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골프 3
PGA 투어 골프 3 (Pga Tour Golf Iii USA Europe) · 1994 · Electronic Art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골프 게임이 왜 이렇게 진지한가
골프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가볍게 몇 홀 돌고 마는 소일거리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게임을 처음 켜 본 사람은 조금 당황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코스 지도와 바람 정보, 남은 거리, 클럽 목록이 화면을 채우고, 공을 치기 전에 판단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충 최대 파워로 갈기면 공은 어김없이 러프나 벙커로 사라집니다.
그러면서도 한 번 익숙해지면 손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스윙 게이지를 어디서 멈출지, 임팩트 순간을 얼마나 정확히 잡을지가 매 타마다 반복되는데, 이 단순한 두 번의 버튼 입력에 결과가 확연히 갈립니다. 잘 맞은 드라이버 한 방이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떨어질 때의 만족감이 이 게임을 계속 붙잡게 만드는 힘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PGA 투어 골프 3(PGA Tour Golf III)는 실제 미국 프로 골프 투어를 소재로 삼은 스포츠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골퍼가 되어 여러 코스를 돌며 타수를 줄이고, 라운드가 끝나면 다른 참가자들과 성적을 겨룹니다. 조작은 방향키로 조준과 클럽 선택을 하고 버튼으로 스윙 게이지를 조절하는 방식이라 배우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한 홀의 흐름은 명확합니다. 티에서 목표 지점을 정하고 클럽을 골라 티샷을 날립니다. 공이 떨어진 자리에서 남은 거리와 지형, 바람을 보고 다시 클럽을 고릅니다. 그린에 올라오면 화면이 퍼팅용으로 바뀌고, 경사를 읽어 굴리는 힘을 정합니다. 이 과정을 열여덟 번 반복하면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스윙 게이지, 이 게임의 전부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것은 화면 아래쪽에 뜨는 가로 막대 게이지입니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게이지가 오른쪽으로 뻗어 나가고, 원하는 세기에서 다시 눌러 백스윙을 멈춥니다. 그러면 게이지가 되돌아오는데, 정확한 지점에서 세 번째로 눌러야 임팩트가 제대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무조건 게이지 끝까지 채우는 것입니다. 파워를 최대로 올릴수록 되돌아오는 속도가 부담스러워지고 임팩트를 놓칠 확률이 커집니다. 살짝 덜 채우더라도 임팩트를 정확히 맞히는 쪽이 결과가 훨씬 좋습니다. 이 감각을 익히는 것이 초반 며칠의 전부라고 해도 좋습니다.
임팩트를 놓치면 공은 훅이나 슬라이스로 휘어 나갑니다. 페어웨이가 좁은 홀에서 이런 실수가 나면 그 홀은 사실상 포기해야 합니다. 반대로 이 휘어짐을 의도적으로 쓰는 방법도 있어서, 도그레그 홀에서는 일부러 한쪽으로 휘게 쳐서 거리를 줄이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바람과 지형을 읽는 재미
이 게임이 단순한 반사신경 게임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는 매 샷마다 고려할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면 구석의 바람 표시는 방향과 세기를 알려 주는데, 맞바람에서는 거리가 크게 줄고 옆바람에서는 공이 흘러갑니다. 클럽 선택과 조준을 여기에 맞춰 보정해야 합니다.
지형도 마찬가지입니다. 러프에 빠지면 클럽이 제 거리를 내지 못하고, 벙커에서는 탈출 자체가 목표가 됩니다. 그린 주변에서 어떤 클럽으로 어떻게 붙일지가 스코어를 좌우하는데, 무리하게 홀컵을 노리다 그린을 넘겨 버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올려놓고 퍼팅으로 마무리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타수를 줄여 줍니다.
퍼팅은 별개의 기술입니다. 그린의 경사가 격자로 표시되지만 처음에는 이걸 읽는 감이 오지 않아 짧은 거리도 몇 번씩 놓칩니다. 오르막에서는 생각보다 세게, 내리막에서는 훨씬 약하게 쳐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일렉트로닉 아츠의 골프 시리즈는 1990년대 내내 여러 기종으로 나오며 골프 게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이 세 번째 작품은 앞선 작품들이 다져 놓은 스윙 게이지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코스 표현과 화면 구성을 손질한 판입니다. 홀마다 코스 전체 지도를 보여 주고 남은 거리를 계산해 주는 부분이 특히 편해졌습니다.
같은 시기의 다른 골프 게임과 견주면 이쪽은 오락성보다 실제 골프의 감각을 흉내 내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캐릭터가 과장된 동작을 하거나 만화적인 특수 샷이 나오는 종류의 게임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그래서 골프를 아는 사람일수록 재미를 느끼고, 모르는 사람은 초반에 진입 장벽을 느낍니다.
국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
국내에서 메가드라이브로 골프 게임을 즐긴 사람은 격투나 액션 장르에 비하면 확실히 적었습니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게임이 아니었고, 한 판이 오래 걸려 여럿이 돌아가며 하기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대여점에서 이 게임을 빌려 간 사람은 대개 혼자 조용히 오래 붙잡는 쪽이었습니다.
대신 한 번 빠진 사람은 오래 갔습니다. 스코어를 조금씩 줄여 나가는 즐거움이 명확하고, 매번 다르게 부는 바람 때문에 같은 홀도 매번 다른 판이 됩니다. 둘이 번갈아 치면서 타수를 비교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스포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오래 살아남은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