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코튼
파노라마 코튼 (Panorama Cotton Japan) · 1994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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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드라이브가 이런 걸 할 수 있었나
처음 이 게임을 켜면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마녀 코튼이 빗자루를 타고 화면 안쪽으로 쭉 날아 들어가는데, 배경이 통째로 휘어지고 지형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시야가 앞으로 뻗어 나갑니다. 16비트 가정용 기기에서, 그것도 별도의 확장 칩 없이 이 정도의 유사 3D 화면을 뽑아냈다는 사실이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체감상 스페이스 해리어의 문법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스페이스 해리어가 바둑판 무늬 바닥 위를 달리는 단순한 구도였다면 이쪽은 숲과 성과 하늘을 통과하는 동화 같은 경로를 그려 냅니다. 화면이 커브를 그리며 꺾이는 구간에서는 실제로 몸이 기우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파노라마 코튼(Panorama Cotton)은 마녀 소녀 코튼이 요정 실크와 함께 사탕을 찾아 날아가는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 안쪽을 향해 전진하는 이른바 배면 시점 슈팅이고, 플레이어는 화면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앞에서 다가오는 적을 쏘아 떨어뜨립니다.
기본 조작은 단순합니다. 방향키로 코튼을 화면 안에서 이동시키고, 버튼 하나로 샷을 쏘고, 다른 버튼으로 모아 둔 마법을 터뜨립니다. 적을 잡으면 나오는 크리스털을 계속 쏘면 색이 바뀌고, 원하는 색으로 만든 다음 먹으면 그 속성의 마법이 손에 들어옵니다. 이 크리스털 색 갈아 끼우기가 시리즈 내내 이어지는 고유한 재미입니다.
목표는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넘기고 다음 구간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잔기가 남아 있는 한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점수보다는 끝까지 가는 것 자체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위치
코튼 시리즈는 원래 옆으로 흐르는 횡스크롤 슈팅이었습니다. 아케이드에서 시작한 1편도, 그 뒤를 이은 작품들도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만은 시점을 통째로 돌려서 화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시리즈 팬에게는 이단아 같은 위치입니다. 코튼 특유의 수다스러운 대사와 사탕 타령, 실크와 주고받는 만담은 그대로인데 게임의 뼈대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가 시리즈 본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이후 작품들은 다시 횡스크롤로 돌아갔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밀어붙인 사례로 자주 거론됩니다. 스프라이트를 겹치고 확대·축소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 원근감을 만들어 냈는데, 그 대가로 화면이 복잡해지면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도 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배면 시점 슈팅에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거리 감각이 잡히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적이 언제 눈앞까지 오는지, 지금 내 위치가 그 궤도 위에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요령은 적의 그림자와 크기 변화를 보는 것입니다. 커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순간이 회피 타이밍입니다.
또 하나는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크리스털을 원하는 색으로 만들려고 계속 쏘다 보면 정작 앞에서 날아오는 탄을 놓칩니다. 처음 몇 판은 색 맞추기를 포기하고 회피에만 집중하는 편이 훨씬 오래 버팁니다.
보스전에서는 화면 구석에 붙는 습관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넓은 범위로 퍼지는 공격이 나올 때 도망칠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중앙 근처에서 좌우로 흔들며 싸우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
이 게임은 일본에서만, 그것도 아주 적은 물량으로 나왔습니다. 그 탓에 발매 당시부터 실물을 본 사람이 드물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 시세가 크게 뛰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 소프트 중에서도 손꼽히는 희귀품으로 불립니다.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유통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잡지 화면 사진이나 입소문으로만 알려진 게임이었습니다. 메가드라이브를 가진 사람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실제로 해 본 사람은 더 적었습니다. 대신 화면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한 번 본 사람은 오래 기억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브라우저에서 바로 켜 볼 수 있으니, 당시에는 사진으로만 보던 그 휘어지는 화면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잔기가 금방 녹아 없어지더라도, 첫 스테이지의 숲을 통과하는 몇 십 초만으로도 이 게임이 왜 회자되는지는 충분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