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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마인드

핫 마인드 (Hot Mind Hard Times Hardware) · 1995 · Play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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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든 오락실 퍼즐

오락실 기판이라고 하면 대개 일본과 미국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유럽에도 오락실 기계를 만들던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는 업소용 기계 산업이 나름의 규모를 갖춘 나라였고, 술집과 카페, 해변가 오락실에 놓일 기계를 자국에서 만들어 공급했습니다. 1995년에 나온 이 게임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물건입니다.

일본 오락실 게임에 익숙한 눈으로 이런 유럽제 기판을 보면 어딘가 결이 다릅니다. 캐릭터를 앞세워 세계관을 만들기보다, 규칙 하나를 두고 그것만 반복하게 하는 담백한 구성이 많습니다. 손님이 오래 앉아 있기를 기대하기보다, 술 한 잔 마시는 동안 몇 판 하고 일어나는 자리에 맞춘 설계에 가깝습니다.

핫 마인드 퍼즐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어떤 게임인가

Hot Mind(Hot Mind)는 제한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를 풀어내는 오락실 퍼즐 게임입니다. 화면에 조각이나 그림이 배치되고, 플레이어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그것을 맞춰 나갑니다. 한 판을 성공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고, 판이 올라갈수록 다뤄야 할 것이 늘어나거나 주어지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시간을 다 쓰면 그 판은 실패입니다.

이런 부류의 퍼즐은 조작이 아주 단순합니다. 커서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고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사신경이나 손놀림의 정확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화면을 얼마나 빨리 훑고 필요한 것을 찾아내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액션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이 걸립니다.

시간과 싸우는 요령

제한 시간이 있는 퍼즐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잃는 것은 망설이는 시간입니다. 화면을 보고 무엇을 할지 정하는 동안 시계는 계속 갑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에서는 완벽한 수를 찾기보다 괜찮은 수를 빨리 실행하는 쪽이 대체로 유리합니다. 몇 초를 아껴 두면 뒤에 어려운 판이 왔을 때 그 여유가 그대로 쓰입니다.

두 번째 요령은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화면 구석부터 차례로 훑는 습관을 들이면 놓치는 부분이 줄어듭니다. 사람의 눈은 가운데를 먼저 보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으면 화면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끝까지 못 보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답이 안 보인다 싶으면 대개 구석에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실패한 판을 기억해 두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은 판의 구성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판을 다시 만나면 앞서 헤맸던 부분을 그대로 건너뛸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하다 보면 앞쪽 판을 거의 시간 소모 없이 넘기게 되고, 그렇게 아낀 시간이 뒤쪽 판을 버티는 밑천이 됩니다.

오락실 퍼즐이라는 자리

퍼즐 게임은 오락실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액션이나 슈팅은 실력이 없으면 금방 끝나 버리지만, 퍼즐은 못하는 사람도 나름대로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층을 넓혀 주는 기계였고, 격투 게임 앞의 경쟁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은 테트리스 이후로 퍼즐 게임이 하나의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은 시기입니다. 낙하물을 쌓는 것부터 같은 것을 맞춰 없애는 것까지 여러 갈래가 갈라져 나왔고, 각 나라의 제작사들이 저마다의 변형을 내놓았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유럽 쪽이 내놓은 응답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마크와 유럽 기판

플레이마크는 이탈리아의 오락실 기판 제작사입니다. 1990년대에 여러 편의 기판을 내놓았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작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유럽의 중소 기판 회사들이 대체로 그랬습니다. 자국과 인접 시장에 기계를 공급하는 것으로 사업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일본 회사들처럼 세계 시장을 겨냥한 대작을 만들 필요도 여력도 크지 않았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런 유럽제 기판을 만나는 일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던 기판은 거의 전부 일본 게임이었고, 그마저도 상당수가 복제 기판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은 국내 플레이어에게 추억이 아니라 새로 보는 화면입니다. 같은 시기에 지구 반대편 오락실에서는 이런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