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 캐럿
푸치 캐럿 (Puchi Carat Ver 2 02o 1997 10 29) · 1997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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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던 블록깨기를 마주 앉혀 놓다
블록깨기는 오락실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 중 하나입니다. 벽에 공을 튕겨 위쪽 벽돌을 지우는 그 단순한 규칙이 70년대부터 있었고, 타이토는 알카노이드로 그 장르를 한 번 되살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갑니다. 화면을 둘로 나누고 사람을 마주 앉혀 놓은 것입니다.
블록을 깨는 행동이 곧 상대를 괴롭히는 행동이 되면서, 혼자 조용히 벽돌을 지우던 놀이가 갑자기 신경전이 됩니다. 내 쪽 화면이 깨끗해질수록 상대 쪽 화면은 답답해지고, 상대가 잘 풀어 나가면 내 쪽 블록이 아래로 밀려 내려옵니다. 옆 사람 화면을 흘끔거리게 되는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푸치 캐럿(Puchi Carat)은 아래쪽 막대로 공을 받아 쳐 올려 위에 쌓인 보석 블록을 깨는, 대전형으로 만들어진 블록깨기입니다. 규칙은 처음 보는 사람도 한 판이면 이해할 만큼 단순합니다. 공을 놓치지 않게 받아 내고, 색이 맞는 블록을 노려 한 번에 크게 지우는 것이 전부입니다.
혼자 하는 모드에서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차례로 붙게 됩니다. 상대가 바뀔 때마다 공을 다루는 성격과 압박해 오는 속도가 달라져서, 뒤로 갈수록 여유가 사라집니다. 보석을 소재로 삼은 만큼 화면이 알록달록하고 밝아, 슈팅이나 격투 사이에 끼어 있으면 눈에 잘 띄는 기판이었습니다.
한 판의 흐름
시작하면 위쪽에 블록이 한 덩어리로 쌓여 있습니다. 공을 튕겨 그 아래쪽부터 지워 나가는데, 잘 지우면 위에 매달려 있던 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한꺼번에 큰 이득이 납니다. 반대로 아무 데나 쳐서 가운데만 파 놓으면 공이 좁은 틈에 갇혀 시간만 흘러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블록이 아래로 밀려 내려옵니다. 내려온 블록이 내 막대가 있는 자리까지 닿으면 그 판은 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벽돌을 지우는 놀이가 아니라 밀려 내려오는 압력을 견디는 놀이에 가깝습니다. 상대가 크게 터뜨릴 때마다 내 쪽 압력이 늘어나니, 쉬어 갈 틈이 거의 없습니다.
이기는 사람이 하는 것
초보와 숙련자를 가르는 것은 공을 받아 내는 실력이 아니라 각도입니다. 막대의 어느 지점으로 받느냐에 따라 공이 튀는 방향이 달라지므로, 지우고 싶은 자리로 공을 보내는 연습이 먼저입니다. 아무 데나 받아 치면 공이 원하지 않는 쪽으로만 돌아다닙니다.
두 번째는 옆면과 위쪽 벽을 쓰는 것입니다. 블록 덩어리 옆으로 공을 흘려 보내 천장 근처에서 오래 튀게 만들면,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지워집니다. 이 한 번이 크게 터지면 승부가 그 자리에서 갈립니다.
세 번째는 참는 것입니다. 급해 보인다고 마구 받아 넘기면 오히려 공을 놓칩니다. 블록이 내려오는 속도는 눈에 보이니, 한 박자 늦더라도 좋은 각을 만들어 한 번에 크게 지우는 쪽이 결국 빠릅니다.
퍼즐 대전이 유행하던 시절
이 무렵 타이토는 퍼즐 보블로 크게 재미를 본 뒤였습니다. 단순한 규칙에 대전을 붙여 두 사람이 한 기판 앞에 붙게 만드는 방식이 잘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시기였고, 푸치 캐럿도 그 흐름 위에서 나왔습니다. 캐릭터를 앞세우고 색을 밝게 쓴 것도 같은 계열의 감각입니다.
당시 오락실은 대전 격투가 대세였지만, 격투를 못 하거나 얻어맞기 싫은 사람에게는 이런 퍼즐 대전이 훨씬 편한 선택이었습니다. 규칙을 몰라도 옆에서 한 판 보면 대충 알 수 있고, 실력 차가 나도 한두 번은 운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오락실 밖으로
이 게임은 이후 가정용 기기로도 옮겨졌고, 작은 화면의 휴대용 기기에도 실렸습니다. 화면 구성이 단순해서 어디로 옮겨도 크게 망가지지 않는 종류의 게임이라, 이식판마다 나름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격투와 슈팅에 밀려 흔히 보이는 기판은 아니었지만, 문방구나 동네 오락실 구석에 놓인 여러 게임이 들어 있는 기판에서 한 번쯤 마주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규칙이 단순한 게임이 어떻게 사람을 붙잡아 두는지가 오히려 더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