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 스타링 폴터가이
헌팅 스타링 폴터가이 (Haunting Starring Polterguy USA Europe) · 1993 · Electronic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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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유령입니다. 그것도 원한 맺힌 유령입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죽은 펑크 소년 폴터가이는, 자기를 죽인 불량 보드를 만들어 팔아 부자가 된 사업가 비토 사르디니의 저택으로 찾아갑니다. 목적은 단순합니다. 그 집에 사는 사르디니 가족 네 명을 하나도 남김없이 겁에 질려 집 밖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게임을 켜면 플레이어는 사람을 지키는 쪽이 아니라 사람을 쫓아내는 쪽에 서게 되는데, 이 발상 하나만으로 이 게임은 메가드라이브 라이브러리에서 확실히 기억되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헌팅 스타링 폴터가이(Haunting Starring Polterguy)는 비스듬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의 액션 게임입니다. 저택 한 채가 통째로 무대이고, 방과 방을 오가며 가구와 집기에 손을 대면 그것이 괴상한 물건으로 변해 사람을 놀래킵니다. 화면 아래에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공포 게이지가 있고, 놀래킬 때마다 그 게이지가 차오릅니다. 게이지가 꽉 찬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집 밖으로 달아납니다. 네 명을 전부 내보내면 그 집은 끝나고 다음 집으로 넘어갑니다.
겁주기가 곧 공격입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스케어'라고 부르는 겁주기 장치입니다. 소파, 욕조, 벽난로, 세면대, 화분, 침대, 냉장고, 시계처럼 집 안에 놓인 거의 모든 물건이 반응합니다. 폴터가이가 그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면 소파가 입을 벌리고 사람을 삼키려 들거나, 욕조에서 촉수가 솟거나, 벽에서 손이 튀어나옵니다. 물건마다 연출이 전부 다르고, 하나같이 만화적으로 과장돼 있어서 새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번엔 뭐가 튀어나올지 궁금해집니다. 사실상 이 연출을 수집하는 재미로 굴러가는 게임입니다.
다만 겁주기는 공짜가 아닙니다. 스케어를 쓰려면 '엑토플라즘'이라는 자원이 필요하고, 이것은 집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록색 덩어리를 주워 채웁니다. 무턱대고 아무 물건이나 눌러대면 금세 바닥이 나고, 그러면 겁을 줄 수단이 없어 가족 뒤만 따라다니게 됩니다. 어느 방에 어느 물건이 있고 어느 것이 효과가 큰지를 기억해 두고, 가족이 그 방에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쓰는 것이 요령입니다.
지하 세계로 떨어집니다
엑토플라즘이 완전히 떨어지면 폴터가이는 바닥이 꺼지듯 지하 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여기가 이 게임의 두 번째 얼굴입니다. 지상이 느긋한 심리전이라면 지하는 순수한 액션입니다. 어둡고 붉은 통로를 달리며 달려드는 괴물들을 피하고, 흩어진 엑토플라즘을 최대한 주워 담은 뒤 출구로 빠져나와야 합니다. 여기서 죽으면 남은 목숨이 줄어듭니다.
지하는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당하는 구간입니다. 괴물이 좁은 길목에서 겹쳐 나오는 데다 회피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욕심을 부려 구석까지 훑다가 그대로 잡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하에 떨어졌을 때는 다 줍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동선상에 있는 것만 챙긴 뒤 빠르게 나오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상에서 엑토플라즘 관리를 잘하는 것이 결국 지하에 덜 떨어지는 길이고, 그것이 이 게임을 편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집이 네 채, 그리고 개
무대는 저택 한 채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르디니 가족은 쫓겨날 때마다 이사를 가고, 폴터가이는 따라갑니다. 집은 모두 네 채이고, 뒤로 갈수록 구조가 넓고 복잡해집니다. 방 개수가 늘고 층이 나뉘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한 명을 몰아붙이는 동안 다른 쪽이 안정을 되찾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후반 저택에서는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 두고 이동 경로를 짜는 감각이 필요해집니다.
마지막에는 뜻밖의 상대가 기다립니다. 사르디니 가족이 기르던 치와와가 흉측한 덩어리 괴물로 변해 덤벼드는 최종 대결입니다. 겁주기로 사람을 쫓아내던 게임이 마지막에 와서 정면 전투로 바뀌는 구성이라, 처음 보면 당황하게 되는 마무리입니다.
그 시절 EA가 만들던 것
이 게임은 1993년 일렉트로닉 아츠가 내놓았습니다. 스포츠 게임 회사로 굳어지기 전, EA가 메가드라이브에서 별난 기획을 꽤 만들던 시기의 결과물입니다. 이후 이 게임은 휴대기용 모음집에 다시 실리면서 오래 회자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락실보다 가정용 쪽으로 알려진 작품입니다. 메가드라이브 자체가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던 기종이었던 만큼 대여점이나 잡지 지면을 통해 이름을 접한 사람이 있었고, 유령이 되어 사람을 쫓아낸다는 설정이 워낙 독특해서 한 번 본 사람은 제목을 잊지 못합니다. 조작이 간단하고 각 방을 뒤지며 새 연출을 찾는 재미가 있어, 지금 처음 켜 보아도 금방 무슨 게임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