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히트 디 아이스

히트 디 아이스 (Hit the Ice Us Imperfect Graphics) · 1990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하키 게임인데 심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를 걸어 넘어뜨리고, 팔꿈치로 밀치고, 발로 차도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퍽을 쫓는 것보다 상대를 빙판에 눕히는 쪽이 더 빠른 승리 공식이 되는, 스포츠 게임의 탈을 쓴 난투극입니다. 화면 속 선수들은 머리가 몸통만 하고 표정이 과장돼 있어서, 아무리 험하게 굴어도 우스꽝스럽게만 보입니다.

히트 디 아이스(Hit the Ice)는 한 팀에 세 명씩만 세워 놓고 치르는 만화풍 아이스하키 게임입니다. 공격수와 수비수, 골키퍼가 전부라 화면이 붐비지 않고, 규칙이 거의 없어 하키를 몰라도 몇 초 만에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퍽을 잡아 상대 골대에 넣으면 되고, 그 과정에서 상대에게 무슨 짓을 해도 대체로 통과됩니다.

히트 디 아이스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0)

규칙을 덜어내서 얻은 속도

실제 하키를 흉내 낸 게임들은 오프사이드와 아이싱 같은 규칙 때문에 문턱이 높습니다. 이 작품은 그걸 통째로 덜어냈습니다. 남은 것은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감각, 퍽을 뺏고 뺏기는 흐름, 그리고 몸으로 부딪치는 맛뿐입니다.

덕분에 한 판이 매우 빠릅니다. 세 명뿐이라 공수 전환이 순식간이고, 골대에서 골대까지의 거리가 짧아 방금 실점한 쪽이 곧바로 반격에 들어갑니다. 점수는 쉽게 나고 쉽게 따라잡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알 수 없습니다.

히트 디 아이스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0)

몸싸움이 곧 전술입니다

이 게임에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은 반칙이 아니라 기본기입니다. 퍽을 가진 상대를 들이받아 넘기면 그 자리에서 퍽이 굴러 나오고, 넘어진 선수는 일어나는 데 시간을 씁니다. 그 몇 초가 그대로 득점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초심자는 대개 두 가지 실수를 합니다. 하나는 퍽만 정직하게 쫓아다니다가 계속 얻어맞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몸싸움에만 빠져 골대를 잊는 것입니다. 요령은 중립 지대에서는 적극적으로 부딪치되, 상대 진영에 들어간 뒤에는 싸움을 멈추고 슛 각도부터 만드는 것입니다.

골키퍼를 뚫는 방법도 익혀야 합니다. 정면에서 세게 때리는 슛은 대체로 막히므로, 옆으로 흘리며 각을 벌리거나 동료에게 한 번 넘겼다가 받아 치는 편이 확실합니다. 상대가 넘어져 있는 동안 여유 있게 각을 잡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득점 경로입니다.

히트 디 아이스 스포츠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0)

여럿이 붙을 때 완성됩니다

혼자 컴퓨터를 상대하면 금세 패턴이 보입니다. 이 게임의 진가는 사람이 여럿 붙었을 때 나옵니다. 상대가 어디로 붙을지 모르니 몸싸움 한 번마다 판단이 필요하고, 넘어뜨린 뒤의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로 실력이 갈립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후반의 컴퓨터 팀입니다. 슛의 정확도와 몸싸움 판정이 눈에 띄게 강해져, 앞판까지 통하던 정면 돌파가 막히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퍽을 오래 들고 있지 말고 짧게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를 벌려 놓아야 합니다.

사람끼리 붙을 때 자주 나오는 장면은, 서로 골대 앞에서 엉겨 붙어 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계속 치고받는 상황입니다. 이때는 한 명이 싸움에서 빠져 퍽을 주우러 가는 쪽이 이깁니다. 눈앞의 몸싸움을 이기는 것보다 퍽의 위치를 먼저 챙기는 판단이 승부를 가릅니다.

화면과 소리가 만드는 인상

선수들의 생김새는 실제 하키 선수와 거리가 멉니다. 머리가 크고 몸이 짧은 만화체라서,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과장되게 보입니다. 상대를 들이받았을 때 나오는 요란한 효과음과 관중 소리가 이 과장을 더 밀어 줍니다.

빙판의 미끄러짐도 그럴듯하게 살아 있습니다. 방향을 바꿔도 관성이 남아 한 박자 밀려 나가기 때문에, 원하는 자리에 서려면 미리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이 미끄러짐을 몸에 익히기 전까지는 상대에게 들이받으려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사정

이 작품은 타이토가 만들었고, 북미에서는 윌리엄스 계열을 통해 배급됐습니다. 스포츠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과장해서 웃기게 만드는 접근은 이 시기 오락실 스포츠 게임의 한 흐름이었고, 뒤에 나온 여러 아케이드 스포츠 게임이 같은 길을 갑니다.

인기에 힘입어 여러 가정용 기기로도 옮겨졌습니다. 화면 크기와 성능이 제각각인 기기들에 맞춰 이식되면서 조작감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몸싸움 중심의 골격은 대체로 유지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이스하키라는 종목 자체가 낯설었던 탓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규칙을 몰라도 되는 게임이었던 덕분에, 옆에서 구경하다가 동전을 넣고 붙어 보는 사람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하키 게임으로 기억하기보다 "빙판에서 치고받는 게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