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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F-1 그랑프리 (F 1 Grand Prix) · 1991 · Video System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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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넣고 앉던 레이싱 기계

1990년대 초 오락실에는 앉는 자리가 따로 있는 큰 기계가 몇 대씩 있었습니다. 핸들이 달리고 페달이 있고, 의자에 앉으면 화면이 눈높이에 오는 레이싱 기계입니다. 격투 게임 앞이 아무리 붐벼도 이 자리는 늘 따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부터 구경꾼이 생기고, 남은 시간이 화면에 뜨고, 그 시간이 0에 가까워지면 뒤에서 보던 사람들이 같이 조마조마해지는 구조였습니다.

F-1 그랑프리(F-1 Grand Prix)는 비디오 시스템이 1991년에 내놓은 오락실 레이싱 게임입니다. 포뮬러 머신을 몰고 서킷을 도는 게임으로, 시점은 차 뒤에서 보는 형태입니다. 정해진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때마다 시간이 추가되고, 시간이 다하면 그 판이 끝납니다. 그 시절 오락실 레이싱의 표준 규칙입니다.

F-1 그랑프리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한 판이 어떻게 굴러가나

시작하면 대개 코스를 고르고, 변속을 자동으로 할지 수동으로 할지 정합니다. 그다음 출발선에 서서 신호가 떨어지면 액셀을 밟습니다. 화면에는 현재 속도와 남은 시간, 순위 같은 정보가 표시되고, 화면 구석의 코스 지도로 다음 코너가 어느 방향인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오락실 레이싱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코너에서 얼마나 속도를 덜 잃느냐. 둘째, 다른 차와 벽에 얼마나 부딪히지 않느냐입니다. 이 시절 레이싱 게임은 충돌 한 번의 대가가 큽니다. 벽에 박으면 속도가 거의 0까지 떨어지고, 다시 최고 속도까지 올리는 데 몇 초가 걸립니다. 그 몇 초가 체크포인트 통과 여부를 가릅니다.

그래서 초보와 익숙한 사람의 기록 차이는 최고 속도가 아니라 충돌 횟수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직선에서 잘 밟아도 코너마다 벽을 긁으면 한 바퀴도 못 돕니다. 반대로 조금 조심스럽게 몰아도 한 번도 안 부딪히면 시간은 꽤 여유 있게 남습니다.

F-1 그랑프리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코너를 도는 요령

뒤에서 보는 시점의 레이싱에서 코너를 도는 방법은 실제 운전과 비슷합니다.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코너 안쪽 선을 따라 붙어 돌다가,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다시 액셀을 밟습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코너에 다 들어와서 브레이크를 밟는 것입니다. 이미 늦어서 차가 바깥으로 밀려나고 벽에 닿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화면 구석의 코스 지도를 보는 습관입니다. 앞만 보고 있으면 코너가 눈앞에 나타난 뒤에야 알게 되는데, 지도를 흘끔거리면 다음 코너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완만한지 급한지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익숙한 사람들은 화면보다 지도를 더 자주 봅니다.

세 번째는 다른 차를 다루는 방법입니다. 앞차를 억지로 밀고 지나가려 하면 대개 같이 밀려 벽으로 갑니다. 직선 구간에서 옆으로 여유를 두고 넘어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코너 안에서 나란히 붙는 상황은 대부분 손해로 끝나므로 피하는 게 좋습니다.

네 번째는 변속입니다. 수동을 고르면 손이 하나 더 바빠지지만 코너 탈출 가속이 좋아집니다. 다만 처음에는 자동으로 코스를 먼저 외우고, 코스가 손에 익은 뒤에 수동으로 옮겨 가는 순서를 권합니다.

1991년의 오락실 레이싱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오락실 레이싱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뒤에서 보는 시점이 자리를 잡고, 배경이 입체적으로 흘러가며, 큰 기계에 앉아 핸들을 돌리는 체감형 캐비닛이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 레이싱 기판은 오락실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했고, 그래서 한 대만 들여놓고 자랑스럽게 문 앞에 두는 오락실도 많았습니다.

비디오 시스템은 슈팅과 스포츠 계열을 두루 만들던 일본 회사입니다. 대형 회사만큼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지만 여러 장르에서 꾸준히 기판을 내놓았고, 특히 실제 종목을 소재로 삼은 게임을 여럿 만들었습니다. 포뮬러 경주를 소재로 한 이 작품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1990년대 초는 포뮬러 경주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던 시기라, 이 소재로 나온 게임이 오락실과 가정용을 가리지 않고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오락실 레이싱은 실기 캐비닛의 핸들과 페달이 절반을 차지하는 장르라, 키보드로 하면 감각이 달라집니다. 핸들의 미세한 각도 조절이 되지 않아 코너에서 차가 좌우로 툭툭 꺾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실기보다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많이 속도를 줄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 점만 감안하면 지금 해도 충분히 굴러갑니다. 한 판이 짧고 목표가 명확해서 몇 분 만에 성패가 나고, 같은 코스를 반복하면 기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설치 과정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예전에 오락실 문 앞의 큰 레이싱 기계를 구경만 하고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면 이번에는 앉아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