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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챔프

풋볼 챔프 (Football Champ World) · 1990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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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게임인데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칩니다. 발로 차고, 유니폼을 잡아당기고, 뒤에서 슬라이딩으로 넘어뜨립니다. 물론 심판이 보고 있으면 카드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의 심판은 종종 딴 데를 봅니다. 심판의 시선이 공 쪽으로 쏠린 그 순간이 바로 반칙을 저지를 기회입니다. 축구 게임에서 상대의 발을 걷어내는 판단을 심판 눈치를 보며 하게 만든 발상은 1990년 당시로서도 꽤 짓궂었고, 이 게임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풋볼 챔프(Football Champ)는 타이토가 1990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축구 게임입니다. 지역에 따라 유로 풋볼 챔프라는 이름으로도 나갔습니다. 여덟 개 국가 대표팀 중 하나를 고르고, 그 팀에서 간판 선수를 지정한 다음 일곱 경기를 연달아 치러 우승을 노리는 구성입니다. 최대 네 명까지 함께 붙을 수 있어, 오락실에서 사람이 몰리면 화면 앞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던 종류의 기판입니다.

풋볼 챔프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기본은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의 축구입니다.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패스와 슛을 처리합니다. 공을 가진 상태에서는 짧은 패스와 긴 패스, 슛이 버튼 조합으로 갈리고, 공이 없을 때는 태클과 몸싸움이 같은 버튼에 걸립니다. 축구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조작 자체는 금방 익힙니다.

문제는 그 위에 얹힌 반칙 체계입니다. 수비 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면 상대에게 정상적인 태클이 들어가지만, 방향과 타이밍을 달리하면 뒤에서 밀거나 주먹을 날리는 동작이 나옵니다. 이 동작들은 확실하게 상대를 넘어뜨리고 공을 뺏어옵니다. 다만 심판의 시야 안에서 저지르면 파울이 선언되고, 심하면 퇴장을 당합니다. 사람이 줄어든 채로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하니 대가가 작지 않습니다.

경기 시간은 오락실답게 짧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전후반을 다 합쳐도 몇 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한 골의 무게가 아주 큽니다. 선제골을 먹으면 남은 시간 안에 뒤집기가 만만치 않고, 그래서 반칙에 손이 가게 되는 구조입니다.

풋볼 챔프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반칙에 재미를 붙이다가 퇴장을 당하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 반칙은 보조 수단이지 주력이 아닙니다. 상대가 골문 앞으로 파고들어 실점이 확실해 보이는 순간, 그 한 번을 끊는 데 쓰는 쪽이 훨씬 남습니다. 중원에서 재미 삼아 주먹을 날리다 사람이 빠지면 그 경기는 사실상 끝입니다.

두 번째는 슛 거리 감각입니다. 오락실 축구 게임은 대체로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때려야 골이 들어가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중거리에서 무작정 때리면 골키퍼가 다 잡아냅니다. 측면으로 파고들어 각을 만든 다음 짧게 밀어 넣는 패턴을 하나 정해 두면 득점이 안정됩니다.

세 번째는 수비 위치입니다. 조작하는 선수가 자동으로 공에 가까운 쪽으로 바뀌기 때문에, 레버를 계속 밀면 엉뚱한 선수를 끌고 다니게 됩니다. 공을 쫓기보다 상대가 가려는 방향을 미리 막고 서 있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풋볼 챔프 스포츠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0)

난이도가 튀는 구간

토너먼트 후반 상대는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앞선 경기에서 통하던 측면 돌파가 중간에 끊기기 시작하고, 실점 뒤 만회할 시간도 부족해집니다. 이 구간부터는 공을 오래 갖고 있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짧게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를 벌린 뒤 한 번에 침투하는 식으로 흐름을 바꿔야 합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상대도 반칙을 한다는 점입니다. 후반부 팀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뒤에서 들어옵니다. 골문 앞에서 여유를 부리다 넘어지면 그대로 역습을 맞습니다. 위험 지역에서는 드리블을 줄이고 빠르게 처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 시절의 축구 게임과 이 게임의 자리

1990년은 월드컵이 있던 해였고, 축구 게임이 오락실에 여럿 들어오던 시기였습니다. 대부분은 정직한 축구를 목표로 했지만, 타이토는 반대 방향을 골랐습니다. 규칙을 어기는 재미를 게임 안에 정식으로 넣고, 심판이라는 감시자를 두어 그 재미에 긴장을 붙였습니다. 스포츠 게임을 코미디에 가깝게 끌고 간 사례로 지금도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여러 명이 붙을 수 있는 기판이 늘 인기였습니다. 스포츠 게임은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 처음 보는 사람도 바로 앉을 수 있었고, 이 게임처럼 상대를 때릴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면 구경하던 사람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축구 자체보다 옆자리 친구를 넘어뜨리려고 붙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게임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단순하고 경기가 짧아 부담이 없습니다. 요즘 축구 게임처럼 전술을 짜거나 선수를 관리하는 요소는 없고, 대신 한 경기 안에서 벌어지는 몸싸움과 골 장면에 모든 걸 몰아넣었습니다. 혼자 토너먼트를 도는 것도 괜찮지만, 둘 이상이 붙어야 이 게임이 원래 의도한 소란이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