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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크

나크 (Narc REV 7 00) · 1988 ·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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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1988년 오락실에 이 기계가 놓였을 때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게임성이 아니라 수위였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이 총에 맞으면 그냥 쓰러지는 게 아니라 아주 노골적인 방식으로 흩어집니다. 로켓 계열 무기를 쓰면 더합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눈에 띄는 표현이니, 오락실이 아이들 놀이터로 여겨지던 그 시절에는 두말할 것 없었습니다.

나크(NARC)는 마약 단속 수사관이 되어 거리를 훑는 게임입니다. 제목 자체가 미국에서 마약 단속 요원을 가리키는 말이고, 게임이 만들어진 시기의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구호를 앞세우던 때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재 선택이 노골적일 만큼 시대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약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달고 있었지만, 정작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메시지보다 훨씬 자극적이었습니다.

나크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8)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가운데 앞으로 나아가며 적을 쓰러뜨리는 게임입니다. 벨트 스크롤 액션처럼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고, 총을 쏘거나 로켓을 날려 적을 처리합니다. 총알은 무한이 아니고 로켓 같은 강한 무기는 수가 정해져 있어, 아껴 쓰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특이한 점은 적을 죽이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사관이라는 설정에 맞게 상대를 체포할 수도 있고, 그렇게 처리하면 점수 쪽에서 이득이 있습니다. 길에 떨어진 압수품을 챙기는 것도 점수로 이어집니다. 그냥 밀고 지나가는 것과 꼼꼼히 훑는 것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붙을 수 있고, 이 게임은 둘일 때가 확실히 낫습니다. 적이 앞뒤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혼자 양쪽을 다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이런 게임 앞에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나크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8)

초보자가 막히는 지점

첫 번째 벽은 총알 관리입니다. 눈에 보이는 적마다 마구 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빈손이 됩니다. 잡졸은 최소한으로 처리하고, 화력이 필요한 구간을 위해 강한 무기를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거리 감각입니다. 이 게임의 적들은 화면 안에서 꽤 빠르게 접근하고, 붙으면 순식간에 체력이 깎입니다. 앞으로 무작정 걸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화면 왼쪽에 여유를 두고 적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쏘는, 이른바 자리 잡고 싸우는 방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탈것과 특수 구간입니다. 게임 도중 평소와 조작 감각이 다른 구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익숙한 방식대로 움직이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보는 구간은 무리하지 말고 한 번 죽어보며 무엇이 위험한지 파악하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나크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8)

윌리엄스라는 회사

윌리엄스는 미국 오락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핀볼 기계로 오래 이름을 날렸고, 비디오 게임 쪽에서도 디펜더와 로보트론 같은 작품으로 손맛이 사나운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이 회사의 게임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본 오락실 게임 특유의 정교하게 다듬어진 난이도 곡선 대신, 처음부터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성격이 강합니다. 나크 역시 그런 미국식 설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잘 짜인 리듬을 따라가며 실력을 쌓는 게임이라기보다, 몰려오는 것을 어떻게든 버텨내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이 게임이 사용한 기판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힘이 좋았고, 실제 사람을 찍어 화면에 넣는 방식의 표현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훗날 이 회사에서 나온 다른 작품들이 같은 방향을 더 밀어붙이며 미국 오락실 게임의 한 갈래를 만들게 됩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80년대 후반 한국 오락실의 주류는 일본산 슈팅과 액션이었고, 미국 기판은 유통 경로부터 좁았습니다. 여기에 이 게임 특유의 수위까지 겹치니 문방구 앞이나 동네 오락실에 놓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봤지만 직접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은, 묘한 위치에 있는 게임입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켜면 그때 지나쳤던 미국 오락실의 공기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일본 게임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여러 면에서 어색하고 거칠지만, 바로 그 거칠음이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