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존
판타지 존 (Fantasy Zone REV a Unprotected) · 1986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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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이 이렇게 예뻐도 되나
1986년의 슈팅 게임은 대개 어두운 우주나 기계로 뒤덮인 요새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켜면 분홍과 하늘색 구름이 떠 있고, 다리가 달린 동그란 우주선이 통통 튀며 날아다닙니다. 처음 본 사람은 슈팅 게임인 줄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화면이 밝습니다.
판타지 존(Fantasy Zone)은 세가가 만든 횡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오파오파라는 작은 기체를 조종해 여덟 개의 세계를 돌며 적의 기지를 부수는 구성이고, 화면이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모두 흐른다는 점이 당시로서는 아주 낯설었습니다. 귀여운 그림체의 슈팅 게임을 가리키는 말이 이 게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하는 진행 방향
각 세계에는 기지가 열 개씩 흩어져 있습니다. 화면 아래 지도를 보며 남은 기지를 찾아가 부수고, 전부 없애면 그 세계의 보스가 나타납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 어떤 순서로 부술지는 전부 스스로 정합니다. 앞으로만 흘러가던 그때의 슈팅 게임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입니다.
방향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니 도망칠 여지도 큽니다. 적이 몰리면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식으로 숨을 돌릴 수 있어서, 반사신경만이 아니라 판단으로도 살아남는 게임입니다.

돈을 벌어 무기를 삽니다
적을 부수면 돈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나는 풍선을 건드리면 상점이 열려서, 모은 돈으로 무기와 엔진을 살 수 있습니다. 넓게 퍼지는 총알, 커다란 폭탄, 속도가 빨라지는 엔진 같은 것들이 값에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살 것을 고르는 과정이 이 게임의 절반입니다. 좋은 물건은 비싸고, 산 무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며, 값은 살수록 올라갑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것을 사느냐가 진행의 성패를 가릅니다. 처음에는 이동 속도를 올려 주는 엔진부터 사는 편이 대체로 편합니다.
오파오파와 그 끝
주인공 기체 오파오파는 세가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가운데 하나로 남았습니다. 짧은 다리로 땅에 내려서면 걸어 다니는 연출까지 있어서, 기계라기보다 작은 생물처럼 느껴집니다.
여덟 개 세계를 모두 지나면 마지막 상대가 기다리는데, 여기서 밝기만 하던 게임의 분위기가 한 번 뒤집힙니다. 지금까지 부숴 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게 만드는 결말이라, 화면의 색깔과 이야기의 온도가 어긋나는 인상이 오래 남습니다. 밝은 겉모습과 달리 난이도는 만만치 않아서, 후반부는 무기를 제때 사 두지 않으면 좀처럼 넘어가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