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치와 냐아
포치와 냐아 (Pochi and Nyaa) · 2003 · Aik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네오지오라는 기판은 1990년에 나왔습니다. 그런 하드웨어에 2003년에 새 게임이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사건입니다. 이미 세상은 3차원 그래픽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고, 오락실에서도 네오지오는 옛날 게임을 돌리는 기계로 남아 있던 시기입니다. 포치와 냐아는 그 늦은 시점에 나온 작품이고, 외부 개발사가 네오지오용으로 만든 마지막 게임으로 이야기됩니다. 한 시대의 끝에 놓인 퍼즐 게임인 셈입니다.
포치와 냐아(Pochi and Nyaa)는 2003년 말에 나온 낙하형 대전 퍼즐 게임입니다. 화면은 좌우로 나뉘어 각자의 필드를 갖고, 위에서 조각이 두 개씩 짝지어 떨어집니다. 방향 레버로 옮기고 버튼으로 회전시키는, 이 장르의 기본 조작을 그대로 씁니다. 제목의 포치는 개, 냐아는 고양이인데, 각각을 상징하는 조각들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언제 터뜨릴지 내가 정한다
이 게임의 규칙은 뿌요뿌요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정적인 한 지점에서 갈라집니다. 보통의 낙하 퍼즐에서는 같은 색이 정해진 개수만큼 맞닿는 순간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실력이란 사라지는 순서를 미리 계산해 연쇄를 짜는 능력을 뜻합니다.
여기서는 같은 색이 붙어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쌓아 둘 수 있습니다. 같은 색 조각을 필드 한쪽에 산더미처럼 모아 놓아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다 플레이어가 떨어지는 조각을 기폭 장치로 바꿔서 그 색 위에 떨어뜨리면, 그때 비로소 모아 둔 것이 한꺼번에 터집니다. 언제 터뜨릴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정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바꿉니다. 뿌요뿌요 계열에서 연쇄를 짜는 일은 정교한 조립 작업입니다. 순서를 하나만 틀려도 계획이 무너집니다. 반면 이 게임에서는 일단 쌓아 두는 것이 우선이고, 정교함보다 배짱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오래 참고 얼마나 크게 모을 것인가. 필드가 위험할 만큼 차오를 때까지 참았다가 한 번에 터뜨리면 어마어마한 연쇄가 나오지만, 그전에 천장에 닿으면 그대로 끝입니다.
대전에서 벌어지는 눈치 싸움
터진 만큼 상대 필드로 방해 조각이 넘어갑니다. 연쇄가 길수록 피해가 커지는 구조라, 크게 모아서 크게 터뜨리는 쪽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대전은 서로 참기 싸움이 됩니다. 둘 다 필드를 채워 가면서 상대가 먼저 터뜨리기를 기다립니다.
여기서 판단이 갈립니다. 상대가 먼저 터뜨리면 방해 조각이 내 필드로 쏟아지는데, 이때 내가 모아 둔 것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상대의 필드가 임계점에 다다랐다 싶으면 반 박자 먼저 터뜨려 선수를 치는 것이 정석입니다. 반대로 내 준비가 충분히 크다면, 상대의 공격을 한 번 받아 내고도 더 큰 것으로 되갚을 수 있습니다. 상대 화면을 계속 곁눈질하면서 저쪽의 산더미가 얼마나 컸는지 가늠하는 것이 실력의 핵심입니다.
패배 조건은 조각이 필드 가운데 열 위쪽의 표시에 닿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운데 열을 얼마나 비워 두느냐가 생존과 직결됩니다. 쌓아 두는 것이 이 게임의 전략인 만큼, 어디에 쌓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초보자는 아무 데나 편한 곳에 쌓다가 가운데가 먼저 차서 지는 일이 잦습니다. 양옆부터 채우고 가운데를 마지막까지 남겨 두는 습관을 들이면 버티는 시간이 크게 늘어납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이 게임을 처음 잡으면 대개 두 가지 실수를 합니다. 하나는 습관대로 조금씩 터뜨리는 것입니다. 다른 퍼즐 게임에 익숙한 손이 색이 맞으면 바로 지우려 드는데, 그러면 이 게임의 장점을 하나도 못 씁니다. 작은 연쇄로는 상대에게 아무 타격도 못 줍니다.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무작정 끝까지 참는 것입니다. 크게 터뜨리는 맛을 알고 나면 욕심이 생겨서, 필드가 천장에 닿기 직전까지 모으다가 기폭할 조각이 제때 안 나와서 그대로 죽습니다. 이 게임에서 필요한 것은 안전 여유를 남겨 두는 감각입니다. 필드의 4분의 3쯤 찼을 때 한 번은 정리한다는 기준을 세워 두고 시작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늦게 도착한 게임
이 게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는 다른 회사의 다른 기판으로 나올 예정이었고 출시 시점도 훨씬 앞이었습니다. 그런데 개발에 참여한 회사가 도산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고, 여러 차례 미뤄진 끝에 결국 네오지오 쪽으로 옮겨져 2003년 말에야 세상에 나왔습니다. 예정대로였다면 다른 하드웨어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왔을 게임인 셈입니다.
2003년의 한국 오락실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동네 오락실은 대부분 사라졌고, 남은 곳은 리듬 게임과 대형 기계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네오지오 기판이 여전히 굴러가던 곳도 있었지만, 대개는 킹 오브 파이터즈나 메탈슬러그 같은 익숙한 제목을 돌리는 용도였습니다. 그런 자리에 새 퍼즐 게임이 들어와 눈에 띄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나온 당시보다 지금 더 제대로 평가받는 편입니다. 원할 때 터뜨린다는 규칙 하나가 낙하 퍼즐의 오래된 문법에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고, 실제로 해 보면 그 재미가 분명합니다. 한 세대의 하드웨어가 저물어 가던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작품이라는 배경까지 알고 나면, 몇 판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