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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멀 레이지 게임기어판

프라이멀 레이지 (Primal Rage USA Europe) · 1995 · Time W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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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공룡이 싸웁니다

대전격투가 한창 쏟아지던 시절, 대부분의 게임은 무술가와 격투가를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캐릭터 선택 화면부터 다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은 육식공룡, 뿔 달린 초식공룡, 거대한 고릴라와 원숭이가 늘어서 있습니다. 인간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배경 설정도 남다릅니다. 운석 충돌로 문명이 무너지고 지구가 원시 시대로 되돌아간 세계에서, 잠들어 있던 고대 신들이 깨어나 지배권을 놓고 싸운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신들의 모습이 하필 공룡과 유인원인 것이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각자의 신을 숭배하며 링 주변에 몰려 있습니다.

프라이멀 레이지 게임기어판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게임기어 (1995)

스톱모션으로 만든 짐승들

프라이멀 레이지(Primal Rage)는 점토 모형을 한 컷씩 촬영해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그래픽으로 쓴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실사 배우를 찍어 넣던 당시 유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인형을 움직여 촬영한 것입니다. 덕분에 캐릭터들의 움직임에 특유의 묵직하고 뻑뻑한 질감이 생겼습니다.

조작 체계도 독특합니다. 방향키를 먼저 누른 채로 버튼을 조합해 기술을 내는 방식이라, 다른 격투 게임에서 넘어온 사람은 처음에 손이 꼬입니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큰 덩치가 굼뜨게 움직이는 느낌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프라이멀 레이지 게임기어판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게임기어 (1995)

일곱 마리의 고대 신

등장하는 캐릭터는 일곱입니다. 불을 다루는 붉은 육식공룡, 얼음을 뿜는 흰 육식공룡, 독을 쓰는 뿔공룡, 대지의 힘을 쓰는 거대 유인원 등이 각자의 속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원거리 투사체와 근접 물기 공격을 갖추고 있어서, 어느 거리에서 싸우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승부가 끝나면 승자가 링 주변에 모여든 인간들을 잡아먹거나 짓밟는 마무리 연출이 나옵니다. 잔인하다면 잔인하지만, 짐승들이 신 노릇을 하는 세계관에는 어울리는 마감입니다.

프라이멀 레이지 게임기어판 대전격투 게임 화면 3 - 게임기어 (1995)

휴대용 화면에 담긴 거인들

게임기어판은 이 커다란 짐승들을 작은 액정에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캐릭터가 원작보다 작게 그려지고 애니메이션 장수도 줄었지만, 캐릭터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특징은 살려 두었습니다. 컬러 액정을 쓰는 기기라 각 공룡의 색깔 구분이 명확한 점은 다행입니다.

무엇보다 화면이 좁아지면서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원작에서 견제 위주로 흘러가던 대전이, 여기서는 훨씬 빨리 붙는 난타전으로 바뀝니다. 원작을 아는 분이라면 같은 캐릭터를 써도 리듬이 다르다는 걸 금방 느끼실 겁니다.

짐승과 싸우는 요령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물기 공격의 거리입니다. 공룡들의 무는 기술은 판정이 크고 대미지도 좋지만, 빗나가면 그대로 목을 내주는 큰 빈틈이 생깁니다. 상대가 뛰어오르는 순간을 노려 무는 것이 기본입니다.

원거리 기술은 아껴 쓰는 편이 낫습니다. 화면이 좁아 투사체가 금세 도달하는 대신, 발사 동작이 긴 캐릭터는 그 사이에 접근을 허용합니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았을 때만 던져서 압박을 이어 가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또 하나, 이 게임은 상대를 넘어뜨린 뒤 일어나는 타이밍에 다시 압박을 거는 것이 강력합니다. 한 번 흐름을 잡으면 그대로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으니, 첫 번째 다운을 누가 먼저 뺏느냐에 집중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