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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맨

펩시맨 (Pepsiman Japan) · 1999 · 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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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회사의 광고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이 있습니다. 그것도 사은품 수준이 아니라 정식으로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용 상품입니다. 은색 전신 타이츠를 입은 펩시맨이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콜라를 배달하기 위해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가고, 스테이지 사이사이에는 실사 영상으로 웬 남자가 펩시를 마시는 장면이 끼어듭니다. 처음 보면 농담 같은데, 실제로 해 보면 게임 자체는 제법 단단합니다.

펩시맨(Pepsiman)은 주인공이 알아서 앞으로 달리는 동안 장애물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은 등 뒤에서 따라가는 3인칭 시점이고,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속도를 올리는 대시가 전부입니다. 요즘 흔한 무한 달리기 게임의 구조를 그보다 한참 앞서 구현해 놓은 셈입니다.

펩시맨 액션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달리기만 하는 게임의 재미

앞으로 달리는 것은 게임이 알아서 합니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다가오는 것을 피하거나 뛰어넘는 것입니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지나가고, 인도에는 사람과 간판과 공사 자재가 널려 있습니다. 여기에 미끄러지듯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이 더해져, 낮은 장애물은 밑으로 통과하고 높은 것은 뛰어넘는 식으로 나뉩니다.

속도가 붙으면 판단할 시간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대시를 쓰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그만큼 반응 여유가 사라지므로, 어디서 속도를 올리고 어디서 줄일지가 실력의 핵심입니다. 앞이 트인 구간에서 벌어 두고 복잡한 구간에서는 얌전히 가는 운용이 안정적입니다.

구간마다 뒤에서 거대한 물체가 굴러오며 쫓아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때는 실수 한 번이 그대로 끝이라 긴장감이 확 올라갑니다. 이런 구간은 대체로 정해진 배치라, 몇 번 죽으면서 길을 외우는 것이 정공법입니다.

펩시맨 액션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처음 하면 자주 죽는 이유

가장 큰 원인은 화면 가까이만 보는 것입니다. 발밑에 시선을 두면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이미 늦습니다. 시선을 화면 안쪽 먼 곳에 두고, 다가오는 배치를 미리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점프 남발입니다. 위험해 보이면 일단 뛰게 되는데,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는 좌우 조정이 어렵습니다. 착지 지점에 다른 장애물이 있으면 그대로 부딪힙니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옆으로 비켜 가고, 점프는 정말 넘어야 할 때만 쓰는 편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조급함입니다. 이 게임은 죽어도 그 구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구성이라, 차분히 외우면 반드시 진행됩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더 빠르게 밀어붙이면 같은 자리에서 계속 막힙니다.

광고인가 게임인가

이 작품은 분명히 펩시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인공부터 배경까지 상표가 가득하고, 스테이지 사이에 들어가는 실사 영상도 광고의 연장입니다. 그런데 그 영상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화려한 연출 대신 사람이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찍어 넣었고, 결과적으로 그 어설픔이 이 게임의 인상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만든 곳은 일본의 KID이고, 1999년에 일본에서만 발매됐습니다. 미국 발매도 논의됐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서만 나왔는데도 게임 안 표기가 영어라는 점입니다. 덕분에 언어 장벽 없이 즐길 수 있고, 이 게임이 나중에 여러 나라에서 화제가 되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

이 게임은 발매 당시 대단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분량도 길지 않아서, 저렴한 가격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같은 시기의 달리는 액션 게임들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래 기억되는 것은 그 이상한 조합 때문입니다. 광고 캐릭터, 진지하게 만들어진 조작감, 그리고 뜬금없는 실사 영상이 한 상자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름이 퍼졌고, 은색 사람이 콜라를 배달한다는 설정만으로 한 번쯤 해 보고 싶어지는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실제로 붙잡고 해 보면 의외로 손이 바쁩니다. 단순한 규칙 안에서 반응과 암기를 요구하는 구성이라, 농담 삼아 켰다가 한 시간쯤 붙들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