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맨 (게임보이)
팩맨 (Pac Man Europe) · 1990 · Na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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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미로
팩맨은 원래 오락실에서 서서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커다란 화면에 미로가 통째로 들어가 있고, 네 마리 유령이 어디서 오는지 한눈에 보이는 상태로 판단을 내리는 게임입니다. 그 미로를 게임보이의 작은 흑백 화면에 집어넣으려면 어딘가는 양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보면 이 이식판은 놀랄 만큼 원작 그대로입니다. 화면은 작아졌지만 미로의 생김새와 길의 폭, 유령이 나오는 우리의 위치, 파워 쿠키가 놓인 네 귀퉁이가 모두 제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락실에서 외워 둔 도는 길이 여기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팩맨(Pac-Man)은 미로 안을 돌아다니며 바닥에 깔린 점을 전부 먹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게임입니다. 방향키로 팩맨을 움직이는 것이 조작의 전부이고, 버튼은 사실상 쓰지 않습니다. 배울 것이 없다는 점이 이 게임이 사십 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로에는 유령 네 마리가 돌아다닙니다. 닿으면 목숨을 하나 잃습니다. 다만 미로 네 귀퉁이에 놓인 큰 점을 먹으면 잠깐 동안 상황이 뒤집혀서, 유령들이 파랗게 변해 도망치고 이쪽이 쫓아가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이때 연달아 잡을수록 점수가 배로 뛰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점수의 대부분을 좌우합니다.
중간중간 미로 가운데에 과일이 나타납니다. 먹으면 큰 점수가 붙지만 오래 머물지 않아서, 위치와 타이밍을 알고 미리 근처에 가 있어야 챙길 수 있습니다.
유령 네 마리는 성격이 다릅니다
팩맨이 단순한 술래잡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유령들이 각자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는 집요하게 뒤를 따라붙고, 한 마리는 이쪽이 가려는 앞쪽으로 돌아 들어와 길을 막습니다. 어떤 놈은 얼핏 제멋대로 다니는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놈은 가까워지면 오히려 물러납니다.
그래서 잘하는 분들은 유령을 피해 다니는 게 아니라 유령을 몰고 다닙니다. 일부러 한쪽으로 끌고 가서 반대편을 비워 놓고, 그쪽 점을 한 번에 훑는 식입니다. 네 마리가 뭉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니 미로 가운데 좁은 구역에서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좌우 끝에 뚫린 통로도 기억해 두십시오. 한쪽 끝으로 들어가면 반대쪽으로 나옵니다. 유령은 이 통로에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몰렸을 때 빠져나가는 비상구로 쓸 수 있습니다.
파워 쿠키를 아끼는 법
처음 하시는 분은 큰 점을 보이는 대로 먹습니다. 그런데 유령이 멀리 있을 때 먹어 버리면 쫓아가 잡을 시간이 모자라서, 파랗게 변한 유령이 그냥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점수를 통째로 버리는 셈입니다.
요령은 유령 두세 마리가 가까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큰 점 위에서 먹는 것입니다. 그러면 돌아서자마자 연달아 잡을 수 있습니다. 판이 올라갈수록 파랗게 변해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나중에는 아예 변하지 않는 구간이 오기 때문에 초반 판에서 확실히 벌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남은 점 몇 개를 먹으러 갈 때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미로가 텅 비면 도망칠 때 방향을 꺾을 구실이 사라져서, 긴 직선 통로에서 유령에게 그대로 따라잡히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휴대용으로 옮겨졌다는 것의 의미
오락실에서는 동전을 넣어야 한 판이 시작되고,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반면 휴대용에서는 아무 때나 켜서 몇 판 돌리고 덮어 둘 수 있습니다. 팩맨처럼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한 게임에게 이 변화는 성격 자체를 바꿔 놓습니다. 실력을 겨루는 게임에서 잠깐씩 손에 쥐는 게임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게임보이 화면은 잔상이 남는 편이라, 빠르게 방향을 꺾을 때 팩맨이 어디 있는지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신 소리로 보완이 되는데, 점을 먹는 소리와 유령이 파랗게 변할 때 나는 소리가 원작의 인상을 거의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눈으로 놓쳐도 귀로 상황을 짐작하게 되는 것이 이 판의 독특한 감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