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무
하사무 (Hasamu Japan) · 1991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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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오락실은 대전 격투 게임이 판을 뒤엎던 해였습니다. 그 한복판에 아이렘이 마작패를 늘어놓은 조용한 퍼즐 게임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화려한 연출도 없고 대전 상대도 없이, 화면 가득한 패를 어떻게 지워 나갈지만 묻는 게임이었으니 시류와 정반대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크게 알려지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고, 오랫동안 가정용 이식조차 없었습니다.
하사무(Hasamu)는 마작패를 소재로 한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이름 그대로 같은 패 두 개 사이에 다른 패를 끼워 넣어, 그 사이에 낀 패들을 한꺼번에 지워 나가는 규칙을 씁니다. 화면의 패를 전부 없애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제한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그대로 끝납니다. 상하이나 사천성이 그렇듯 마작 규칙을 몰라도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규칙을 정확히 알아야 시작할 수 있다
핵심은 사이에 끼운다는 한 가지 동작입니다. 패를 위아래나 좌우로 밀어 움직일 수 있고, 같은 패 두 개가 어떤 줄의 양 끝을 맡게 되면 그 사이에 있는 패들이 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이 있는데, 양 끝 패와 사이에 낀 패들이 빈칸 없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간에 빈자리가 하나라도 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무엇을 지울지보다 어떻게 붙일지를 먼저 생각하게 만듭니다. 같은 패 두 개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둘 사이를 빈칸 없이 채워진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 진짜 문제입니다. 한 패를 움직이면 그 자리에 빈칸이 생기므로, 한 번의 이동이 다른 조합을 망가뜨리는 일이 계속 일어납니다.
한꺼번에 지우는 것이 함정이 되는 이유
점수만 보면 여러 장을 한 번에 지우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래서 익숙해질수록 긴 줄을 만들어 크게 터뜨리려는 욕심이 생깁니다. 문제는 후반 판에서 이 욕심이 그대로 함정으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한 번에 많이 지우면 화면이 시원하게 비지만, 남은 패들이 서로 멀어집니다. 빈칸 없이 붙여야 하는 규칙 아래에서 패가 흩어지는 것은 곧 지울 방법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화면에 패가 몇 장 남지 않았는데도 손을 쓸 수 없는 막다른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뒤쪽 판일수록 이런 구조가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은 오히려 작게 나눠 지웁니다. 남은 패들이 서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도록 배치를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처리할 길을 남겨 두는 것입니다. 점수보다 완주를 택하는 판단이 후반에는 필수입니다.
시간과의 싸움
이 게임의 압박은 대부분 제한 시간에서 나옵니다. 느긋하게 판 전체를 계산하고 싶어도 시계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화면이 뜨면 전부 훑어보기보다, 지금 당장 손댈 수 있는 조합을 먼저 하나 처리해 여유를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또 하나 요령은 가장자리부터 정리하는 것입니다. 구석에 몰린 패는 밀 수 있는 방향이 적어 나중에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가운데 패는 사방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활용 폭이 넓습니다. 움직이기 힘든 것부터 없애고 자유로운 것을 남기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패가 딱 한 장 남아 버리면 지울 짝이 없으므로 그 판은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끝이 가까워질수록 남는 장수가 짝수로 떨어지는지 미리 계산해 두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렘이라는 회사와 이 게임의 자리
아이렘은 슈팅과 액션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이지만, 퍼즐 쪽에도 손을 댄 적이 있습니다. 얼음 블록을 밀어 길을 만드는 계열의 작품을 낸 이력이 있고, 이 게임 역시 무언가를 밀어 배치를 바꾼다는 감각을 공유합니다. 다만 이쪽은 액션 요소를 완전히 걷어내고 배치와 순서만 남겨 놓았습니다.
같은 마작패 퍼즐이라도 위에서 겹친 패를 걷어내는 상하이나, 꺾인 선으로 이어 붙이는 사천성과는 결이 다릅니다. 저 둘이 짝을 찾아내는 눈썰미의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판 전체를 어떤 순서로 밀어 나갈지 설계하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마작패 퍼즐은 대개 사천성이나 상하이 계열로 통칭되었습니다. 정식 제목보다 화면 생김새로 불렸기 때문에, 이런 소품은 이름 없이 사천성 비슷한 거로 묶여 기억되곤 했습니다. 조용한 작품이지만 규칙 하나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짜임새는 지금 해 봐도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