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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략

대전략 (Daisenryaku) · 1986 · Micro C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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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전투기와 보급 트럭이 육각형 칸 위에 늘어서 있습니다. 화려한 폭발도 없고 등장인물도 없습니다. 대신 이번 턴에 어느 도시를 점령하고 어느 부대에 연료를 보낼지를 계산하는 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이 계열 게임을 한 번 붙잡아 본 사람은 그 감각을 압니다.

대전략(Daisenryaku)은 현대전을 소재로 한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입니다. 시스템 소프트가 만들고 마이크로 캐빈이 1986년에 MSX2용 대용량 카트리지로 내놓았습니다. 일본 워게임 계보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이름 중 하나이고, 이후 수많은 기종으로 퍼져 나간 시리즈의 초기 판본에 해당합니다.

대전략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1 - MSX (1986)

한 턴에 하는 일

지도는 육각형 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자기 차례가 오면 부대를 하나씩 움직이고, 사거리 안에 든 적을 공격하고, 도시나 공항 위에 보병을 올려 점령합니다. 점령한 시설은 수입원이 되고 동시에 새 병기를 생산하는 거점이 됩니다. 이 두 가지가 이 게임의 심장입니다.

병종은 보병부터 여러 종류의 전차, 헬기, 항공기까지 폭넓게 있습니다. 각각 이동력과 사거리와 상성이 달라서, 전차로 항공기를 잡을 수 없고 보병만으로는 진격 속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정하는 것이 전투 자체보다 승패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연료와 탄약 관리가 이 시리즈를 다른 전략 게임과 갈라놓는 부분입니다. 부대는 움직일수록 연료를 쓰고, 다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멈춰 사실상 무력해집니다. 그래서 전선을 앞으로 밀 때 보급 트럭을 함께 데려가야 하고, 그 트럭을 지키는 데 또 병력이 들어갑니다. 진격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대전략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 2 - MSX (1986)

처음 하면 무너지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초반에 강한 병기만 사들이는 것입니다. 성능 좋은 전차나 항공기는 값도 비싸고 유지에도 부담이 큽니다. 몇 대 사 놓고 나면 도시를 더 점령할 보병이 없어서 수입이 늘지 않고, 그 사이 상대는 값싼 유닛으로 지도를 넓혀 갑니다. 이 게임에서 돈은 곧 점령한 시설의 수입니다.

두 번째 함정은 전선을 너무 길게 늘이는 것입니다. 사방으로 나눠 진격하면 어디에서도 결정타가 나오지 않고, 보급선만 길어져 연료가 끊깁니다. 한 방향으로 뭉쳐 밀고 그 뒤를 정리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지형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산과 숲은 이동을 늦추지만 방어에는 유리하고, 평지는 빠른 대신 노출됩니다. 항공기는 지형의 영향을 덜 받는 대신 연료 소모가 크고 착륙할 공항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들을 몸에 익히기 전까지는 한 판이 그냥 무너집니다.

워게임이라는 장르

이 계열 게임은 원래 종이 지도와 말을 쓰던 보드 워게임에서 왔습니다. 컴퓨터로 옮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계산을 기계가 대신해 준다는 점입니다. 전투 결과를 표에서 찾아 읽던 일이 사라지자, 사람은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작품이 나온 1986년은 일본 8비트 기종에서 이런 시뮬레이션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입니다. 지도와 숫자가 대부분이라 화면을 화려하게 꾸밀 필요가 없었고, 대신 용량을 규칙과 데이터에 쓸 수 있었습니다. MSX2의 대용량 카트리지가 이런 게임에 잘 맞았던 이유입니다.

국내에서는

국내에서 이 계열은 오락실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았습니다. 화면 가득한 일본어와 두꺼운 설명서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숫자와 아이콘만 보고 규칙을 역으로 짐작해 가며 붙잡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판을 끝까지 끌고 간 기억은 유난히 오래 남습니다.

한 판이 길고 화면이 조용해서 지금 기준으로는 취향을 많이 탑니다. 대신 한 번 규칙이 손에 들어오면, 다음 턴에 무엇을 할지 머릿속으로 그리느라 게임을 끄고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종류의 물건입니다.