매하다 싶으면 끝까지 붙어서 뛰는 것이 정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난이도와 막히는 곳

어린이 만화를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시기의 캐릭터 게임들은 대체로 짧은 분량을 난이도로 메우는 경향이 있었고,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닙니다. 맞으면 깎이는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남은 기회가 떨어지면 꽤 앞쪽으로 되돌아갑니다.

특히 위아래로 촘촘히 쌓인 구간에서 고전하기 쉽습니다. 떨어지면서 아래쪽 적에게 그대로 닿는 배치가 있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는 착지 지점을 먼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한 번 길을 외우고 나면 진행이 빨라집니다. 무작위 요소가 적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므로, 실패가 그대로 다음 판의 정보가 됩니다. 처음 몇 번은 길을 익히는 셈 치고 편하게 부딪혀 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 시절 휴대용 캐릭터 게임

1990년대 초 휴대용 기기 시장에는 만화나 영화를 소재로 삼은 액션 게임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이름값으로 손이 가게 만들고, 안에는 무난한 횡스크롤 액션을 넣는 공식이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그 계보 안에 있습니다.

그래도 캐릭터를 다루는 솜씨는 봐줄 만합니다. 작은 화면에 담긴 생쥐의 움직임에서 원작 특유의 경쾌함이 느껴지고, 색을 쓰는 방식도 만화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첫 화면부터 반가울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게임을 따로 찾아서 한 사람보다, 휴대용 기기에 들어 있는 여러 게임 중 하나로 접한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짧게 몇 구간만 해 보기에 부담이 없는 작품입니다. 화려하지도 길지도 않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작은 화면에 옮겨 놓았다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켜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