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
1942 (1942 Japan USA) · 1985 · C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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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을 피하는 대신 뒤집는다
1942의 첫인상은 공중제비입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비행기가 화면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데, 그 사이 모든 탄이 그대로 통과합니다. 회피 방법을 이동이 아니라 별도 동작으로 만들어 둔 셈입니다. 다만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 때나 쓸 수 없고, 그래서 언제 쓰느냐가 실력이 됩니다.
초보자는 대개 위험할 때마다 공중제비를 눌러 버리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남은 게 없어 죽습니다. 화면 아래쪽에서 좌우로 움직여 피할 수 있는 탄에는 쓰지 않고, 위아래로 갇혀 도망칠 곳이 없을 때만 아끼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태평양을 북상하는 슈퍼 에이스
1942는 캡콤이 만든 종스크롤 슈팅으로, 슈퍼 에이스라는 이름의 복엽기를 몰고 태평양의 섬들을 지나 도쿄까지 북상하는 구성입니다. 스테이지는 번호가 아니라 진행 거리로 표시되고,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지도 위에서 비행기가 조금씩 위로 올라갑니다.
파워업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붉은 아이템을 먹으면 탄 폭이 넓어지고, 다른 아이템은 양옆에 호위기를 붙여 줍니다. 호위기가 붙으면 화면을 덮는 탄막을 만들 수 있어서 체감 난도가 크게 내려가는데, 한 번 죽으면 전부 사라지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죽는 것 자체의 대가가 커집니다.
편대를 통째로 잡기
이 게임의 점수는 편대에서 나옵니다. 붉은 비행기 여러 대가 줄지어 들어오는데, 한 대도 놓치지 않고 전부 격추하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노련한 사람은 편대가 나타나는 위치를 외워 두고 미리 그 자리로 이동해 대기합니다.
편대 격추를 놓치면 파워업 기회 자체가 사라지므로, 이 게임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사실상 편대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적기를 아무거나 잡는 것보다 어떤 무리를 완전히 처리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패미컴판의 사정
패미컴판은 1985년에 나온 이식으로, 오락실판의 세로로 긴 화면을 가로 화면에 맞춰 다시 구성했습니다. 화면 비율이 달라진 만큼 적 배치와 스크롤 속도도 조정됐고, 한 화면에 나오는 적기 수도 줄었습니다.
그 결과 오락실판보다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대신 스테이지 수는 그대로 많아서, 후반에 갈수록 같은 패턴을 오래 반복하며 집중력을 유지하는 싸움이 됩니다. 1인 플레이로 끝까지 가려면 목숨 관리와 편대 처리, 그리고 공중제비 잔량 세 가지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합니다.
시리즈의 출발점
1942는 이후 1943, 1941, 19XX로 이어지는 캡콤 슈팅 계보의 첫 작품입니다. 뒤 작품들이 체력 게이지와 메가 크래시 같은 장치를 더해 가는 동안, 1942는 끝까지 한 대 맞으면 죽는 단순한 규칙을 지켰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이 비어 보일 정도로 탄이 적지만, 그만큼 한 발 한 발이 무겁습니다. 탄막 슈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여백에서 오는 긴장이 새롭게 느껴질 겁니다. 슈팅을 처음 잡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만한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