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 스톰
핫도그 스톰 (Hotdog Storm the First Supersonics International) · 1996 · Mar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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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들고 한국에서만 팔린 슈팅
이 게임에는 조금 특이한 내력이 붙어 있습니다. 만든 사람들은 일본 쪽 개발진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출시되지 않고 한국 시장에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일본 슈팅 팬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이름만 돌던 게임이었고, 반대로 한국 오락실에서는 별 설명 없이 그냥 한 대 놓여 있던 기계였습니다. 제목에 붙은 '핫도그'라는 단어도 게임 내용과 직접 이어지지 않아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이게 대체 무슨 게임인가 싶은 인상부터 받습니다.
기판 쪽 사정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게임은 탄막 슈팅을 규격화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의 초기 하드웨어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 회사의 대표작들과 같은 뿌리의 기판을 쓰면서도, 만든 곳과 팔린 곳은 전혀 다른 셈입니다. 1990년대 중반 아케이드 업계가 얼마나 얽혀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핫도그 스톰(Hotdog Storm)은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플레이어는 소형 전투기 한 대를 몰고, 화면 위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적기와 헬기, 지상 포대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며 구간 끝의 큰 적을 쓰러뜨립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에 사격과 폭탄 버튼 정도라 규칙을 익히는 데는 한 판이면 충분합니다.
기본 뼈대는 이 시기 종스크롤 슈팅의 표준을 그대로 따릅니다. 적을 부수면 화력을 올려 주는 아이템이 떨어지고, 그것을 주울수록 정면 화력이 두꺼워지며 옆으로 퍼지는 갈래가 늘어납니다. 폭탄은 한정된 수만 들고 다니면서 위기를 넘길 때 씁니다. 익숙한 문법이라 슈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손이 알아서 움직이고, 처음인 사람도 몇 판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습니다.
처음 붙잡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들
이 장르 전체에 통하는 요령이 여기서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첫째, 눈에 보이는 기체 전체가 아니라 그 한가운데 작은 점만 탄에 닿지 않으면 됩니다. 날개가 탄을 스치는 것처럼 보여도 멀쩡하니, 필요 이상으로 크게 피하다가 화면 구석에 몰리는 일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 탄을 피하는 것보다 탄을 쏘는 적을 지우는 쪽이 근본적인 해결입니다. 적이 살아 있는 한 탄은 계속 늘어나므로 회피만 반복하면 결국 빠져나갈 틈이 사라집니다. 화면에 여러 적이 동시에 나올 때 어느 쪽을 먼저 지워야 다음 몇 초가 편해지는지, 그 순서를 익히는 것이 실력의 대부분입니다.
셋째, 폭탄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초보자는 아까워서 계속 들고 다니다 그대로 죽고, 익숙한 사람은 위험 구간에 딱 맞춰 터뜨려 그 구간을 통째로 건너뜁니다. 폭탄을 손에 쥔 채 죽는 것만큼 손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넷째, 화력을 잃지 않는 것이 곧 생존입니다. 한 번 죽으면 그동안 쌓아 둔 화력이 크게 떨어지고, 화력이 낮으면 적을 제때 못 지워 다시 죽기 쉬워집니다. 이 악순환 때문에 슈팅에서는 후반부의 한 번 죽음이 목숨 하나 이상의 값을 치릅니다.
같은 시기 다른 슈팅들과 견주면
1990년대 중반은 종스크롤 슈팅이 두 갈래로 갈라지던 때입니다. 한쪽은 화면을 탄으로 가득 채우고 대신 탄 속도를 낮춰 '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다른 한쪽은 탄의 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대신 탄이 빠르고 화면 전개가 시원한, 그 이전 시대의 문법을 유지했습니다.
이 게임은 후자 쪽에 더 가깝습니다. 화면을 빈틈없이 메우는 밀도로 승부하기보다, 적기가 몰려오고 그것을 화력으로 밀어내는 정직한 주고받기가 중심입니다. 그래서 탄막 슈팅 특유의 극단적인 정밀 회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밀도 높은 탄막을 기대하고 들어온 사람에게는 다소 담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1990년대 중반 아케이드 시장은 큰 회사의 간판 작품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의 물건이 같은 오락실 안에 나란히 놓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기판을 새로 설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작은 회사들은 이미 검증된 하드웨어를 빌려 쓰거나 라이선스를 받아 게임만 얹는 방식을 자주 택했습니다. 이 게임도 그런 경로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시장을 나누어 내는 방식도 지금 기준으로는 낯섭니다. 지역별로 유통을 맡는 회사가 달랐고, 어떤 게임은 특정 나라에서만 팔렸습니다. 그 결과 한국 오락실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계가 여럿 생겼고, 이 게임도 그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나중에 이 게임을 다시 찾아보던 해외 팬들이 한국 출시작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화려한 홍보와 함께 들어온 대작이 아니었습니다. 오락실 벽면 어딘가에 놓여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우연히 띄는 기계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그런 기계에 붙는 재미가 따로 있었습니다. 이름을 아는 사람이 적으니 옆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도 없고, 자기 페이스대로 한 구간씩 밀어 나가는 조용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슈팅은 외운 만큼 정직하게 나아가는 장르입니다. 동전을 넣고 몇 초 만에 죽어도 다음 판에는 조금 더 멀리 갑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일수록 그 과정을 처음부터 자기 손으로 더듬어 가는 맛이 진합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게 된 지금,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직접 재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