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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틱 워리어스

갤럭틱 워리어스 (Galactic Warriors) · 1985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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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대전 격투라는 장르의 출발점을 이야기할 때 흔히 1987년의 스트리트 파이터나 1991년의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그보다 몇 해 앞서,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캐릭터를 골라 일대일로 싸우는 게임이 이미 오락실에 놓여 있었습니다. 갤럭틱 워리어스는 1985년에 나온 코나미의 로봇 격투 게임으로, 성능이 다른 여러 캐릭터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방식을 도입한 가장 이른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거대 로봇끼리 맞붙는 격투 게임이라는 발상 자체도 이 게임이 앞서 있었습니다.

갤럭틱 워리어스(Galactic Warriors)는 로봇 두 기가 화면 좌우에 마주 서서 겨루는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세 대의 로봇 중 하나를 골라 상대와 맞붙습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버튼 세 개로, 하나는 공격, 하나는 방어, 나머지 하나는 무기를 바꾸는 데 씁니다. 방어 버튼이 따로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레버를 뒤로 당겨 막는 방식이 표준이 되기 전이라 아직 정해진 문법이 없던 시절임을 보여 줍니다.

갤럭틱 워리어스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세 기체가 서로 다른 이유

고를 수 있는 로봇은 삼손, 가이아, 포세이돈 셋입니다. 삼손은 광선검을 들고 근접전을 벌이는 기체이고, 가이아는 빔을 쏘아 거리를 두고 싸우며, 포세이돈은 팔다리를 늘려 중간 거리에서 때립니다. 근거리, 원거리, 중거리로 성격이 갈리는 이 배치는 이후 격투 게임들이 반복해서 쓰게 되는 구도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성격이 다른 만큼 잘 싸우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삼손을 고르면 어떻게든 상대에게 붙어야 하고, 붙기 전까지 날아오는 빔을 견디는 것이 과제가 됩니다. 가이아는 반대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라서, 상대가 접근해 왔을 때 한 번에 떨어뜨려 놓는 수단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포세이돈은 둘 사이에서 어중간해 보이지만, 상대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거리에서 계속 견제할 수 있어 익숙해지면 까다롭습니다.

무기 전환 버튼은 이 게임만의 장치입니다. 상황에 따라 쓰는 수단을 바꿀 수 있으니, 한 기체 안에서도 거리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싸울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전환하는 동안 생기는 빈틈이 있어서 아무 때나 바꿀 수는 없고, 상대가 물러난 순간이나 한 방 맞히고 거리가 벌어진 직후처럼 안전한 타이밍을 골라야 합니다.

갤럭틱 워리어스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5)

초기 격투 게임의 감각

지금 기준으로 이 게임을 잡으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움직임의 묵직함입니다. 로봇이라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절 기판이 감당할 수 있는 프레임과 조작 처리의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버튼을 누르고 실제로 공격이 나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요즘 격투 게임보다 길고, 한 번 동작이 시작되면 도중에 멈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요령은 연속기나 반응 속도가 아니라 거리 재기와 선택입니다. 아무 때나 공격을 내밀면 그 긴 동작 시간 동안 반격을 다 받습니다. 상대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가, 상대 공격이 끝나는 순간에 맞춰 자기 공격을 넣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방어 버튼이 따로 있으니 위험하다 싶으면 일단 막아 두고 상황을 보는 것도 유효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이유는 조급함입니다. 상대가 다가온다고 계속 버튼을 누르면 헛동작만 반복하다 맞습니다. 한 박자 늦게 대응한다는 생각으로 손을 늦추면 오히려 맞히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버블 시스템이라는 기판

이 게임은 코나미의 버블 시스템 기판에서 돌아갔습니다. 이 기판은 당시로서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게임 데이터를 롬이 아니라 버블 메모리에 담아 두고 전원을 켜면 그것을 읽어 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기판 하나로 게임을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대가도 컸습니다. 전원을 넣고 나서 데이터를 다 읽을 때까지 손님을 기다리게 해야 했고, 버블 메모리는 온도에 민감해서 추운 날에는 예열이 끝나야 정상 동작했습니다.

실제로 이 기판을 쓴 게임들은 부팅 화면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대기 시간을 보여 주었습니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기계가 켜져 있는데 손님을 못 받는 시간이 생기는 셈이라 반가운 구조가 아니었고, 코나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방식을 접습니다. 좋은 발상이 현장 사정에 부딪혀 사라진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기판입니다.

잊혔다가 다시 발견된 자리

갤럭틱 워리어스는 나올 당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대전 격투라는 장르가 아직 손님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옆 사람과 겨루는 재미를 오락실 전체가 받아들이기까지는 몇 해가 더 필요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도 널리 보급되지 않아 별도의 통칭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게임이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격투 게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정리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지면서였습니다.

지금 해 보면 완성도 면에서 이후 작품들과 겨룰 수는 없습니다. 동작은 뻣뻣하고 기술 수도 적습니다. 그러나 캐릭터마다 다른 성능을 주고 그중에서 고르게 한다는 발상, 거리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게 만든 설계는 분명히 이후 장르가 걸어간 길의 첫머리에 있습니다. 로봇 격투라는 소재를 이렇게 이른 시기에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눌러 볼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