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2083
A.D. 2083 (A D 2083 Incomplete Sound) · 1983 · Mid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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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든 타임 파일럿
1980년대 초 오락실 기판은 거의 전부 일본과 미국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이탈리아 회사가 만들었습니다. 유럽 업체가 인기 일본 게임의 얼개를 가져다 자기 식으로 다시 짠 물건이 드물지 않던 시절이었고, 이것도 그런 계보에 속합니다. 원본이 무엇인지는 한 판만 해 봐도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화면을 채운 것은 옆에서 본 우주선 한 대와, 화면 어디서든 튀어나오는 적들입니다. 바닥이 없고 천장이 없으며, 화면 끝으로 나가면 반대편에서 다시 들어옵니다. 스크롤이 끝나는 지점이 없으니 스테이지가 끝나는 방식도 다릅니다. 목표물을 정해진 수만큼 부수는 것이 한 판을 넘기는 조건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A.D. 2083(A. D. 2083)은 화면이 사방으로 이어지는 루프형 슈팅 게임입니다. 8방향 레버로 기체를 돌리며 이동하고 버튼 하나로 쏩니다. 배경은 뒤쪽에서 앞으로 밀려 나오는 듯한 착시를 주도록 그려져 있어서, 적이 멀리서 점처럼 나타났다가 커지면서 다가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2차원 화면에 깊이를 흉내 낸 연출입니다.
한 판의 목표는 화면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로켓을 정해진 수만큼 격추하는 것입니다. 로켓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등장하므로, 놓쳤다고 판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다음 것을 기다리면 됩니다. 문제는 기다리는 동안 다른 적기들이 계속 몰려든다는 점입니다. 목표물만 노리다가 옆에서 들어온 잡적에 부딪히는 것이 초보자의 가장 흔한 죽음입니다.
몇 판을 넘기면 다른 성격의 구간이 나옵니다. 지상 표적을 상대하는 장면으로 무대가 바뀌고, 그것을 처리하면 다시 하늘 싸움으로 돌아옵니다. 끝이 있는 게임이 아니라 이 순환이 난이도만 올리며 계속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당시 슈팅의 표준이 그랬습니다. 클리어가 아니라 점수와 잔기가 목적이었습니다.
조작에서 오는 어려움
이런 루프형 슈팅이 낯선 사람이 가장 먼저 겪는 벽은 방향입니다. 위아래 좌우가 고정된 세로 슈팅과 달리, 여기서는 내 기체가 향한 쪽으로만 총알이 나갑니다. 적을 보고 나서 몸을 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적이 올 자리를 미리 보고 그쪽으로 코를 돌려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화면이 이어져 있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위기에 몰렸을 때 화면 끝으로 빠져나가면 반대편에서 다시 들어오면서 적진의 한복판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벽에 몰릴 걱정이 없다는 것은 곧 언제든 도망칠 길이 있다는 뜻이므로, 무리해서 정면으로 뚫기보다 한 바퀴 돌아 뒤를 잡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적이 몰린 곳으로 들어가면 한 번에 여럿을 잡을 수 있어 보이지만, 사방에서 들어오는 게임에서 밀집 지역은 그냥 죽는 자리입니다. 바깥쪽에서 하나씩 떼어 잡는 편이 결과적으로 오래 삽니다.
그 시절 기판 사정
이 시기 슈팅은 하드웨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 안에서 아이디어로 승부를 봤습니다. 화면을 사방으로 잇고 적을 원근감 있게 그린 것도, 진짜 3차원을 그릴 능력이 없는 기계로 깊이를 흉내 내려는 시도였습니다. 잘 알려진 원본이 있었고 그것을 여러 회사가 저마다 변주했는데, 이 게임은 그 변주 중에서도 목표물 격추라는 조건을 더해 판의 구분을 만든 쪽입니다.
유럽 제작사가 만든 기판은 일본이나 미국 물건에 비해 수량이 적었고, 남아 있는 자료도 훨씬 적습니다. 게임에 따라서는 사운드나 일부 회로가 온전히 남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것도 있습니다. 지금 남은 것으로 돌려 보면 소리가 원래와 다르게 들릴 수 있는데, 이는 기판이 그렇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의 자리
한국 오락실에 이 게임이 널리 깔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983년 무렵 동네 오락실을 채운 것은 갤러그와 그 계열, 그리고 몇몇 히트작의 복사 기판이었고, 유럽제 마이너 슈팅이 들어올 통로는 좁았습니다. 어쩌다 한두 대가 섞여 들어왔다면 이름 없는 우주 게임 한 대로 취급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지금 해 보면 이 시절 슈팅이 무엇으로 재미를 만들었는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강화 아이템도 없고 필살기도 없고, 그저 방향을 잘 돌리고 부딪히지 않는 것만으로 판이 굴러갑니다. 조작이 단순한 만큼 처음 잡아도 5분이면 규칙을 다 이해할 수 있고, 그다음부터는 순전히 손과 눈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