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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테트리스

블록아웃 (Blockout World) · 1991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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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를 세워 놓으면

테트리스가 세상을 뒤덮은 직후, 여러 회사가 그다음을 고민했습니다. 대부분은 블록 모양을 바꾸거나 색을 넣는 선에서 그쳤는데, 블록아웃은 아예 축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평면에서 좌우로 돌리던 조각을 앞뒤로도 뒤집을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결과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화면은 구덩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입니다. 블록은 화면 안쪽으로 떨어지고, 한 층이 빈틈없이 채워지면 그 층이 사라집니다. 개념은 테트리스와 같은데, 머릿속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납니다.

3D 테트리스 퍼즐 게임 화면 1 - 메가 드라이브 (1991)

어떤 게임인가

3D 테트리스(Blockout)는 입방체를 이어 붙여 만든 조각을 회전시켜 직육면체 구덩이의 한 층을 채우는 퍼즐 게임입니다. 조각은 X축, Y축, Z축 세 방향으로 각각 돌릴 수 있고, 좌우앞뒤로 옮긴 다음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층이 완성되면 지워지고, 구덩이 입구까지 쌓이면 끝납니다.

시작할 때 구덩이의 가로세로 크기와 깊이, 그리고 쓸 조각의 종류를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평평한 조각만 쓰는 설정으로 하면 테트리스와 비슷한 감각이 되고,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조각까지 넣으면 난이도가 훌쩍 올라갑니다. 이 설정 폭 덕분에 처음 배우는 사람도 자기 수준에 맞춰 시작할 수 있습니다.

3D 테트리스 퍼즐 게임 화면 2 - 메가 드라이브 (1991)

머리가 꼬이는 지점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회전입니다. 평면 테트리스에서는 조각을 돌리면 결과가 눈에 보이지만, 여기서는 화면 안쪽으로 도는 회전의 결과를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으로만 판단해야 합니다. 조각의 어느 부분이 아래로 튀어나와 있는지 감이 안 잡혀서, 다 채운 줄 알았는데 한 칸이 비어 있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요령은 조각을 통째로 상상하지 말고, 바닥에 닿을 면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조각을 이대로 떨어뜨리면 어떤 모양의 그림자가 생기는가, 그것만 판단하면 대부분의 배치는 해결됩니다. 화면에는 떨어질 위치가 표시되므로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층을 하나씩 채우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 층에 걸친 조각이 대부분이라, 아래층을 채우면서 위층에 걸치는 부분을 어떻게 쓸지까지 계획해야 합니다. 무작정 아래만 메우면 위쪽에 이상한 돌기가 생겨서 그다음 조각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집니다.

구멍을 만들지 않는 법

이 게임에서 치명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 빈칸입니다. 평면 테트리스라면 옆에서 보면 구멍이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는 이미 덮인 아래쪽 빈칸이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 덮어 버리면 그 층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숙련자들은 구덩이 한쪽 구석부터 차곡차곡 밀고 나가는 방식을 씁니다. 아무 데나 놓지 않고, 이미 쌓아 둔 면과 붙여서 평평한 면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평면을 유지하면 다음 조각을 어디에 놓을지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므로, 조각이 나오는 순간 어디에 놓을지 반사적으로 정하는 수준까지 익숙해져야 깊은 점수대에 갈 수 있습니다.

이 게임만의 것

같은 시기 나온 테트리스 아류작들과 비교하면 블록아웃의 접근은 유난히 정직합니다. 화려한 연출이나 대전 요소를 붙이지 않고, 오직 공간 감각 하나로 승부합니다. 배경도 거의 없고 소리도 단출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심심해 보이지만, 조각 하나를 제자리에 끼워 넣고 층이 사라지는 순간의 쾌감은 평면 테트리스보다 오히려 큽니다.

이 게임은 원래 컴퓨터용으로 만들어져 여러 기종으로 퍼졌고, 오락실 기판으로도 나왔습니다. 메가드라이브판은 패드로 세 축을 다뤄야 해서 버튼 배치를 익히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한번 손에 붙으면 문제없이 굴러갑니다.

지금 해 보면

공간 지각력을 시험받는 느낌이 강해서,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격차가 유난히 큽니다. 처음 몇 판은 왜 안 되는지도 모른 채 끝나기 쉽습니다. 그래도 구덩이를 작게 잡고 단순한 조각으로 시작하면 금세 감이 잡힙니다.

한 층이 정확히 맞아떨어져 사라질 때, 평면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개운함이 있습니다. 그 감각 하나로 오래 남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